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내 정보인권이 위협받고 있다. 체계적인 분실물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데다 개개인의 미약한 정보인권의식도 한몫 거들고 있는 것.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K대의 경우 분실물을 습득한 사람이 각 단과대나 도서관 로비에 맡기면 해당 건물 관리자가 각 건물의 입구에 설치된 분실함 혹은 관리실에 보관한다. 물건을 분실한 학생들은 자신의 분실물을 지정장소에서 직접 확인하고 찾아갈 수 있게 돼 있다.
문제는 분실함 대부분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속을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점. 분실물 중에서도 특히 쉽게 개인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학생증, 운전면허증, 통장 등이 버젓이 방치되어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박수진(21)씨는 "학교에서 신분증을 잃어버린 경험은 없지만, 주민등록번호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학생증이 놓여진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치는 않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특정 대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S대, H대, K대, Y대, A대 등 서울시내 몇몇 대학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도서관, 학생회관 등에 투명한 분실물함을 비치하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대의 경우 학생증에 나타난 학번과 이름 등 개인정보가 드러난 부분을 다른 분실물로 살짝 가려놓았으나 관리가 소홀한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기자가 직접 분실물이 있어 분실물함을 찾아볼 수 있는지에 대해 관리자에게 문의하자 관리자는 분실물함을 열어 직접 확인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마음만 먹으면 분실물함 내 모든 학생증 혹은 통장을 확인할 수 있었고 몰래 가져가는 일도 가능할 듯 했다.
개인정보가 담긴 분실물은 금융 피해 등 제 2, 3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특히 최근 각 대학들이 앞 다투어 발급하고 있는 다기능 신형 학생증의 경우 물건 구입 시 카드 결제가 가능한 체크카드 금융기능까지 탑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학생증에 나타난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알아낼 경우 주인 몰래 신용결재를 할 수도 있기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김민섭 한국정보보호원(www.kisa.or.kr) 개인정보팀 과장은 "그런 상황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며 "각 대학의 분실물 관리실태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관리자 측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잃어버린 학생증이나 지갑을 학생들이 볼 수 없도록 보관하게 되면, 학생들이 쉽게 찾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K대 한 단과대의 경비원 김상호(가명·58)씨는 "분실물은 매일 쌓이는데 학생입장에서 일일이 관리실을 들락거리면서 이름과 얼굴을 대조하기란 힘들 것"이라며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분실물만 염두 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 부족 역시 문제
분실물을 둘러싼 이 같은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무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대학생 윤석호(23)씨는 "실제로 이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주위에서도 학생증이나 통장을 잃어버리면 재발급 받으면 된다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생 시절,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하게 하던 습관은 자칫 사회생활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자칫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정보보호원의 김 과장 역시 "학생증 분실 때문에 일어난 큰 피해사례는 아직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자신의 정보가 남들에게 노출되어도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면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자세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의 분실물 관리는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볼 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 차원에서 현재 각 지자체 지하철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실물센터처럼 분실물 관리를 일원화하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물품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할 것이다.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왕십리, 태릉입구역에 유실물센터를 설치하고 유실물 사진을 실시간으로 올리는(신분증의 경우 별도 관리) 등 온오프라인을 활용한 유실물 관리방식을 도입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실물종합정보센터(http://www.lost114.com/)의 경우, 지하철은 물론 경찰서, 공항 등에서 발생한 유실물은 물론 미아, 애견 찾기에 이르기까지 통합검색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피해를 보고 있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그로 인해 인생을 망치는 사례도 있다. 이런 점에서 대학내 분실물 관리가 허점을 드러낸 것은 우려할 만하다. 물론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분실 후에도 대학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각 대학들의 세심한 배려가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현대차 대학생매거진 '영현대(http://www.young-hyundai.com/)' 이병휘 대학생명예기자와 공동기획, 취재했으며 영현대 사이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