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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 대영빌딩 6층 소재 인터넷기자협회 사무실(민중의소리 편집국)에서 계획된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와 인터넷언론인들과의 간담회가 민주노총 등의 실력저지로 무산되었습니다. 이 논란의 직접 당사자이기도 한 인터넷기자협회 대변인인 이준희 시민기자가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힌 글을 보내왔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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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기자생활 10년 동안 취재원과의 무수한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 한번도 예정된 인터뷰나 간담회 등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취재원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언론인의 기본입니다. 신뢰 형성 없이 정보습득은 이뤄지지 않으며, 정확한 팩트 없이 국민의 알권리도, 언론자유도 신장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내적인 원인이 아니라 취재원과 기자 사이의 인터뷰 약속이 외부의 물리적 요인에 의해 방해받고, 무산된 것은 기자생활 1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입니다.
민주노총은 자신들이 입주한 빌딩에 북한범죄정권 발언을 한 버시바우 대사의 진입을 용납할 수 없다며 반미에 입각한 자신들의 행동을 당연시했습니다. 버시바우 미대사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비대위 지도부와 간부들의 입장을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반미로 모든 게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외부의 강압적, 물리적 저지에 의해 취재원과의 소중한 약속이 깨어진 것은 언론 자유 침해입니다. 민주노총은 1.12 성명에서 '방문목적도 명확하지 않으며, 미국의 한국 진보매체에 대한 언론공작이 아니거나 정치적 이벤트'로 버시바우 대사와 인터넷언론인간의 간담회를 정치적 문제로 비화시키고 왜곡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런 오만과 파쇼적 사고로 인해 기자가 지켜야 할 취재원과의 약속은 무참히 깨어졌습니다. 우리는 버시바우 미대사 부임 이래 인터넷채팅 등 직간접적 접촉을 통해서 미대사와의 토론회나 간담회, 심지어 등산도 제안했습니다.
민주노총이 우리에게 '방문목적이 명확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주장이며 우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자가 취재원과 인터뷰를 하는데 별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정상적인 언론활동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가 버시바우 미대사라서 문제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버시바우 대사 뿐만 아니라, 여건이 된다면 저는 부시대통령과도 인터뷰 하고 싶고, 그 장소는 그가 협회 사무실에 오든, 백악관이든 어디든 무방합니다.
편리를 따져 인터뷰 장소를 정할 수도 있지만, 기자는 1차적으로 취재원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그가 협회로 직접 오겠다고 한 것을 우리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우리는 간담회를 통해서 일련의 대북발언과 위폐 논란 등에 대한 명확한 증거나 사실여부를 따질 생각이었습니다.
나아가, 미대사의 그러한 강경발언은 남북관계의 전진을 가로막고,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그야말로 통일진보진영의 견해를 직접 전할 계획이었습니다.
골목대장처럼 행동한 민주노총
그런데, 민주노총은 마치 골목대장 처럼, 우리의 자주적인 의사에 의해 결정된 버시바우 대사와의 만남을 무산시켰습니다. 이 모든 책임은 민주노총에 있습니다. 우리는 언론운동단체지만, 그에 앞서 언론노동자이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인터넷언론노동자입니다.
인터넷언론노동자의 정상적인 언론활동, 바로 생업활동을 민주노총 비대위 지도부들은 짓밟았습니다. 반미구호를 들고, 물러가라고 하면 모든 게 정당화됩니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터넷기자협회 방문을 막을 명분이 없자, 민주노총은 궁색하게도, 미국의 진보매체에 대한 언론공작, 정치적 이벤트라는 얼토당토 않은 색깔론 공세를 폈습니다. 한순간에 인터넷기자협회와 민중의소리가 미국의 공작에 놀아난 줏대머리 없는 머저리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민주노총 소속인 전교조가 지난 해 11월 APEC동영상 논란으로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에게 뭇매공세를 당할 때 일입니다. 버시바우 미대사와 인터넷채팅이 있엇습니다. 미대사는 북한인권을 거론하면서 북 체제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반박했습니다. "북한 인권 악화의 큰 책임이 미국에 있다." 미대사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대화는 2시간 가까이 이뤄졌습니다.
저는 APEC동영상 논란에 대해 물었습니다.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이 전교조 동영상을 공격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요? 버시바우 대사가 답했습니다.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고요. 이 답변을 동아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도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습니다.
이것도 인터넷언론인이 미국의 언론공작에 놀아난 건가요? 버시바우 대사에게는 미안한 말씀이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미국도 가끔 우리에게 도움을 줄 때가 있다" 바로 위와 같은 경우죠.
저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저열한 언론자유 의식과 인터넷언론노동자를 바라보는 천박한 사고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버시바우 대사가 민주노총과 충돌해 그걸 반통일보수세력의 집결로 이용하려고 한다고요? 그래서 그런 언론공작과 정치 이벤트를 막기 위해서 버시바우 대사를 저지했나요?
저는 민주노총이 오히려 버시바우 대사와 인터넷언론인간의 만남을 반미 문제로 비화시키고, 민주노총의 정치적 역량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이용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언론자유를 훼손했다고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들 인터넷언론인들이 버시바우 대사와 만나는 게 정치적 이벤트이고, 친미의 기제로 사용된다는 팩트가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불상사 우리는 책임 못 진다"
민주노총은 인터넷기자협회가 버시바우 미대사의 간담회를 공식 발표(10일 오전)도 안한 9일 인터넷기자협회에 보낸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공문을 통해 협회 방문을 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더욱 기가 찬 것은 협회의 공식입장 표명도 있기 전에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공문을 유력한 인터넷언론에 새나가게 했고, 이 기사가 보도되자, 버시바우 대사와 인터넷기자협회의 만남이 정말로 정치문제로 비화되어 버렸습니다.
협회는 버시바우 대사와의 만남을 조용하게 치루려고 했지만, 민주노총이 이를 정치문제화 하면서 민주노총과 인터넷기자협회의 갈등이 부각되어 버렸습니다. 이에 협회는 10일 오전 11시 30분께 민주노총 유력 간부를 찾아가 협회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행사에 대한 물리적 저지는 적절하지 않다. 필요하다면 우리가 민주노총의 입장을 미대사에게 직접 전하겠다. 우리의 정상적인 언론활동을 존중해 달라. 민주노총과 무관한 협회 방문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이 간부는 "협회가 강행하려면 알아서 해라. 어떤 불상사가 벌어져도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을 통제할 수 없고, 책임질 수도 없다."
저에게 이 말은 사실 협박과 같았습니다. 민주노총이 버시바우 대사 방문을 정치쟁점화하지 않았다면 일부 조합원들과 통일연대, 한총련 학생 등이 나서서 버시바우 미대사와 인터넷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저지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협회가 원칙대로 간담회를 진행하려고 하자, 민주노총은 10일 오후 주한미국대사관에 공문을 보내 '미대사 참석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행사 주최측은 우리인데 우리가 맞을 손님에게 행사 참석 취소를 요구한 것입니다.
저는 12일 오후 2시 대영빌딩 앞에서 믿지 못할 장면을 보고 말았습니다. 버시바우 대사에게 항의하고, 피켓팅을 하고, 구호를 외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항의에 찬성하고, 지지합니다.
그러나 민주노총 등은 완전히 전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현관문에다 새끼줄을 쳐서 사람이 못 들어가게 차단했습니다. '금줄', 이것은 산모들이 출산 직후에 치는 줄 아닙니까? 부정 타지 말라고요. 그럼 버시바우 대사가 악귀라도 되는 것 아닙니까?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나 끊임없는 대북 위협을 보면, 아니 그동안 미국이 한반도에서 해온 악행을 보면, 악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버시바우 미대사는 우리에게 취재원의 한명일 뿐이며, 대화를 가지기로 우리가 약속한 손님일 뿐입니다. 통일연대 관계자나 한총련 학생들까지 동원이 되어서 인터넷언론인간의 미대사의 만남을 차단할 만큼, 이 문제가 중요했던 걸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세종로 미국대사관 앞에 가서 기자회견 후 형식적인 항의서한 전달 퍼포먼스 그것이야말로 굴욕적인 행위 아닙니까? 아무런 힘도 권한도 없는 용역직 한국직원에게 그것도 철망 사이로 밀어넣거나 던져넣거나 하는 항의서한을 미국대사와 미국정부가 읽기라도 하나요?
정말로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것도 다 언론보도를 위한 준비된 정치적 이벤트 아닌가요? 이와는 달리 공개된 장소에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주한미국대사에게 한국민의 여론을 설명하고, 우려스러운 대북 강경 발언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려는 인터넷언론인들의 행위를 왜 민주노총이 막아야 하는 겁니까?
"명분이 없는 줄 안다. 내부에도 논란이 있다"
민주노총의 유력한 간부는 저에게 그랬습니다. "우리도 알고 있다. 인터넷기자협회에게는 미안한 일이고, 명분이 없다. 우리도 건물을 같이 쓰는 위치다. 내부에서도 누군가 쓴 '민주노총이 성숙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문건도 회람되었다." 그런데 이 간부가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가 버젓히 들어와서 지나가는 것을 우리 운동권은 용납할 수 없다."
저는 말했습니다. "저는 운동권이 아닙니다. 언론인입니다. 언론인의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론의 활동방식으로 미국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12일 수십명의 민주노총 간부와 조합원들, 한총련 학생 등에 의해 우리의 행사는 저지당했습니다. 이 행사는 미국대사관의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었고, 더욱이 '진보매체에 대한 언론공작'도 아니었습니다.
이 행사의 성격은 간단합니다. 진보적 인터넷언론인과 버시바우 미대사와의 탐색전일 뿐입니다. 우리는 탐색전을 통해서 미대사에게 공개토론회나 공개기자간담회 등을 요구할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런 정치적 의미도 없고, 그냥 취재원과 언론인간의 만남이었을 뿐입니다.
민주노총은 실력으로 버시바우를 막았고, 외형적으로는 성공했고,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실패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을 볼 때 민주노총의 주장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장은 어디까지 주장에 머물러야지, 그 주장에 경도돼 남의 행사에 재를 뿌릴 권리까지 민주노총에게는 없습니다.
행사무산에 대해서 민주노총은 단호하게 사과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이번 행사의 성격을 '진보매체에 대한 언론공작', '정치적 이벤트'로 규정했습니다. 민주노총 내부의 파시즘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12일 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노총에 항의를 갔습니다. 항의를 전할 당사자가 없더군요. 사무실에 계신 당직자에게 항의탈퇴서를 전달했습니다.
좌에 의한 일이든, 우에 의한 일이든, 언론의 자유는 침해당해서는 안 됩니다. 언론의 자유는 북한이든, 미국이든, 한국이든, 중국이든 어김없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미국이 대한반도 정책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미국대사관의 대변인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대사 간담회 무산에 대한 공동회견마저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민주노총의 속좁고, 이념에 경도되고, 색깔논리로 무장된 입장을 보면서, 저는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민주노총에게 도대체 언론자유란 무엇인가? 반미를 위한 언론자유인가?"
빌딩에서 멀찍이 벗어난 곳에서 홀로 성명을 발표하고 서둘러 자리를 뜨는 미국대사관의 대변인에게도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있는 것입니다. 공동 입장발표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정작 미대사에게 할말이 있으면 하라고 해도 거부하는 민주노총이 승리했다고, 사과할 이유 없다고 의기양양할 대의명분이 그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론의 무기를 꺽지말라
지난 2002년 6월 이후 저는 미국대사관 사람들과 많이 만났습니다. 혼란 속에서 정립한 저의 원칙이 있습니다. "많이 만나자. 많이 공개시키자. 많이 받아내자." 그 4년동안 아이도 가지지 않고, 밤 늦게 인터넷 언론자유를 신장시키는 일을 해 왔습니다. 미국대사관 사람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언론인들도 바보가 아닙니다. 우린 우리의 무기로 미국과 싸우는 것입니다. 그건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펜으로 말하고 보여주고, 전하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걸 꺽지 마시기 바랍니다.
민주노총의 건승과 발전을 기원합니다. 그러나 오늘부터 당신들과 결별하고자 합니다. 당신들의 각성과 사과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일부 인터넷매체 관련기사 독자게시판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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