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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6일 오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음주중 당의장 출마여부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6일 오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음주중 당의장 출마여부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정동영 전 장관은 달랐다. 목소리는 나직했고 표정은 차분했다.

지난 2일 김근태 전 장관은 당 복귀 신고식을 하며 2·18 전당대회를 겨냥 "다시 한 번 정치혁명이 발생한다, 저 김근태와 함께 정치 대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해 당의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렇게 먼저 깃발을 꽂고는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정 전 장관은 연초를 전남 장성 백양사에서 머물며 '나홀로 구상'에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는 지난 5일 광주 망월동 국민묘지에 참배를 하는 것으로 현실정치에 첫발을 내딛었으며, 이튿날인 오늘(6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 복귀 신고식을 가졌다.

김 전 장관이 '개혁 정체성'을 내세워 사실상 자신을 겨냥해 실용 노선은 "혼란과 혼선, 무능이었다"고 비판한 것과 달리 정 전 장관은 불거진 쟁점현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지선 스님에게서 얻은 화두를 꺼내들었다. 초심(初心)과 하심(下心). 처음에 먹은 마음과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마음이다.

이어 정 전 장관은 '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한다`는 보조국사 지눌의 말을 인용. "땅을 민심으로 바꾸면, 민심 앞에 넘어진 자, 민심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스스로 낮추려는 마음을 잊고 국민의 눈에 오만하게 비친 것은 아닌가 경계하고 자성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당권 도전?! "당이 살지 않으면 개인의 미래는 없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 전 장관의 준비된 인사말은 길지 않았다. "초심과 하심을 새겨 민심을 딛고 일어서자"며 산사에서 보내는 자신의 근황을 소개하는 수준이었다. 공식 출사표는 다음주로 미뤘다. 차기 당의장으로 가장 유력한 정 전 장관은 아직까지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공식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정 전 장관은 "오늘은 당에 신고를 하러 온 것"이라며 "좀더 원로 선배님들과 동료, 선후배들과 상의해서 다음 주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온 것은 정동영이 어떻게 당에 헌신할까였다"며 "저는 평당원이다, 장관이나 국회의원도 아니다, 당원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하는 게 당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약식 티타임에서도 같은 질문은 이어졌다. 역시 정 장관은 출마의 경우와 불출마의 경우 모두에 여지를 남기는 애매한 자세를 취했다. 정 장관은 "당이 살지 않으면 개인의 미래는 없다"며 기득권을 버릴 각오를 내비치면서도, "다만 당이 어렵고, 예상되는 행로도 가시밭길이지만 피할 생각은 없다"며 정면돌파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의 이 같은 고민은 최근 당내 사정이 대변하기도 한다. '유시민 입각' 반대를 정동영계가 주도했다는 지적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무슨 일이 터지면 대개는 무슨 '계'가 어떻다고 하는데 사실 관계에서 한참 벗어났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어 개각 후유증에 대해 "집권여당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에 상처를 받았다는 의원들의 정서를 십분 공감한다"면서도 "대통령의 권위에 부담이 생긴 것도 대단히 안타깝다"고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 전 장관으로서는 최근 당내에 조성되고 있는 '반(反)정동영' 흐름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더욱이 1월말 원내대표 경선이 '김한길 vs 배기선' 2파전이 되면서 전당대회 전초전의 성격을 띠는 것도 그렇다. 정동영계를 대표하는 김 의원에 맞서 김근태계와 범친노 그룹이 '배기선 추대'로 맞서는 모양새다. 작년 당헌·당규 개정 과정에서 유시민 의원이 주도하는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과 김근태 장관측의 전략적 제휴가 성사되기도 했다.

또한 5월 지방선거에 대한 부담을 누구보다 크게 느끼는 처지다. 승리는커녕 수도권과 호남 각각 한 석씩 건지는 '의미 있는 패배'에 대한 비전이 현재 당에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런 상태에서 지방선거 후폭풍은 당의장 책임론으로 제기될 수 있다.

당청 갈등 "집권여당 자부심에 상처, 대통령 권위에도 부담"

ⓒ 오마이뉴스 이종호
무엇보다도 향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김근태 전 장관과 달리 노 대통령과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맺어온 정 전 장관으로서는 '계급장을 떼자'고 맞붙기가 쉽지 않다. 이번 개각을 계기로 증폭된 당·청 갈등 해법을 마련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요인이다.

당내 상처를 어떻게 추스리겠냐는 질문에 정 전 장관은 "의원들과 당원의 심정을 십분 헤아려 마음의 상처가 있거나 위기가 오거나 할 때 역발상을 하면 이 때가 다시 하나가 되고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너무 스님같은 말인가(웃음)"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승패가 아닌 더 큰 '최종목표'를 생각하는 정 전 장관의 입장에선 당연히 고민할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이날 저녁 장영달 의원이 주도하는 당내 중진 모임에 김근태 전 장관은 참석하지만 정 전 장관은 일정상의 이유로 참석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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