우암학원·영훈학원·동성학원 등 학교법인 3곳과 그 법인의 재단이사장, 학부모,학생 12명은 28일 오전 개정 사립학교법의 위헌여부를 가려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들은 개정 사학법 가운데 ▲개방형 이사 ▲임원 취임승임 취소 및 임원집행정지 ▲감사 선임 ▲이사장ㆍ친인척 겸직 및 임명제한 ▲임시이사 ▲대학평의원회 ▲교비회계 전출 ▲사립학교장의 임기연임 및 중임 제한 등 9개 조항을 헌법소원 심판 청구 대상으로 삼았다.
청구인단 대리인 이석연 변호사는 "개정 사학법은 본래 목적인 사학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와는 달리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 요소가 많은 만큼 위헌 판단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조용기 사학법인연합회 회장 "학교 간판 유지할 수 없다"
"해볼만한 싸움 아닌가?"
"한나라당도 한나라당이지만, 종교계가 합심해야 한다. 그 힘이 크다."
28일 오전.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모인 사학법인 관계자들의 대화 내용이다.
이날 헌법재판소에 모인 사학 관계자 50여명은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특히 사학법인연합회 조용기 회장은 "개정된 사립학교법으로는 학교의 간판을 유지할 수 없다"면서 "신학기 학생 배정 거부 등 예정된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조 회장은 연말까지 사학법 거부 1000만인 서명 운동은 물론 불복종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사립학교법을 수용하는 것은 역사의 큰 죄를 짓는 것"이라며 "교육대란을 막기 위해서도 싸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30년 전 공립학교가 천막하나 치고 교육을 시작할 때 사학인들이 가세해서 교육을 담당하며 애국을 했는데 이제 와서 도둑으로 몰고 있다"면서 "사립학교를 접수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중 조 회장이 신학기 학생 배정 거부 등 예정된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히자 옆에 서있던 이석연 변호사는 '본질론'을 계속 강조했다. '수업권'에 피해를 주면서 싸움을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학생을 볼모로 한 싸움이 절대로 아니다. 본질은 사학법이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배수진을 쳤다는 의미에서 학생 배정 거부 투쟁이 나왔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줬으면 좋겠다."
학교법인의 자율성이냐, 공공성이냐
청구인이 이날 제기한 사학법 헌법소원은 학교법인의 자율성과 교육의 공적인 기능 가운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위헌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논란은 개방형 이사제와 감사 선임 규정, 학교장 임기제 도입 등이다.
한나라당과 사학법인연합회가 핵심적으로 문제 삼고있는 개방형 이사제는 학교법인 이사의 4분의 1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 가운데 선임하고, 감사는 2명으로 늘려 그 가운데 1명을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도록 했다.
또한 각급 학교 장의 임기는 4년을 초과할 수 없고, 1회에 한해서만 중임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개정 사학법도 헌법 소원 대상이다.
헌법재판소는 우선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이번 헌법소원 청구의 적법요건을 심사하고, 청구요건이 적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30일 이내에 전원재판부에 회부할지를 결정한다.
헌법재판소법 법에 따르면 사건 접수 180일 이내(6개월)에 선고를 내리게 돼있어 내년 6월 이전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행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지방선거 등의 정치적 일정과 맞물려 선고가 늦어질 수도 있다.
청구인 대리인 이석연 변호사는 "내년 7월 1일부터 개정된 사학법이 적용되는 만큼 그 이전까지 여야가 만나 협의해 사학법을 수정하면 헌소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