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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전용철·홍덕표 농민이 사망한 가운데 '대국민사과문' 발표로는 부족하다며 사퇴압력을 받아온 허준영 경찰청장이 29일 오전 사표를 제출한 뒤 저녁 7시경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승용차를 타고 퇴근하고 있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전용철·홍덕표 농민이 사망한 가운데 '대국민사과문' 발표로는 부족하다며 사퇴압력을 받아온 허준영 경찰청장이 29일 오전 사표를 제출한 뒤 저녁 7시경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승용차를 타고 퇴근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9일 오전 사표를 제출한 허준영 경찰청장은 오후 6시 50분 경찰청을 나섰다. 허 청장은 퇴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여당에) 사퇴 압력을 넣을 만한 사람도 없고, 내가 압력을 받을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해 사의표명이 본인의 뜻이었음을 누차 강조했다.

허 청장은 또 자신의 사퇴가 "통치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허 청장은 "경찰청장이 사퇴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은 여전하다"면서도 "내일까지 예산안 처리 등 급박한 일이 많은데 내가 통치권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의 적임자'로 평가돼 온 허 청장은 자신이 떠나더라도 수사구조 개혁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허 청장은 "수사구조 개혁은 당연히 가야될 길이고 (이미) 많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검찰에서도 변해야겠다는 생각 갖고 있을 줄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사구조 개혁을 통해 국민들에게 편의가 제공되고 서비스가 잘 되면 검찰과 경찰 모두 상생하는 길"이라며 "그 일은 별 차질 없이 잘 될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허 청장은 마지막으로 "경찰관 생활이 보람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감을 벗게 돼 홀가분하다"고 심경을 밝힌 뒤 경찰청을 떠났다. 한편 청와대는 허 청장의 사표를 곧 수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허 청장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허준영 청장이 29일 저녁 경찰청 1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허준영 청장이 29일 저녁 경찰청 1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사퇴배경은 뭔가.
"연말 예산안 처리 등 급박한 정치 현안이 있는데 내가 통치권에 부담을 드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청와대나 여당에서 사퇴하라는 압력은 없었나.
"그런 것은 없었다."

- 사퇴할 만한 일이 아닌데 사퇴하게 됐다고 했는데 생각은 변함없나.
"경찰청장은 공권력의 상징이고 경찰의 명예와 관련된 직책이다. 돌아가신 두 분에겐 안 됐지만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특히 그 당시에는 농민들이 아주 안타까운 마음으로 성난 상태에 있었다. 또 APEC 기간 중이었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는 APEC 행사를 영향받지 않고 안전하게 치러야 할 부담도 있었다.

농민들의 안타까움을 헤아려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초긴장 상태에서 농민들의 집회를 관리해야 했다.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청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다. 다만 인권위 권고에 따라 현장에선 당연히 책임져야 할 것이다."

-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뚝심있게 잘 해 왔는데 사의를 표명하게 됐다. 앞으로의 대응은.
"수사구조개혁은 당연히 가야될 길이고 그 동안 많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검찰에서도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줄 안다. 수사구조개혁을 통해 국민들에게 편의가 가고 서비스가 잘 제공되면 검찰과 경찰 모두 상생하는 길이다. 그 일은 별 차질 없이 잘 될 것으로 낙관한다."

- 폭력 시위에 대응한 경찰도 어쩔 수 없었다는 일부 여론도 있는데.
"지금 상태로 가면 앞으로 또 제2, 제3의 불상사가 있을 수 있다. 경찰 쪽에서도 사망자가 나올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다. 평화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해 진압장비를 개선하고 불법 시위에 대한 처벌 법규를 강화하는 등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못된다. 결국 문화 문제다.

집회시위 문화를 평화적으로 가야 한다. 이번에 우리 농민들이 홍콩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선진국에서는 폴리스라인을 절대적으로 지키고 그것을 넘어서면 가차없이 처벌받는 풍토가 조성돼 있다. 경찰뿐 아니라 시민단체나 정치권, 언론 모두 힘을 모아 평화적 시위문화를 정착해야 해결된다. 새해에는 이것을 꼭 이뤄주시길 바란다."

- 여당 의원들의 압력은 정말 없었나.
"그런 압력을 넣을 분도 안 계시고 내가 압력 받을 사람도 아니다. 경찰관 생활이 보람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부담감에서 벗어나니까 홀가분한 측면도 있다."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 허준영 경찰청장이 승용차로 향하고 있다.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 허준영 경찰청장이 승용차로 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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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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