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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수 없는 붉은 유혹 딸기
참을수 없는 붉은 유혹 딸기 ⓒ 조태용
나 역시 딸기에 대한 추억 한 토막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1970년대 어느 시골 5월이다. 5월은 푸른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그리고 다름 아닌 딸기가 익어가는 계절이기도 하며 우리 동네에 유일한 딸기밭에서 서리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딸기밭의 고랑은 꽤 넓은 편인데 이유는 딸기의 넝쿨이 쉽게 뻗게 하기 위해서 그렇다. 딸기 서리는 보통 한 밤중 한 사람이 한 고랑을 타고 기어가면서 배불리 먹고 도망가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조금 난감한 일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개똥 때문이다. 딸기밭 위로는 보통 비닐을 이용해서 포장을 하는데 꼭 그 위에 개들이 똥을 싼다. 5월의 태양은 개똥을 고슬고슬하게 말려놓는다. 그럼 개똥은 딸기 만하게 뚝뚝 끊어져서 딸기밭을 나뒹구는데 한밤중에 서리를 하는 관계로 꼭 그 놈의 개똥을 한두 개는 먹고 만다. 개똥 맛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워서 할 말이 없지만 딸기보다 맛이 없는 것이 확실하다. 개똥을 먹는 황당한 일에도 불구하고 딸기의 달콤하고 새콤한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려워서 서리를 멈추지 않았던 추억이 있다.

딸기 하나 먹어 보세요.
딸기 하나 먹어 보세요. ⓒ 조태용
딸기가 국내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인 1920년대라고 한다. 최초 재배 지역은 딸기로 유명한 논산이다. 요즘은 하우스 딸기가 보편화되어 있다 보니 겨울철이 딸기의 적기가 된듯하다.

겨울철 딸기 사실 조금 비싸다. 큰맘 먹고 구입해도 개봉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쉽게 바닥이 나버린다. 웬만큼 먹어서는 배도 부르지 않고 새콤달콤한 것이 자꾸 먹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 딸기를 먹을 때는 접시에 적은 양만 덜어 하나하나 맛을 음미하면서 먹는 것이 좋다.

지난해 봄에 중국의 청도의 시장에서 딸기를 팔고 있는 상인들을 보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딸기보다 크기가 상당히 작았는데 커다란 대나무 소쿠리에 가득 담아서 판매를 하고 있었다. 먹어보니 국내산 딸기 보다 시큼한 맛이 강한 것 같다.

일본 역시 딸기를 좋아한다. 국내에 딸기를 심기 시작한 사람들도 일본인들이다. 일본 역시 큰 것보다는 작은 딸기를 선호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만 큰 딸기를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 작은 것이 인기가 좋은 유일한 과일은 귤이 아닌가 싶다. 귤의 경우 큰 것은 상품성이 없다고 하여 가격이 매우 낮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엔 큰 것이 더 비싸다. 그러고 보면 크고 작은 것에 대한 과일의 평가는 편견에 불과하다. 과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 "맛과 영양 그리고 안전성"이다.

딸기의 경우도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맛의 차이는 없다. 더구나 큰 것의 경우 딸기 조직이 치밀하지 못해 푸석한 맛이 날 수 있다. 딸기의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 중에 하나가 바로 경도다.

즉 단단함의 정도인데 요즘 같은 1~2월의 경우에는 딸기를 손에 잡고 손가락을 밀면 부러지는 정도의 경도를 가지고 있어야 맛이 좋은 딸기라고 할 수 있다. 크기는 맛하고는 상관없다. 단지 가격이 비쌀 뿐이다.

작고 못생긴 것이 맛이 좋아요.
작고 못생긴 것이 맛이 좋아요. ⓒ 조태용
지난해 봄에 경남 진주시 수곡면의 정만열씨의 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정만열씨는 유기농으로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친환경 농가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나 딸기 따기 체험을 하는 행사였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보기 좋게 키운 것들 그러니까 소위 상품성이 있다고 알려진 것들만 먹다가 실제 농장에서 못생긴 것, 작은 것들을 먹어 보고는 한결같이 못생긴 것이 더 맛이 좋다고 했다.

실제로 직거래를 하는 농가들은 이 작은 딸기를 모아서 키스딸기나 꼬마딸기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한다. 좀더 많은 양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 싶다면 인터넷을 통해 직거래로 작은 딸기를 판매하는 농가를 검색해보기 바란다.

요즘 딸기는 여름과일이지만 지금은 겨울과일이 되었다. 겨울에 더 많은 딸기기 재배되고 출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 한 겨울에 딸기를 구해오라는 못된 원님 이야기가 있다. 원님이 주인공의 아버지에게 딸기를 구해오라고 하자 주인공이 원님에게 아버지가 구렁이에게 물렸다고 한다. 그러자 원님이 한겨울이 구렁이가 어디 있는냐, 하니 아들이 한겨울에 딸기는 어디 있습니까? 했다는 이야기인데 요즘은 한 겨울에 딸기는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되어 원님 말이 맞는 시대가 되었다.

한 겨울에 먹는 새콤달콤한 붉은 색의 유혹 딸기의 맛에 빠져 보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농산물 직거래 농민에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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