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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안 인형극장
천막 안 인형극장 ⓒ 유성호
겨울방학, 오늘은 아이들과 어디에 갈까?

세상이 꽁꽁 얼어버리는 한 겨울,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놀까요? 혹시 온종일 방안에서 컴퓨터를 하면서 사이버 세상에서 시간을 보내지는 않을까요? 아니면 텔레비전 앞에 멍하게 앉아 있지나 않을까요?

겨울방학이 다가오면 부모님들의 걱정이 참 많습니다. 여름방학처럼 야외 활동이 쉬운 것도 아닌데 방학은 더없이 길기만 합니다. 게다가 방학 과제물로 가족체험행사까지 있으니 어딜 가긴 가야 합니다. 이럴 때면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이 박물관이나 기념관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곳에서는 직접 참여하는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형놀이 체험에 흠뻑 빠진 아이들
인형놀이 체험에 흠뻑 빠진 아이들 ⓒ 유성호
그렇다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활동에는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아울러 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까지 신경써야 하는 등 '놀거리'를 찾다보면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그래! 인형극 체험놀이에 한번 가보자!

이런저런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 인형극 체험놀이입니다. 지난 10일 도시 속 널찍한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인형극 체험장은 겨울방학을 맞이한 어린이들을 위해 특별히 인형극의 제작과정을 직접 체험하면서 호기심과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프로그램을 찾아 갔습니다.

무대 뒤는 어떤 모습일까? 소품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무대 뒤는 어떤 모습일까? 소품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 유성호
인형극 체험장에서는 인형의 외모, 표정 등 특징과 인형극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체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체험에 앞서 인형극 <애기똥풀>을 관람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문화체험을 했습니다.

부모의 숨은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애기똥풀>을 보고 나면 아이들이 무대 뒤에 가서 소품을 만지고 부리는 등 직접 시연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명, 특수 분장, 그림자 효과 등 인형극을 지원하는 다양한 요소에 대해 스태프의 설명과 더불어 직접 체험하면서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은 대부분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들. 때문에 부모들은 대부분 60, 70년대생입니다. 그래서인지 연극 <애기똥풀>의 시간적 공간인 1960년대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구멍난 양은냄비를 부모님 몰래 들고 나와 엿을 바꿔 먹다 혼난 일, 우리집에 왜 왔니 놀이, 야산을 뛰어놀다 동네 아이들과 다투는 장면, 그리고 꼴을 베고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 등 부모들의 어린 시절을 아스라히 생각나게 합니다. 특히 편모 슬하에서 가난과 아버지에 대한 아련한 기억으로 유년기를 보내는 주인공 '별이'의 모습에서 자신을 어렵지 않게 찾았는지도 모릅니다.

밖에서 본 넓고 아늑한 천막극장.
밖에서 본 넓고 아늑한 천막극장. ⓒ 유성호
색다른 공간, 색깔 있는 체험

체험 활동을 하는 장소 또한 아이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특색 있는 곳입니다. 서울 시내 한복판 대지 230평, 건평 180평의 저택 앞마당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한 겨울에도 따뜻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60,70년대 흔하던 풍경인 연탄재, 나무 전봇대, 그리고 시멘트 쓰레기통(모형).
60,70년대 흔하던 풍경인 연탄재, 나무 전봇대, 그리고 시멘트 쓰레기통(모형). ⓒ 유성호
주택가라는 특성을 살리고 부모님들의 참여를 고려해 옛날 천막극장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한겨울 비닐하우스 안에 마련된 객석 80석 규모의 천막극장에서 아이와 함께 인형극의 세계로 빠져드는 부모님들은 향수를 느낄 수 있고 아이들은 새로운 세계를 맛볼 수 있습니다.

인형극이 끝나면 참가자들은 2층 저택으로 들어가 인형극을 만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집안으로 들어서기 전 입구에는 연탄재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연탄재마저도 신기한 관찰 대상입니다. 어른들에게는 발로 차고 도망가고 싶은 아련한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직접 페이스 페인팅을 하는 어린이.
직접 페이스 페인팅을 하는 어린이. ⓒ 유성호
집안 곳곳은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소품으로 가득합니다. 60, 70년대 골목길에서 볼 수 있던 목재 전봇대와 콘크리트 쓰레기통, 그리고 연탄 난로가 아이들을 반깁니다. 그리고 방마다 인형극에 나왔던 각종 효과에 대한 체험코스가 준비돼 있습니다.

만들고 놀다보면 반나절 훌쩍... 허기 달래는 간식으로 마무리

인형극에 나왔던 그림자 효과를 이용해 부모들과 함께 짤막한 즉흥 공연을 벌이는가 하면 방을 옮기면 어둠 속에 깜빡이며 나타났던 반딧불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에서는 형형색색의 수성 형광물감으로 얼굴에 페이스 페인팅을 한 후 블랙라이트가 있는 방으로 가서 어둠속에서 반딧불이와 페이스 페인팅에서 반사되는 색의 향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블랙라이트 방에서 직접 만든 반딧불이와 형광 페이스페인팅의 빛을 즐기는 아이들.
블랙라이트 방에서 직접 만든 반딧불이와 형광 페이스페인팅의 빛을 즐기는 아이들. ⓒ 유성호
이러한 체험 프로그램에는 인형을 움직이는 배우 4명, 조명 및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스태프 4명, 원활한 진행을 위한 이끔이 4명 등 모두 12명의 관계자들이 꼼꼼하고 친절하게 어린이들을 인형의 세계로 이끌어 갑니다.

3시간 동안 쉴새없이 움직이던 아이들, 이쯤 되면 배꼽시계가 자명종을 울립니다. 모든 체험이 끝나면 참가자들과 스태프들이 모닥불 앞에 모입니다. 그리고는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맛난 간식을 먹습니다.

입김을 허옇게 토하면서 호호 불어먹는 별미, 그것은 한 솥 가득한 어묵입니다. 양껏 먹으면서 체험을 정리하는 시간, 인형들도 자기들만의 쉬는 시간을 만끽하고 있을 것입니다.

참가 어린이, 부모들과 스태프들이 입김을 호호 불며 나눠먹은 어묵 간식 시간.
참가 어린이, 부모들과 스태프들이 입김을 호호 불며 나눠먹은 어묵 간식 시간. ⓒ 유성호

덧붙이는 글 | 체험 프로그램은 오는 2월 28일까지 1일 2회(일요일 휴무)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극단 아름다운세상 문화체험센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예약은 홈페이지(www.playkid.co.kr)나 전화((02)953-1245)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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