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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문시장이 화재로 잿더미가 된지 8일째, 2지구 피해상인들은 현재 안타까운 사연들을 안고 서문주차빌딩(이하 주차빌딩) 앞에서 추운 날씨 속에 투쟁을 계속 해 나가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1시 45분경 주차빌딩 앞에서 구호를 외치던 안혜숙(50)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그저께에도 한번 쓰러진 경험이 있는 안씨는 근처에 대기 중이던 소방관에 업혀 같이 구호를 외치던 주변상인들과 함께 인근 동산의료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주변상인들은 쓰러진 안씨를 계속 부축하면서 "쓰러지면 안 된다, 정신차려라"며 울먹이면서 외치기 시작했다.

주변 상인들의 말에 의하면 안씨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으며 첫 아이가 7살 때 남편을 잃고 홀로 자식들을 서문시장에서 번 돈으로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안씨의 가게의 경우 보수한 지 이틀 만에 화재가 발생, 그간의 가게 보수 비용은 물론 기존의 채무까지도 변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가게를 보수할 때 안씨의 아들이 번 돈까지 어렵게 투자한 탓에 상심은 더욱 컸다. 안씨는 실신한 직후 약 15분 뒤 의식을 회복했으나, 더 이상 집회에 참가가 어렵다고 판단한 주변 상인들이 귀가를 권유해, 현재 자택에서 회복 중이다.

안씨를 부축해 온 주변상인들은 쓰러진 안씨의 모습을 보고 오열했다. 한 상인은 "같이 살자고 하는 건데,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은 사람들을 왜 이렇게 도와주지 않나"며 오열했고, "지금 숨은 쉬고 있을지라도 우리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상인은 "아들이 대학에서 장학금까지 타서 왔는데 축하도 못해주고 여기서 시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가장 추웠던 '소한'인 지난 5일, 서문시장 2지구 피해상가 상인들은 추위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 한 상인은 "목이 안 돌아갈 정도로 혈압이 올랐고, 지금은 약이 없으면 버티지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보내면서 투쟁하는 상인들도 있다. 2지구 2층에서 '박커피 아줌마'로 통하는 박희선(58)씨는 28년간 2지구 2층 상인들에게 커피와 차를 판 돈으로 살아왔다. 2층 통로 한켠에 자그맣게 자리 잡은 유일한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하자 박 씨 또한 망연자실해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박 씨의 남편이 20년간 만성폐쇄성폐기종 및 천식을 앓아왔으며, 그간의 병원비를 커피와 차를 판돈으로 지불해 왔지만, 화재로 인해 병원비조차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영진전문대에 재학 중인 아들의 등록금걱정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 씨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영세상인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중앙정부나 대구시청은 언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외에도 다양한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2지구 상가 상인들은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할 따름이다. 상인들은 조속히 특별재난구역 지정과 생존권 보장에 대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아직 중앙정부나 대구시청의 행정당국의 대답은 묵묵부답인 상태다.

덧붙이는 글 | 서문시장 상인들은 '이 화재가 잊혀지는 것'을 너무 두려워 합니다. 이 기사를 읽고 상인 분들에게 힘을 실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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