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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청구서를 가지고 결제를 하러 1층으로 내려갔다. 그사이 나는 속으로 '아직도 카드결제가 2층에선 안되나?'라고 잠깐 생각을 했지만 진찰과 검사를 할 생각에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그날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고, 다음날 치료차 다시 병원을 들르게 되었다. 접수를 하고 수납을 하려고 무심코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자 창구직원은 또 카드가 안 된다고 했다. 카드로 결제를 하려면 1층에 있는 다른 수납창구로 가라며 전날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문득 화가 났다.
내가 그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건 정확하게 2002년 11월부터이다. 2003년 7월 여름이를 낳을 때까지는 적어도 한달에 한번 이상 방문을 했고, 그 이후에도 간혹 병원에 들르곤 했다. 그리고 이번 병원방문은 2005년 12월. 이 병원에 다닌 지 3년이 된 셈이다.
처음에 병원을 왔을 때도 2층에서는 카드가 되지 않았다. 그때는 병원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럭저럭 이해를 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3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2층에서 카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나는 창구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왜 카드가 2층에서는 안 되는거죠?"
"지금 설치중이거든요."
"카드기계 설치하는 게 얼마나 힘들면 3년 동안 설치중인가요?"
"네?"
"제가 3년 전부터 이 병원에 다녔는데요, 그때도 설치 중이었거든요?"
"……"
이 병원은 산부인과 전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임산부들이다. 여기서 잠깐 이 병원의 건물구조를 설명하자면, 문을 열고 병원로비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바로 1층 수납창구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2층 로비와 접수, 수납창구가 있다. 그런데, 에스컬레이터는 올라가는 것만 있지 내려오는 게 없다. 만약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가 있거나 바로 계단이라도 있다면 덜 불편할 것이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려면 두개의 문을 거쳐야 나타나는 비상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이렇게 불편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카드를 사용하려면 배부른 임산부들과 아픈 환자들은 다 1층으로 내려와서 결제를 한 후에 영수증을 들고 2층으로 다시 올라가야한다. 나는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카드결제기를 설치하는데 3년이 걸린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사실, 그날 수납창구에서 나는 카드가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내려가기가 귀찮아서 금액도 얼마 되지 않으니 '현금으로 내야겠다' 생각하고 현금을 내밀며 이야기했었다.
"그럼 현금영수증 좀 끊어주세요."
"현금영수증 여기서는 안 되구요, 영수증 가지고 원무과로 가셔야하거든요."
나는 더욱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임산부와 환자에 대한 배려가 이렇게 없어서야…. 아니, 이건 배려차원도 아니고 당연한 걸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병원이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실력 있는 의사들로 채워져 있어 환자들을 얼마나 잘 보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환자들을 위한 이런 기본적인 환경도 갖추어 놓지 않고 좋은 병원이란 소리를 듣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1층에 내려가 결제를 하면서 직원에게 또 물어보았다.
"2층엔 카드가 왜 안 되는거죠?"
"2층엔 지금 카드결제기를 설치중이예요."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대답이다. 이 병원에선 도대체 몇 년이 지나야 2층에서 카드결제를 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병원에 갈때마다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갔을때도 또 똑같이 대답하는데 정말 화가 나더군요. 환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병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