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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오후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가칭) 의원들이 2006년 예산안,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등을 의결했다.
지난 30일 오후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가칭) 의원들이 2006년 예산안,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등을 의결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둘로 쪼개진 국회는 새해 들어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만이 등원의 조건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은 "개정안을 내는 것은 한나라당의 자유지만 재개정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이미 못박았다.

따라서 여느 때 같으면 임시국회도 없는 한가로운 1월이지만 양당은 각자의 정치 일정대로 활발하게 '마이웨이'의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손끝은 지방선거로... "상대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열린우리당은 정동영·김근태 두 차기주자의 당 복귀와 이들의 자리를 이을 1차 개각,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 발표 등이 예정되어 있어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여권의 움직임에 철저한 '무시전략'으로 일관하며, 2월 임시국회 상정을 목표로 사학법 재개정안을 내놓고 방송토론, 지역구 의정보고회 등을 열어 '실내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연말 서울, 대구,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했던 장외투쟁을 중소도시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결국 손끝은 지방선거를 향해 있다. 양당은 이구동성으로 '상대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이란 전제로 5월 지방선거 때까지 현 상황이 계속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박근혜 대표가 지방선거 전략으로 사학법 국면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장기전을 예상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의 한 측근도 "한나라당이 그러면 우리도 별 수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은 "사활을 건 도박"이라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신년 정국 구상을 정국 해법의 분수령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한나라당은 "제1야당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뭔들 먹히겠냐"며 휘말리지 않겠다는 태도다.

한편 1월 양당은 모두 원내대표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열린우리당은 김한길·배기선 의원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고, 한나라당은 김무성·안택수 의원이 준비 중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두 차기주자의 손에,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의 손에 정국 운영의 핸들이 쥐어진 상태라 원내대표 선거가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 12월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의  조속한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 12월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의 조속한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 연합뉴스 조보희
[열린우리당] 정책과제는 일단 달성, 정국주도권 쥐어보자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겸 원내대표는 1일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새해 단배식에서 "국민들이 다시 우리에게 기대와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며 지난 연말 여권이 이룬 각종 정책성과를 과시했다. 또한 전병헌 대변인은 신년 논평을 통해 "민생체감형 경제회복에 정책역량을 총집중하겠다"며 양극화 해소와 경제활성화를 내세웠다.

열린우리당은 작년 잇따른 재보선 참배로 바닥까지 가라앉은 분위기가 비상지도부 구성 이후 연말을 거치면서 상당 부분 만회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3야' 공조를 이끌어내 예산안과 파병연장동의안을 처리했고, 범여권이 추진해온 부동산 투기잡기도 8·31대책 후속 법안을 처리함으로써 1차 과제는 달성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사학법 처리를 통해 개혁 지지층에 호소했다는 판단이다. 17대 국회 들어 천명한 '4대 개혁 법안' 중 국가보안법만 남았다.

주요 정책과제들을 달성한 열린우리당은 차기주자들이 당에 복귀해 여론 '흥행'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 보고 있다. 당권 경쟁은 치열해지지만 "그 자체가 당의 활력소"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의례적인 사진찍기'라며 민생탐방을 꺼려온 노 대통령이 대국민 스킨십의 폭을 넓혀가겠다는 것도 반기고 있다. 또한 노 대통령의 신년구상이 "비정치적인 것일 것"이라는 점도 지난해 대연정 제안을 '악몽'으로 기억하는 당으로서는 마땅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1월 한달 정치 일정이 무리없이 진행된다면 오는 2월 18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통해 지방선거 국면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당 지도부는 보고 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수도권과 호남에서 각각 하나씩을 건져도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승리라고 볼 수 있다"며 '의미있는 패배'에 주목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강금실 서울시장'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패배로 나오고 있어 그마저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일각에서는 완패의 경우 차기주자들의 거취는 물론,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통합론자들의 주장이다.

또한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으로서 한나라당과 마냥 대립각을 세울 수 없는 노릇. 파행이 장기화될수록 역풍이 여당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2월 임시국회마저 한나라당이 빠진 가운데 밀어붙일 수 없다는 것은 여당 내에서도 지배적인 견해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당 새 지도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한나라당 박근혜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와 고문 등  당직자들이 1일 염창동 당사에서 가진 신년인사회에서 `국가 정체성 수호'와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며 건배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와 고문 등 당직자들이 1일 염창동 당사에서 가진 신년인사회에서 `국가 정체성 수호'와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며 건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한나라당] '국가정체성 지키기'는 계속된다, 주욱~

1일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 차기주자들이 나란히 참석한 가운데 신년 하례식을 열었다.

이날 오전 현충원을 참배한 박 대표는 "우리가 나라지키는 소임을 다하지 못할 때 어떻게 호국영령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있겠냐"며 국가정체성 지키기를 다시 한번 모토로 내세운 뒤 "지방선거가 있는 올해 국민들께 희망을 드리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시장 역시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며 "단합해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자"고 건배를 제의했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년인사차 노 대통령 명의의 난을 갖고 박 대표를 예방했으나 박 대표를 대신 이강두 최고위원 등 당직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눈물을 보이기까지 한 지난 28일 의원총회를 통해 '강경투쟁' 방침을 재확인한 한나라당은 당분간 여야 대치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예산안까지 거부한 마당에 무엇을 더 생각할 게 있느냐는 것이다.

박 대표의 측근들은 "박 대표가 이런저런 계산 않고 당위만 생각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라며 "신년 여론조사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고, 여당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의 박형준 대표는 "여야 모두 지도부 선출이 예정돼 있어 당내 정치가 우선되는 시기인데다 여권이 여지를 주지 않으면 어떤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절대 질 수 없는 '치킨게임(한밤중에 도로 양쪽에서 두 명이 차를 몰고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 양상"이라고 말했다.

강재섭 원내대표 후임으로 새 원내대표가 들어서는 것이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김무성 전 사무총장과 안택수 의원 모두 강경한 입장이다.

김 의원은 "여당이 지금처럼 한나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안 의원은 "사학법 재개정 방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등원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원내·외 병행투쟁론자인 정의화 의원도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나경원 의원은 "국회를 이대로 계속 내버려두기는 힘들 것"이라며 "원내대표가 바뀌면서 좀 풀리지 않겠느냐"고 기대했지만, 여야 지도부가 바뀌면서 대화의 물꼬를 터온 그간의 관례가 이번에도 먹힐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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