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C와 함께 춘천에 사는 이외수 선생 댁에 다녀왔다. 올 봄쯤 나오게 될 김C의 책에 선생의 그림을 싣기로 하고 함께 밤을 새워 그림을 그리려는 요량이었다. 물론 그림은 선생이 다 그리고, 김C는 옆에서 노래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는 역할이었다.
굳이 김C와 이외수 선생을 엮어 무언가 만들어 볼 생각을 한 것은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조인트 콘서트를 위해 두 명의 뮤지션을 섭외할 때처럼 둘의 만남을 통해 훨씬 멋지고 신나는 무엇이 만들어 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둘이 한방에 앉은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김C와 이외수 이 두 사람은 여러 모로 비슷하다. 오랜 습작과 무명시절을 보내면서 자신들보다 먼저 시인이 되고 가수가 된 친구 옆에서 이외수 선생과 김C는 스스로를 담금질해왔다. 꿈만 쫓는 사람들의 고생은 원래 비슷한 법인지 모르겠지만, 둘은 똑같이 배도 곯아보았고, 집에서 쫓겨도 나 보았고, 오랫동안 안주인을 바깥양반으로 모시고(?) 살기도 했다.
그렇게 적지 않은 시간, 막연했던 시절을 오로지 노래와 글로 보냈던 이 둘은 그럭저럭(?)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지낼 수 있게 되었지만, 이외수 선생은 장외인간을 탈고 하고 '요즘 시대의 문장론'이라는 주제로 또 한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고, 김C는 3집 앨범 막바지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요즘이다 보니, 오히려 예전 보다 더 치열하게 소설쓰기와 음악 만들기에 빠져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김C가 윤도현밴드 공연에 게스트로 섰을 때였다. 무대에서 본 김C의 첫 인상을 이외수 선생은 '가슴이 아팠다'라고 말한다. 사실 두 사람의 삶에 '짠'한 구석이 있다는 것은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화려한 조명 아래 노래하는 김C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았다는 것은 짧은 순간 두 사람이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김C와 이외수를 별난 사람이니, 살인불만이니 또 장외인간이니 하지만, 그렇게 이 두 사람은 세상을 조롱하고 불만을 터트리고 비난을 퍼붓지만, 그러나 누구보다 이 시대와 삶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이라는 것은 왕성한 창작활동 하나만 보더라도 의심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여하튼 두 사람을 붙여 보겠다는 계획은 성공해서 이 둘은 그림을 그리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그 밤을 샜다.
선생이 40여 장의 그림을 그리는 동안 김C는 1,2집과 레퍼토리와 새로 나올 앨범의 노래들을 불렀고 마지막에 '구아바송'까지 부르며 장단을 맞추었다. 작업이 끝나고, 첫잔부터 취해 막잔까지 간다는 이외수 선생은 김C에게 새로 나올 음반의 노래를 청해 들으며 술을 마셨고 버티다 지친 김C는 결국 거실에 쓰러져 잠들었다.
그 상태면 한 이틀은 잠 안자고 계실 것이라는 사모님의 푸념을 들으며, 잠든 김C를 깨워 서울로 향하며 든 생각은, 여하튼 그 '짠'한 스스로의 과거사에 대해 김C도 이외수 선생도 그다지 원통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가까운 사람들을 더욱 '짠'해지게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과 이렇게 별난 두 사람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 시대는 건강하다는 사실. 이거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써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