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지현(13·금곡초 6년)이의 집은 충남 아산시 배방면 수철리 산골짜기에 있다. 학교에서 집까지의 거리만도 어림잡아 1km가 넘을 듯하다. 경사도 걸어다니기에 어른들도 힘들어 할 정도다.
6년 전 지현이는 보통 때보다도 학교에 가는 길이, 집에 돌아오는 길이 더욱 멀고 힘들게 느껴졌다. 숨이 가쁘고, 정신도 혼미하고….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선뜻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주위의 도움을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결과 심장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지현이는 심장병이 얼마나 위험한지, 어떠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모른다. 그냥 '내가 아픈가 보구나'하고 단순한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에 병원비 걱정부터 들었다.
같이 살고 있는 친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한숨을 들으며 괜히 미안한 생각만 든다. 아버지 김온경씨는 얼마 전(99년 2월) 사망했다.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지만 면사무소의 사망신고서에 '객사(客死)'라고 기록돼 있는 것을 보면 편안 임종을 맞지는 못한 것 같다.
엄마 이명심(42)씨는 정신분열에 우울증까지 앓고 있다. 정신 1급으로, 아무런 생계 능력도 없다. 딸이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생계 유지는 모두 나이 드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몫으로 남았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의 지원금이 수익의 전부다. 그런데 돈이 많이 든다는 자신의 병원비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린 나이에도 얼굴보기가 민망했다고.
다행히 주위의 온정의 손길을 통해 무사히 치료를 마쳤다. 그로부터 6년여가 지난 지금, 자신을 위해 그렇게 애쓰시던 할아버지도 지난 9월 돌아가셨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자신의 처지 때문인지 성격이 그리 밝지 못한 지현이. 말 수도 줄었고, 웃음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도 숨이 차요. 평생동안 안 낫는다고 하더라구요."
평생을 심장병을 안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싫은 듯, 귀찮은 듯 대답하는 동안에도 얼굴에 그늘이 몇 번씩이나 드리워진다. 현재 세 식구는 아산 삼성전자(DP센터) 봉사팀의 도움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장래희망, 좋아하는 음식, 취미나 특기를 묻는 질문에도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는 지현이. 얼마 전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한 얘기를 듣고, 글쓰기를 좋아하냐고 묻자 그때서야 마지 못해 "그렇다"고 얘기한다. 평생 병을 안고 살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듯하다.
이런 지현이의 재능을 살려주고, 희망있는 미래를 지켜주고 싶어하는 할머니 정정례씨는 그래 주지 못하는 현실이 한없이 야속하기만 하다.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나도 이제 나이가 너무 많아 오래 돌봐주지 못할텐데 온전치 못한 지 어미 밑에서 어떻게 자랄지…."
이 겨울, 지현이네 가정의 쓸쓸함이 더욱 커보이고, 더 추워보인다.
덧붙이는 글 | 충남시사신문 1월3일자 게재 예정.(박성규 기자는 충남시사신문 소속으로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신문 및 인터넷언론 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지연(아산지역언론인연대)'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