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칠곡군에 위치한 주한미군 수리창의 광양항 이전과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전지로 거론되고 있는 전남 광양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준)주한미군기지 이전반대 광양만권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를 구성해 이전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
범대위는 16일 "주한미군 수리창 이전에 대한 사실 관계와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공개 질의서를 청와대에 보냈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질의서에서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공식적으로 수리창 이전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며 "그럼에도 백옥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은 기지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분노를 사고 있다"고 정부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범대위는 "일련의 추진 과정이 광양항을 무역항이 아닌 군사항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라며 "부산항(신항)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광양항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참여정부의 정책이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항과 광양항을 동시에 육성하겠다는 '투-포트 정책'을 포기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 아니냐는 것이다.
"항만 배후부지 미군에게 내주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이와 관련 범대위는 투-포트 정책과 광양항 활성화에 대한 의지와 계획을 표명해 줄 것도 요청했다.
이와 함께 대책위는 박준영 전남지사에게 "미군기지 이전은 정부 방침 확정과 국회 비준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백 청장이 광양시 등과 일체의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해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백 청장을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이충재 범대위 준비위원장은 "광양항 활성화는 기업유치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경제자유구역청은 미군기지 이전을 통해서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이전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배후부지를 미군에게 내주고 얻을 수 있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광양항이 군사항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이전 이후에 미군에게 선석을 내주어야 하고 선석 주변의 상시적 통제 및 무기 수송과정에서 보안통제를 강화해 항만운영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백옥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은 지난해 12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경북 칠곡군에 있는 주한미군 정비창고가 광양항 배후부지로 이전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고하면서 이전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미군 고위관계자들이 광양항을 수 차례 방문, 현지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백 청장은 지난 12일 <전남CBS> 방송에서 "추진중인 주한미군 기지는 헬기, 탱크 등을 수리하는 창고부대로 천명 정도의 규모"라고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범대위는 전남 여수, 순천, 광양, 경남 남해지역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며 범대위는 지방선거와 관련 전남지사 선거 입후보자들에게 분명한 입장 표명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