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전 엽서에는 이런 문구가 없었는데, 이런 문구를 쓴 걸 보니 아쉽네요.
이전 엽서에는 이런 문구가 없었는데, 이런 문구를 쓴 걸 보니 아쉽네요. ⓒ 양중모
서로간에 상처를 줄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친구들이 믿는 종교를 존중해 주듯, 그들 역시 제가 믿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해 준 셈입니다. 그렇게 서서히 어린 시절 교회와 관련한 아픈 추억에서 벗어날 쯤, 집 우편물 함에 꽂혀 있는 한 통의 우편 엽서를 보고 그 기억은 어쩌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엽서에는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고는 말이 써져 있었습니다. 물론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명동이나 종로 등에 가면 때때로 이 팻말을 온 몸에 휘두르고 다니는 이들을 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연일 뿐이고, 굳이 다가가지 않으면 그들이 제 앞에 다가와 믿음을 강요하지도 않기에 그다지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우편함에 꽂혀 있던 엽서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사탕이 옆에 붙어 있고, 글씨체도 꽤 귀여워 보였습니다. 길거리에서 같은 문구를 외치던 이들은 지나치게 열성적이라 사람들이 무서워 할 수도 있어 가까이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치 제가 어린 시절 만났던 할머니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어린 시절 그 할머니가 아닌 이런 엽서를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유난히 먹을 것 욕심이 많고, 글씨를 못 쓰는 제가 보기에 예쁘게도 글씨를 쓴 엽서를 보는 순간 분명 강렬한 유혹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 엽서는 이전에는 교회에 나오라는 내용으로 옆에 사탕을 붙이고서, 수 차례 왔기에 더욱 더 관심이 갔을 것입니다. 전 이 엽서를 보내는 이들을 보면서 그래도 참 나름대로 열심히 애쓴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엽서를 받고 보니 또 다시 불쾌한 기억이 떠오르면서, 교회 전체에 대해 안 좋은 느낌이 다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교회에 다니는 모든 분들이 이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교회에서 말해주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너무나 굳건히 믿다 보니 종종 길거리나 전철 등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을 보곤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희 집 우편함까지 친절히 다가와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얘기를 넣어주고 계십니다.

이제, 그만 좀 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저희 집 우편함에 어느 분이 넣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께서 예수님을 찬양할 권리가 있듯 저 역시 교회에 다니지 않을 권리가 있고, 제 생각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이 덜 된 아이들에게 사탕으로 유혹하며 교회에 다녀야만,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시지는 않나요? 또 그 글을 보는 무신교나 타 종교 사람들의 경우 무척이나 불쾌해 할 수도 있다는 사실 모르시는 것입니까?

당신께 믿음의 자유가 있듯, 제발 저희에게도 믿지 않을 자유가 있음을 존중해 주십시오! 적어도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정도만이라도 빼주신다면 그것만이라도 고마워하겠습니다.

'우리에게 믿지 않을 자유를 달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