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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살 청년 안형진씨. 그는 장애인이다. 전동스쿠터를 타는 것을 보지 않더라도 한눈에 장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씨는 언어장애가 있어 발음이 부정확해 오랜 시간 함께 생활을 해야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다. 실제, 나는 그의 말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들어야 했다.
안씨는 더듬거리는 말투였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안씨는 짧은 내용이었지만 의미심장한 말을 토해냈다.
"요즘 저는 텔레비전 보기가 싫습니다. 연말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장애인 관련 내용을 보면 화가 납니다. 한결같이 장애인을 도와줄 대상으로만 비춥니다."
안씨는 장애인 복지를 논의하는 정치권에도 쓴 소리를 뱉었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 말하는 장애인 복지는 거짓입니다. 장애인 문제는 '복지문제'가 아니라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할 수 있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안씨는 현재 민주노동당 영등포구지역위원회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민주노동당 활동에 올인 하려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결단은 무척 힘든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장애인 관련 정책은 민주노동당이나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이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많은 장애인 활동가들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을 선택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웠던 일이라고.
"장애인이 편하면 모든 사람이 편합니다"
그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생활한다. 안씨는 "영등포구는 서울에서 노원, 양천, 송파 다음으로 장애인이 많은 구"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영등포구 내에서 이동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얼마 전 여의나루역을 이용하려고 했을 때 역관계자로부터 공사 중이라 리프트 가동이 안 되니 여의도역을 이용하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나, 사는 곳인 문래역에는 아예 리프트 시설이 없어 매번 영등포구청역에서 하차한 후 문래동으로 이동해야 하는 힘겨움 등을 털어놨다.
내가 1분이면 다 말할 내용을 그는 오랜 시간을 들여 더듬거리며 한 마디 한 마디 발음해야 했다. 또한 내가 1분이면 갈 거리를 그는 1시간을 우회해서 가기도 한다. 그의 말대로 장애인 문제는 복지가 아니라 이동하고 생활하는 생존의 문제임은 분명한 것 같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 번쯤 다시 간추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건복지부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 뜨거운 만큼 말이다.
안씨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저는 장애인만이 아닌 소수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고 싶습니다. 영등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싸우고 싶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장애인이 편하면 모든 사람이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