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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이는 털털하고 적극적이고 나서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중심에 서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간단히 말해서 자칭 타칭 분위기 메이커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내는 몹시 순수하다. 그래서 캔디 만화책을 아직도 보물처럼 책장 속에 잘 간직하고 있다. 지금도 <가면속의 사랑>(한유랑)과 같은 순정만화를 애독하고 있다. 서영이랑 함께.
아내는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기를 무척 꺼려한다. 조용히 맡은 일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면서 내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딸내미와 자주 의견충돌도 일어나고 성격 차이에 따른 갈등도 간혹 일어난다.
요즘은 아내와 딸내미 모두 방학이라 집에서 자주 '공부'를 놓고 싸움이 벌어진다. 이 싸움은 복잡한 양식으로 전개된다. 다양한 요소가 다양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히 두 사람이 공부의 가치에 대해 달리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하다.
그러나 가만히 둘을 관찰해 보면 간단한 방정식이 드러난다. 아내의 방정식은 이차 방정식 아니 삼차 방정식이다. 그래서 복잡하다. 그렇지만 딸내미의 방정식은 간단하다. 일차방정식이다. 그래서 간단하다.
아내에게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복잡할 정도로 많다.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간단히 말하면 '미래'다. 아내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 속에서 살고 있다. 장차 딸내미가 갖게 될 직장이나 결혼 그리고 인생 등 모든 것을 현실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좋게 이야기 하면 거시적이고 미래 지향적이지만,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현실성이 떨어지고 자기중심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아마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들은 모두 '미래'에 살고 있을 것이다. 학부모는 과거와 현재 속에 살고 있으면서 자식은 '미래' 속에 가두어 놓는 것이다.
그렇지만 딸내미는 아니다. 딸내미는 단순하다. 공부의 미래가치는 두 가지밖에 없다. 휴대폰과 '특수목적고'다. 스스로 정한 목표이기에 우리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다 '현실'이다. 공부도 현실이고 잠자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공부하기 위해 잠을 줄여야 한다는 아내의 말에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 것이다. 음악프로그램을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으로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만 책 속에서 얻는 감동은 미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딸내미에게 중요한 것은 현실이지 미래가 아니다.
딸내미가 생각하고 있는 미래는 어떻게 생각하면 부모를 위한 딸내미의 '최대한의 배려'일지도 모른다. 물론 휴대폰은 공부의 결과가 가져오는 딸내미의 미래소득에 불과하니까 실제로는 상급학교 진학만이 딸내미의 미래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아내와 딸내미 사이에는 현실과 미래의 다름에서 나오는 커다란 갈등과 대립이 존재한다. 현실을 강조하는 딸내미와 미래를 더 중요시하는 아내는 아들 현진이의 결론처럼 '물과 기름 사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은 아내나 딸내미의 생각과는 매우 다르다. 미래는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가치가 있고 현실은 미래라는 꿈이 없으면 시간 낭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아내도 딸내미도 빨리 깨달아야 하는 것이 있다. 공부는 절대로 현실만도 아니고 미래만도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학부모님들이 미래 속에서 자식의 꿈을 그리고 있을 때 자녀들은 현실 속에서 미래의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실과 미래가 적절하게 조화되었을 때 꿈이라는 가치는 더욱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는 미래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현실에 발을 디뎌야 하고 딸내미는 현실에서 미래로 한발 내디뎌야 한다. 그러면 서로 같은 처지에서 같은 생각 속에서 같은 꿈이라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날마다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는 아내와 딸내미를 보면서 나와 아들 현진이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현진이 말대로 정말 수어지교(水魚之交)인지 아니면 오월동주(吳越同舟)인지를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노태영 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