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모닥불 주변에 모여 있다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모닥불 주변에 모여 있다 ⓒ 김정수
2006년의 시작과 함께 마산 불종거리의 불종타종식에 다녀온 후 기사를 올리고 나서, 눈을 붙일 틈도 없이 새해일출을 보러 가기로 했다. 약간의 고민 끝에 함안의 도항리, 말산리 고분군으로 향했다. 이제껏 새해일출은 대부분 바닷가에서 보아왔는데, 함안에서 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분에서 보는 일출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졌다.

새벽 5시30분에 출발해서 6시경에 함안 박물관에 도착했다. 일출 행사가 7시에 시작되는데, 주차장에는 아직 5대 정도의 차만 있을 만큼 한산했다. 대부분의 일출 행사장이 새벽5시 이후에는 주차공간이 없을 만큼 복잡한데 비하면 너무나 한산한 모습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책로를 따라 10여분을 오르자 행사장이 보였다. 행사장에는 10명이 채 안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평화통일 기원제를 올리고 있다
평화통일 기원제를 올리고 있다 ⓒ 김정수
드럼통에 모닥불을 피워 놓아 그 앞에서 몸을 녹이며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장 한켠에는 하늘로 띄울 풍선이 줄에 매달려 있다. 모닥불 너머로 함안 시내의 야경이 펼쳐진다. 도심처럼 화려한 네온사인의 반짝거림은 없고, 가로등과 아파트의 불빛이 전부라 평온하게 와닿는다.

하늘을 보니 수많은 별들이 초롱초롱 빛을 발하며, 새해의 첫날밤을 밝혀주고 있다. 흐려서 새해일출을 보기 어려울 거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일출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마산에서 출발할 때는 별을 하나도 못봤는데, 도시에 살던 별들마저 일출을 보기 위해 이곳으로 여행을 온듯하다. 모닥불 옆에 붙어서 추위를 피하고 있는 사이 사람들이 서서히 몰려들기 시작했다.

평화통일 기원제를 올리는 행사장 전경
평화통일 기원제를 올리는 행사장 전경 ⓒ 김정수
7시가 되자 행사가 시작되었다. 행사장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대략 2000~3000명 정도 되어 보인다. '민주통일자문회의 함안군협의회'의 '평화통일기원제'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고분 앞에 병풍과 제례음식이 차려진 가운데 관계자들이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절을 했다. 사람들이 제단 주변으로 빙둘러앉은 가운데 엄숙하게 식이 진행되었다.

이어서 '새해도약을 위한 우렁찬 북울림' 행사가 있었다. 제야의 종 타종처럼 모두 33번의 북울림이 있는데, 한사람이 3번씩 북을 쳤다. 진석규 함안군수, 김영덕 국회의원 등 관계자분의 북울림이 이어졌다.

'둥, 둥, 둥'

유은진 어린이가 북울림을 하고 있다
유은진 어린이가 북울림을 하고 있다 ⓒ 김정수
새벽을 깨우는 북울림에 새해 희망이 실려 있었다. 마지막에는 조현성, 유은진 어린이가 북을 쳤다. 키가 작아 북채를 머리 위로 뻗어서 치자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졌다. 어른들에 비해 북소리는 작았지만 많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진석규 군수의 신년사와 국회의원 등의 축사가 이어지고, 박향순님의 <일출이여, 역수의 땅을 비추어라>(이달균 시인의 시)는 축시 낭송이 이어졌다.

동신예술단의 '가야인의 소리공연'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일출 시간이 다가오자 공연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서로 좋은 자리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자리를 잡느라 분주했다. 일부 사람들은 고분 위에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하늘이 서서히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가자 사람들은 시선은 산능선에 집중되었다.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고분 위에까지 올라가 있다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고분 위에까지 올라가 있다 ⓒ 김정수
"아니, 간절곶은 벌써 해떴냐? 여기는 아직 해가 안보여."
"그래. 우리 일출보고 이제 집에 가려고."

옆의 아주머니는 울산 간절곶으로 일출을 보러간 친구와 통화를 하는 모양이었다. 한반도에서 가장 일출이 빠르다는 간절곶에서 해가 떴다니, 이곳도 곧 해가 모습을 드러내리라 기대가 되었다.

산 너머로 새해 일출이 떠오르고 있다
산 너머로 새해 일출이 떠오르고 있다 ⓒ 김정수
'어둠 속에 묻혀있는 고운 해야
아침을 기다리는 애띤 얼굴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애띤 얼굴 솟아라'

마음속으로 마그마의 <해야> 노래를 부르면서 일출을 기다렸다.

"야! 해가 보인다."
"와! 해 나왔다."

해가 떠오르고 소망풍선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해가 떠오르고 소망풍선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 김정수
해가 산 너머로 고개를 내밀자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 나온다. 사람들이 손에 쥐고 있던 풍선을 하늘로 띄워 보내기 시작했다. 오색풍선이 하늘을 뒤덮는 가운데, 2006년 새해가 밝았다. 7시 51분에 해가 떠올랐으니, 간절곶보다 무려 20분이나 늦게 새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구름 한점 없는 가운데 산 너머로 맑고 둥그런 해가 솟아오른다. 그렇게 2006년 새해가 부푼 희망을 안고 모습을 드러냈다. 셔터소리가 연신 이어지는 가운데,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아라가야풍물연구회의 '풍물한마당' 공연을 끝으로 해맞이 축제는 끝이 났다. 10분간의 공연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많던 사람들은 대부분 자리를 떠났다. 공연이 끝난 후 산책로를 따라 함안 박물관으로 내려가자 광장에서 떡국을 나눠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선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떡국을 맛있게 먹고는 마산으로 돌아왔다.

함안박물관 광장에서 떡국을 나눠주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
함안박물관 광장에서 떡국을 나눠주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는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