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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근태 장관과 심창구 청장에게 마약성분이 포함된 약품의 오용 가능성에 대해 질의하는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
지난 2004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근태 장관과 심창구 청장에게 마약성분이 포함된 약품의 오용 가능성에 대해 질의하는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 ⓒ 이종호
"노 대통령한테 유시민이 좀 꼭 장관시키라고 해."

지난 4일 오후 3시 청와대가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하기 직전,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렇게 말했다. 농담처럼 지나가듯 한 말이지만 한나라당의 솔직한 바람이었다.

유 의원이 장관이 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집권세력의 중추인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국정운영 난맥과 무능력이 노출되고, 장기적으로도 이번 파동으로 '문제아' 낙인이 더욱 뚜렷해진 '유시민 장관'은 공격의 호재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유시민 장관 내정자 외에도 ▲지난 대선때 불법대선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뒤 사면복권되고 그 뒤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섰다 패배한 뒤 장관을 맡게 된 이상수 내정자 ▲집권당 의장에서 장관으로 자리를 바꾸면서 당내 비난을 받고있는 정세균 내정자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우식 부총리 내정자 ▲외교안보분야의 실무책임자에서 이 분야의 총책임자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맡게 된 이종석 내정자 등 이번 개각의 주인공들 모두가 한나라당에게는 좋은 먹잇감으로 보일 것이 분명하다.

머리아프던 한나라당 "개각과 사학법 투쟁과 연결시키자"

더욱이 사립학교법 개정안 문제로 4주째 장외투쟁을 벌이면서, 반대투쟁의 동력을 끌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으로서는 뜻밖의 호재가 생긴 것이다.

유 의원 내정 소식이 정해진 뒤, 한 당직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번 개각과 사학법 문제를 '노무현 정권의 실정투쟁'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여론이 대단히 높은 이번 개각파동을 노 정권의 실정의 하나로 위치짓고, 사학법 무효투쟁과 연결해 '노 정권의 실정'에 대한 규탄으로, 국민들의 동참을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박근혜 대표는 이미 "이번 개각은 사학법 날치기 처리의 연장선상"이라고 규정했다. 박 대표는 지난 4일 당 중앙위원회 신년인사회에서 "이번 개각만 보더라도 이 정권이 앞으로 어떻게 이 나라를 이끌어나갈지 보여준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내 사학법 원천무효 및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본부(이규택 본부장)도 "우리아이 지키기 운동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후 투쟁은 노 정권의 실정과 실책도 동시에 함께 규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오후 4시에 열 예정인 수원 장외집회에서도 이 문제를 부각시킬 계획이다.

이규택 본부장은 "아직 당론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불법대선자금 문제로 사면된 이상수 내정자나 구속 중인 윤상림씨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받는 이해찬 총리 등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판을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우리당 재편? 레임덕 우려? 유시민 키우기?... '개각의 이면'에도 촉각

한나라당은 동시에 개각파동의 이면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노 대통령은 대권주자들인 정동영·김근태 장관이 복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레임덕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코드가 맞는 유 의원을 내각에 배치하는 동시에 또 다른 대권카드가 있음을 보여줘 긴장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은 또 "이번에 갈등수습이 되지 않고, 여당이 정말 흔들리게 되면 정계개편 시발이 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김재원 기획위원장도 "소용돌이를 만들어서 당내에 자기 세력을 확실히 구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박형준 수요모임 대표는 "가볍게 보면 노 대통령 특유의 오기라 볼 수도 있고, 의도가 있다고 보면 우선은 '유시민 키우기' 또 하나는 정계개편까지는 아니더라도 열린우리당 개편까지는 생각한 것 아니겠느냐"며 "열린우리당의 강한 반발을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할 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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