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8일 오후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정부여당의 날치기 사학악법 원천무효 및 우리아이 지키기 범국민대회'
28일 오후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정부여당의 날치기 사학악법 원천무효 및 우리아이 지키기 범국민대회' ⓒ 장재완

연일 한나라당이 사학법 원천무효를 외치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당초 한나라당은 사학법 원천무효 주장과 관련 비리재단을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대전 장외집회에서 지역의 대표적 비리 사학재단 이사장을 연사로 내세웠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자"던 이사장, 알고 보니...

28일 오후 한나라당 대전시당, 충남·북도당은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에서 박근혜 대표와 당 지도부, 당원 등 7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여당의 날치기 사학악법 원천무효 및 우리아이 지키기 범국민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규택 한나라당 사학법무효화 투쟁본부장과 강창희 대전시당위원장, 홍문표 충남도당위원장, 손영화 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대전지회장, 학부모 대표 허현옥 씨 등이 연사로 나서 '개정사학법의 무효화'를 주장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연사로 나선 박근혜 대표는 "사학법이 시행되면 교육현장은 전교조에 의해 장악되어, 이념 주입의 장으로 변할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 전교조를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문제는 박 대표에 앞서 연사로 나선 대전 D학원 이사장 김모 목사입니다. 김 목사는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위기에 처한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연설하며 기염을 토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바로 대표적 비리 재단으로 지목됐던 사학에서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또 이같은 사실은 <오마이뉴스>를 비롯 지역언론에 대서특필됐기 때문에 지역내에서 알만한 사람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30억 횡령·8억3천만원 불법 대출도 들키지 않았습니다

김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D학원 산하 D중학교 행정실장 유모(51)씨는 지난 5월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공금횡령 혐의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유씨는 1996년 학교 수익재산을 담보로 해 학교법인 명의로 18억원을 대출받아 횡령했고, 학교개축 공사비 명목의 국고보조금 12억원도 전액 횡령하는 등 모두 3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또한 김 목사의 아들인 안모(41)씨는 98년 7월말 법인 예탁금을 담보로 5억원을 대출받아 자신의 개인 사업체에 사용하는 등의 수법으로 1년 6개월 동안 8억3천여만원을 불법 대출받아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처럼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쓰여야 할 수십억원이 행정실장과 김 목사 아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는데도 이 학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대전시교육청도 지난 2004년 4월 감사를 3일 동안 실시하고도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뒤늦게 검찰 수사로 이같은 사실이 발각되면서 학교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김 목사의 아들인 같은 재단의 D고등학교 교장 등이 횡령한 돈을 변제하여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고보조금을 횡령하고 재단의 재산을 마음대로 주물러도 제대로 된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학재단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생각합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누가 빈대인지 몰랐나요?

그런데, 그러한 비리사학의 이사장이 "개정된 사학법은 학교의 자율성을 파괴한다"며 개최한 집회에 참석해 연사로까지 나선 것입니다. 대체 그 분이 양심이 있는 분이신지, 정말 교육자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아가 한나라당은 왜 굳이 많은 사람 중에 이런 인사를 연사로 내세웠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사학법개정을 찬성하는 국민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러한 비리 사학 때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인데 말입니다.

특히 이날 김 목사에 앞서 연사로 나선 홍문표 충남도당위원장은 "3%의 사학이 비리에 연루되었을 뿐인데 나머지 97%에까지 올가미를 덧씌우려 한다"며 "사학법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다 태우려는 노무현 정권의 술수정책"이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한나라당과 홍 의원님께 묻고 싶습니다. 이날 김 목사를 연사로 모신 것은 무슨 연유 때문인지요. 설마 누가 '빈대' 인지를 몰라서라고 대답하진 않으시겠죠. 신문은 보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그 정도 비리로는 "빈대 축에도 못 낀다"고 답변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옳고 그름을 보는 눈이 그 정도로 뒤틀어져 있으리라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