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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 줄기세포 연구가 장밋빛 미래로 직결된 큰 이유는 유전병, 난치병 치료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믿음에 따라 줄기세포 연구에 맹목적으로 물적·심적 지원을 퍼부은 결과는 황우석 사태를 빚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난 14일 시민단체 '다함께'가 주최한 '황우석 사태로 본 과학과 사회' 토론회에 강연자로 나선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사진)는 황우석 사태의 원인에 대해 '과학적 사고의 부재'를 꼽았다. 자연과학에서 '과학적 사고'란 의외의 결과를 염두에 두고 현재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인데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과학적 사고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것까지는 가능할지라도 그것이 인체 안에서 어떻게 분화할지는 전혀 알 수 없다"며 "우리가 원하는 세포로 분화할 가능성보다 암세포로 분화할 가능성이 더 클 수도 있으나 이는 간과됐다"고 설명했다.

과학적 사고를 위해 최 교수는 '복잡계'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기예보도 하루 정도는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도 1년 정도는 알 수 없는 것처럼 복잡계에서 설명하는 생명현상이라는 건 복잡계 현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크게 받을 수 있는 환경영향을 현실적으로 제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광우병'은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프리온'이라는 단백질로 인해 생기는 광우병이 소에게서 처음 나타나게 된 원인은 양고기를 먹였기 때문이다. 풀만 먹던 소에게 빨리 살을 찌워 돈을 벌기 위해 고기를 먹였는데 프리온이 소의 뇌에서 번식, 소의 뇌를 파괴하게 된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런 결과는 아무도 상상 못했던 일이고, 지금은 사람에게까지 옮겨져 고칠 도리도 없는 병이 됐다"며 "복잡계 관점에서 유전병 치료와 줄기세포 연구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유전자 치료를 위해 실험은 계속돼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연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전병을 가진 사람들의 유전자와 정상인들의 유전정보를 면밀히 파악해 유전정보를 비교, 분석하는 것은 가까운 시일 내에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과학은 인류의 중요한 업적이나 소중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과학이 과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과학에 연관된 첨예한 이슈와 문제에 우리 사회가 동참해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핵심의견이다.

최 교수는 현재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생명현상을 포함한 '복잡계'를 가르치고 있고 '생명물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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