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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섬진강 ⓒ 조태용
이른 아침의 강은 고요합니다. 아침 강은 서슬 퍼런 칼날처럼 날카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밤새 추위에 떨었는지 여기 저기 얼음 투성입니다. 하지만 태양이 비추기 시작하면 강물을 붉어지며 온화해 집니다.

섬진강
섬진강 ⓒ 조태용
떠오르는 해를 보며 강변으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강가에는 얼음이 얼어 있었지만 섬진강으로 흘러내려가는 작은 개울에서는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습니다.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보고 있으니 곧 봄이라도 올 것 같습니다.

섬진강
섬진강 ⓒ 조태용
이제 2월이 되면 매화가 꽃을 피울 것이고 매화가 지면 벚꽃이 피고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4월이 지나면 그 허전함을 철쭉이 매울 것입니다. 그렇게 섬진강에 여름이 오겠죠.

섬진강
섬진강 ⓒ 조태용
도시처럼 새로운 건물이 생기지도 않고 가로등도 거의 없고 반짝이는 네온사인도 없어 밤은 온통 컴컴하기만 하지만 매일 다른 모습을 펼쳐놓는 자연의 모습은 경이롭기만 합니다.

섬진강
섬진강 ⓒ 조태용
이른 아침, 섬진강 강변도로를 따라 출근을 하다가 산과 강이 만든 풍경에 취한 적이 한두 번 아닙니다.

제가 출근하는 길은 구례에서 하동으로 가는 19번 국도입니다. 구례읍 토지면을 지나 문척교를 지나면서부터 섬진강을 옆에 끼고 달리게 됩니다. 섬진강은 굽이굽이 온 몸을 꺾어 가며 흘러갑니다. 도로도 강을 거스르지 않고 강과 함께 굽이굽이 따라갑니다.

섬진강
섬진강 ⓒ 조태용
핸들을 꺾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들이 나타납니다. 이 길로 매일 출퇴근을 한 것도 벌써 1년이 되어 가지만 계절마다 다르고 하루가 다른 강과 산의 풍경 때문에 출근길은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섬진강
섬진강 ⓒ 조태용
출근을 하는 동안 내 차를 추월하는 차는 한두 대 정도. 30km가 넘는 출근길에 마주치는 차는 채 10대가 되지 않습니다. 아침엔 농어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서너 명을 빼고 나면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차도 사람도 없는 공간을 자연이 채우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길도 벚꽃이 피는 4월에는 꽤 붐벼서 차량 지체가 일어납니다. 더구나 모두들 섬진강에 취해서 속도를 줄여 버려 지체는 더욱 심해집니다. 잠시 분주했던 19번 도로의 풍경은 오래 가지는 못합니다. 벚꽃은 고작 2주 정도가 절정일 뿐이니까요.

섬진강
섬진강 ⓒ 조태용
그러나 이토록 아름다운 이 길을 우리는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구례 하동 19번 강변국도(전남 구례∼경남 하동)의 4차선 확장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미 끝났기 때문입니다.

즉 구례에서 하동까지의 섬진강 강변길을 4차선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입니다. 길을 넓히고 직선화시키겠다는 것이지요.

저는 출퇴근길에 단 한 번도 차량 지체로 고통을 받아 본적이 없습니다. 단지 벚꽃이 피는 그 짧은 2주 동안 차량 지체가 심하다는 이유로 확장 공사를 하겠다는 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하루라도 국토 어디선가 도로 공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고 모든 도로를 시원스럽게 뻥 뚫어야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는 정부의 도로정책이 만들어 놓은 또 하나의 치욕스러운 공사가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매일 이용하는 저 같은 사람이 전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도로확장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무엇일까요?

덧붙이는 글 | 농산물 직거래 장터 자연을 닮은 사람들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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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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