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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복 <화성 또 하나의 지구> 앞표지
이차복 <화성 또 하나의 지구> 앞표지 ⓒ 해냄
어릴 적에 내가 형제들과 우주 이야기를 할 때 달 다음으로 자주 했던 것은 화성이었을 것이다. '금성인간'이나 '수성인간'이나 '목성인간'이나 '토성인간'이란 말은 없어도 '화성인간'이라는 말은 있었기 때문이리라. 천체망원경으로 붉은 별 화성을 살펴보면서 "화성이 둥그렇게 보인다"하고 환호성을 올렸던 게 엊그제 같다.

인간이 지구 이외의 천체에 관심을 가진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그러나 행성 탐사를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겨우 수십 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 인류는 화성에 발을 딛지 못했다. 달과 다르다. 하지만 수많은 정밀 위성사진과 탐사로봇들이 대지 위를 움직이며 활동을 하였다. 그러나 썰렁하고 메마른 땅덩어리일 뿐, 지구인이 다가가 호흡하기에는 거리가 먼 행성일 뿐이었다.

얼마 전 화성이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화성이 지구에 최단 거리 접근을 했기 때문이다. 지구와 화성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졌던 것이다. 가장 멀 때인 3억9000만km의 1/5 거리인 6942만km까지 접근하였던 것이다. 이때의 화성은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보다도 두 배나 밝았으며, 앞으로 이처럼 밝은 화성을 보려면 2018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화성 또 하나의 지구>(2005년 8월 30일 해냄 펴냄). 제목에서 받은 첫 느낌은 외국 천문학자의 책을 누군가가 번역해 펴냈군,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차복씨. 서울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세계 독립화성연구가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으며 화성 탐사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들을 전문 분석하여 NASA가 설명해 주지 않는 화성의 신비를 전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화성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이씨는 최근 몇 년 동안 공개된 많은 위성사진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우리가 알지 못했던 행성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 않은가. 이씨는 문명의 흔적들을 화성 곳곳에서 발견했고, 생명체로 의심되는 사진들에서는 그 신비로움에 젖어들었다고 한다.

외계생명체의 존재에 낯선 우리에게, 가까운 행성에 지적인 생명체가 만들어 놓은 문명이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과학의 문제마저 신앙의 문제로 변질시키는 종교적 도그마가 적지 않은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대의 한계를 지닌 종교와 과학은 시간이 흐르면 깨어지는 것이 인류 역사의 모습이었다. 언젠가는 붉은 화성에 남아 있는 문명의 역사가 우리의 상식이 되는 시간이 올 것이다. -<화성 또 하나의 지구> 17쪽에서

이씨는 <화성 또 하나의 지구>라는 책을 통하여 화성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기존의 관념이라는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함께 화성여행을 떠나보자고 했다. 여행이 끝나면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씨의 주장을 다시 정리하여 말하면, 화성에는 먼 옛날 생명체가 존재했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생명체가 어떠한 이유에 의해 멸종해 버렸다는 말이다. 이씨가 위성사진을 예시하고 설명하는 글을 읽다보면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어디선가 '화성은 미래의 지구 모습'이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생명체가 절멸하다시피 한 몇 차례의 대재앙을 겪으면서도 지구는 푸른 행성을 지켜왔다. 그러나 인류라는 작은 체구의 생명체들이 번창하기 시작하면서 지구는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류로 인해 이미 많은 생명체들이 멸종되었고 이젠 생명의 모태인 지구마저도 위협받고 있다. - <화성 또 하나의 지구> 250쪽에서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던 게 사실이라면, 그건 인류에게 상당한 경각심을 던져주는 셈이다. 지구도 어느 때인가 생명체가 존재했던 행성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온갖 것으로 환경을 망가뜨리는 인간에 의해 화성 꼴이 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NASA의 위성사진 5만 장을 철저히 분석해 놓은 <화성 또 하나의 지구>를 읽으면서 나는, 인류의 지구 구하기 운동은 여러 단계 더 바빠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화성 또 하나의 지구 - 생명과 문명이 살아있는 또 하나의 지구, 화성을 만난다

이차복 지음, 해냄(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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