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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빠> 진행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과 아빠들
<부빠> 진행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과 아빠들 ⓒ 교육방송
'아빠는 아이들의 가장 훌륭한 놀이터'

<교육방송>이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어린이 프로그램 <부비부비 빠빠>(이하 부빠)의 제작 컨셉트입니다. 그 말 속에는 아이들과 아빠의 놀이 시간이 엄마보다 다소 적고, 아빠의 근력이 필요한 놀이가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부빠> 출연을 신청했는데, 어느 날 덜컥 당첨이 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초, 리허설과 녹화를 하러 방송국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난생 처음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공동 주연(?)으로 등장했습니다. 80년대 초반 대입학력고사를 마치고 겨울방학 동안 <문화방송>의 '조선왕조 오백년 설중매'에 엑스트라로 출연한 이후 방송 카메라 앞에 섰으니, 대략 20년만입니다.

녹화 들어가기 직전
녹화 들어가기 직전 ⓒ 교육방송
이런 감회도 잠시, 프로그램은 아빠들의 근육이 완전히 풀어질 정도로 확실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아이 열 명, 아빠 열 명과 진행자 두 명, 마스코트 두 명 등 총 스물네 명이 두 시간 동안 함께 뒹굴다보니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고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날 놀이는 농구공을 가지고 튀기기, 주고 받기, 점프, 골 넣기, 팀 대결 등으로 진행됐는데, 아빠의 땀을 요구한 것은 본 놀이보다 몸 풀기였습니다. <부빠> 주제가에 맞춰 아이들과 온몸을 비비고 트위스트를 추는 아빠들의 모습, 그러나 연출진에서는 좀 더 예쁘고 표정이 다양한 화면을 원합니다. 그래서 보통 두세 번은 같은 장면을 찍었습니다.

농구공 주고받기
농구공 주고받기 ⓒ 교육방송
안무에 신경 쓰랴, 안 돌아가는 트위스트 스텝을 비벼대랴, 게다가 ENG카메라가 코앞에 들이닥치면 힘들어도 웃어야지, 정말 진땀이 안 나오고는 못 배기는 상황입니다. 가장 힘든 일은 사실 함박웃음을 짓는 일입니다. 얼굴 근육이 굳어서 웃는 모습 연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몸 풀기 할 때 안면근육 푸는 시간도 필요할 듯합니다.

공 튀기기, 주고받기 등 가족 개별순서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지만 점프운동 시킬 때 아이를 허리높이 위로 수십 번 잡아 올리자니 어깨가 뻐근해집니다. 힘든 내색을 감추고 쓴웃음을 지으며 잡아주기 수십 번, 연출자의 '다시 한 번 가죠'라는 소리가 참 얄밉게 들립니다.

뿌뿌와 뿌뿌아빠, 빠빠와 빠빠아빠의 모습
뿌뿌와 뿌뿌아빠, 빠빠와 빠빠아빠의 모습 ⓒ 교육방송
마지막 순서로 다섯 가족씩 양편으로 나뉘어 '농구공 들고 달리다가 골대에 넣고 아빠랑 함께 돌아오기'란 무척 긴 제목의 게임을 했습니다. 출발선에서 아이와 농구공을 맞잡고 목표지점에 가서 아이가 공을 던지면 아빠가 골대를 움직여 골인을 시킨 후 출발 때처럼 돌아오는 경기입니다.

네 번 째 주자로 나선 저와 아이는 게임에 졌습니다. 상대 팀 아빠와 아이가 워낙 동작이 재빨라 이길 수 없을 뿐더러 우리 팀의 앞선 세 주자가 모두 이겨서 승부가 이미 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이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 때문에 아이에게 두고두고 구박을 받을 줄이야.

유일한 팀경기인 농구공 들고 달리기. 출발부터 승부는 결정 난 듯
유일한 팀경기인 농구공 들고 달리기. 출발부터 승부는 결정 난 듯 ⓒ 교육방송
작은 아이는 녹화 비디오를 보면 내내 까르르 웃다가 이 부분에서는 어김없이 "아빠, 바보야!" 하고 토라집니다. 당시 상황을 몇 번 설명해도 소용없습니다. 아이의 승부욕을 채워주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리지만 질 때도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있음에 위안을 삼습니다.

정신없이 게임을 하다보니 어느덧 두 시간이 흘러 녹화를 마칠 때가 됐습니다. 이렇게 흘린 아이들과 아빠, 제작진의 땀은 20분짜리 결정체로 변해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15분부터, 토요일 오전 8시 55분(재방)에 방송된다고 합니다.

상대팀은 돌아가고 있는 데, 이제야 골 넣기를하고 있는 모습
상대팀은 돌아가고 있는 데, 이제야 골 넣기를하고 있는 모습 ⓒ 교육방송
20년 전에는 모두 야외 전투장면에 동원된 엑스트라였지만 이번엔 첫 실내 세트에서 녹화를 하다보니 눈에 띄는 재미난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 중 재미나고 안쓰러운 장면 하나가 마스코트 인형 속의 연기자들이었습니다.

면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더운 세트장에서 솜뭉치를 뒤집어 쓴 인형연기자들은 쉬는 시간이면 뜨거운 열기를 식히느라 지퍼를 열고 부채질을 합니다. 인형연기자들은 또 성우의 목소리에 맞춰 행동연기를 하기 때문에 타이밍 맞추는데 신경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팀 경기에서 이긴 후 환호하는 모습
팀 경기에서 이긴 후 환호하는 모습 ⓒ 교육방송
그런데 아이들이 신기한 듯 만지고 둘러보면 정신이 사나워지기 일쑤입니다.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더위 속에서 웃기란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편, <부빠> 제작진은 유아와 함께 신나게 놀 준비가 되어 있는 아빠, 유아 앞에서라면 망가져도 좋다는 각오가 대단한 아빠, 평상시 잘 놀아주고 있는 모습을 만천하에 자랑하고 싶은 아빠, 그동안 못 놀아줬지만 앞으로는 잘 놀아주고 싶은 아빠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참에 한 번 신청해 보세요. 겨울방학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물론 높은 당첨 경쟁률은 염두에 두셔야겠죠?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하는 작은 아이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하는 작은 아이 ⓒ 교육방송

덧붙이는 글 | <부빠>는 6, 7세 어린이와 아빠가 함께 출연할 수 있습니다. 출연신청은 <교육방송> 홈페이지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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