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곰섬해변의 전경.
곰섬해변의 전경. ⓒ 김정수
새끼 잃은
어미 곰 한 마리
울고 있어
곰섬인가

자식 버린
어미가
곰섬에서
울고 있네

이근숙 시인의 시 <곰섬>에서


곰섬해변의 갈마섬은 낙타를 닮았다. 갈마섬 앞의 모래사장은 여름철에 해수욕장이 된다.
곰섬해변의 갈마섬은 낙타를 닮았다. 갈마섬 앞의 모래사장은 여름철에 해수욕장이 된다. ⓒ 김정수
홍성IC를 빠져나와 AB방조제를 건너 안면도로 가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더없이 좋은 길이다. 특히 겨울철에 간다면 방조제 주변을 맴도는 새들의 날개짓이 더없이 자유롭다. 필자가 충남 제일의 여행지로 꼽는 곳 역시 안면도이다보니 자주 찾는 곳이다.

마산에서 6시간을 넘게 달려야 만날 수 있는 먼 길이다 보니 1박으로도 성이 안차 보통 2박3일 일정으로 많이 다녀오는데도 나올 때면 왠지 뭔가 빼먹고 온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이 일대를 지나는 차량의 90% 이상이 안면도를 향할 뿐 안면도 입구에 자리한 곰섬해변은 인적이 드물다. 한창 피서철인 작년 여름에 다녀왔는데, 차와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을 만큼 숨어있는 보물같은 존재이다.

물이 빠진 곰섬해변에 배들이 정박해 있다
물이 빠진 곰섬해변에 배들이 정박해 있다 ⓒ 김정수
하지만 최근에는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지고 있다. 영화 속에서 조원(배용준분)과 숙부인(전도연분)이 거닐던 바닷가로 나왔던 곳이다.

최근에는 롯데 빈츠의 CF촬영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인근에 자리한 안면도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 일대는 거의 개발이 안 되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깨끗하고 한적한 어촌의 모습이 살아있다.

빠봉과 알빠봉 앞에서 어민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빠봉과 알빠봉 앞에서 어민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 김정수
곰섬해변은 충남 태안군 남면 신온리의 안면도 입구에 자리한 조용한 바닷가이다. 곰섬은 원래는 섬이었던 곳이나 퇴적작용에 의해 육지와 연결되어 지금은 섬이 아니다. 곰도 없고, 섬도 아닌데도 여전히 곰섬으로 불린다. 그 모양새가 곰을 닮았다고 해서 곰섬으로 불린다고 한다.

곰섬은 북한에도 있다. 평안북도 철산군의 철산반도 앞에 자리한 곰섬은 원래는 산봉우리였으나 황해가 생기면서 섬이 되었다고 하니 두 곰섬 모두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곰섬 해변의 송림 뒤로 빠봉과 알빠봉이 보인다
곰섬 해변의 송림 뒤로 빠봉과 알빠봉이 보인다 ⓒ 김정수
안면대교를 건너기 직전에 만나는 곰섬 삼거리에서 곰섬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염전이 나오고, 이내 바닷가가 보인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곰섬 회관이 나온다. 그 앞으로 펼쳐진 바다에 몇 개의 섬이 떠 있다. 뒤쪽에 있는 섬이 길마섬이고, 앞쪽의 바위섬이 각시녀이다.

길마섬은 낙타등 모양으로 2개의 봉우리가 붕긋 솟아있고, 그 앞으로 아주 낮게 땅이 연결되어 가다 제일 앞부분에 삼각형 모양의 작은 산이 솟아있다. 꼭 낙타가 몸의 일부분을 물밖에 내민 채 목을 길게 빼고 걸어가는 듯한 형상이다.

곰섬 해변의 송림은 휴식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곰섬 해변의 송림은 휴식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 김정수
그 앞쪽의 각시녀라는 바위섬에는 등대가 세워져 있다. 바위는 꼭 배타고 멀리나간 서방을 기다리는 각시를 닮았다. 이곳부터 곰섬 해변이 시작되는데, 이곳 풍경은 시작에 불과하다. 회관을 지나 비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들어가면 또 하나의 비경을 만난다.

소나무가 우거진 바닷가에 차를 세우면 영화 속 풍경이 그대로 잡힌다. 해변에 조성된 방풍림이 멋진 휴식공간이 된다. 조그마한 항구에는 배들이 정박해 있고, 그 뒤로 낯익은 바위가 보인다. 조원이 숙부인과 산책할 때 뒤쪽에 배경으로 잡힌 큰 바위를 이곳 사람들은 빠봉이라 부른다. 그 뒤에 있는 작은 바위는 알빠봉이라 한다.

안면도회센타의 낙지볶음
안면도회센타의 낙지볶음 ⓒ 김정수
그 옛날 조상 때부터 그렇게 불리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의미는 아무도 모른단다.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솟은 빠봉에는 제법 많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신비롭다. 바위로 이루어진 산에 수시로 바닷물이 들고 나는데도 다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그 바로 뒤에 약간 떨어져서 있는 바위는 알처럼 둥그스럼하다.

빠봉과 알빠봉 주변에는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예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일대는 여름철에 간이해수욕장으로 활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조용한 어촌 풍경이 그대로 살아있어 연인들이 한적하게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다.

인근의 꽃지 해수욕장의 일몰이 유명한데, 곰섬의 일몰 역시 장엄함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만조시가 촬영적기인데 바위섬 위에서 새색시 얼굴마냥 붉은 빛으로 바다와 하늘을 물들이며 마지막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해변 주변에는 편의시설이 거의 없으므로 오래 머물고자 한다면 간단한 먹거리와 식수 등은 미리 챙겨가는 게 좋다.

곰섬 여행정보

맛집

꽃지해수욕장 입구에 자리한 안면도회센타를 추천한다. 싱싱한 자연산 회가 입맛을 돋우는데, 안면도 바닷가에서 직접 잡은 해산물을 이용하여 요리를 한다. 해물탕, 낙지볶음, 낙지탕에서 우러나는 얼큰한 국물맛이 시원스럽다.

교통정보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를 빠져나와 29번 국도를 타고 해미방면으로 간다. 갈산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662번 지방도를 따라 서산간척지방면으로 간다. AB방조제를 건너 원청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77번 국도를 타고 안면도 방면으로 달리다 곰섬삼거리에서 곰섬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대중교통

태안에서 안면도행 시내버스를 타고 곰섬해변 입구에 내린다.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는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