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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제가 독하다고요? 그 말 인정합니다."

5평 매장에서 530여 개 가맹점의 거구 프랜차이즈 기업을 일군 김순진 놀부 대표에게 이 '독(毒)'자를 빼면 시체. 그는 그 '독'으로 장독을 지키면서 전통의 맛을 재현하려고 노력했고, 독야청청(獨也靑靑)한 기세로 사업을 일궈냈다.

그에게 나오는 독한 에너지의 근원을 보면 과거 김순진의 생활 습관이 묻어나온다.

"농사하는 사람에게는 시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봄에는 적절하게 씨를 뿌려주고 여름에는 잡초를 뽑아주고 가을에는 추수를 해야 하는 것처럼 각 시기, 계절, 자연의 지속적인 변화에 맞춰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죠. 오늘 못하면 내일은 아예 없는 거라고 생각하며 어린 시절을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성실·지속형이라고 표현한다.

"뭔가 목표를 정하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안 됩니다. 꼭 이루기 위해 멈추지 않고 늦더라도 꾸준히 진행을 하지요. 그것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쌈 하나로 시작한 메뉴도 늘어나 브랜드만 놀부명가, 놀부부대찌개, 놀부집 항아리갈비, 솥뚜껑삼겹살 등 모두 8가지. 그러나 좋은 브랜드를 출시해도 프랜차이즈의 맥을 제대로 집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베테랑다운 조언을 전한다.

"시장 분석을 하고 수차례 담금질한 후에 '웰빙국수'를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식당에 줄을 길게 섰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지만 프랜차이즈에 적합하지 않아 사업을 접었습니다. 이유는 불 조절, 물 조절 등 미묘한 차이로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그것을 정확하게 해내기는 쉽지 않아 창업 새내기들은 해낼 수 없을 뿐더러 매장마다 맛이 다르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어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지요."

특히 그는 요즘 너무나도 쉽게 하는 외식 창업에 우려를 나타냈다.

"식당하다 안되면 쫄딱 망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닙니다. 머릿속에 장밋빛 꿈만 갖고 도전한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우선 식당 운영이 자기와 적성이 꼭 맞는지 따져보고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또한 비록 힘든 순간이 닥친다 해도, 그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쉽게 넘어가는 자세도 있어야 합니다."

그는 이제 외식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쳤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단지 배고픔을 때우기 위해서만 식당에 갔지만 요즘은 행복을 얻기 위해 갑니다. 맛있는 음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주고 대화도 맘껏 하게 하고 비즈니스 성과도 주고, 추억도 남겨줘야 합니다. 이 작은 공간에서 수없이 많은 것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생각 가지고는 힘들지요. 세심하게 고객을 파악하고 때에 따른 변화를 주는 것은 필수지요."

외식 사업은 웬만큼 성공했으니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보겠지 않겠냐는 말에 그는 손사래를 친다.

"사람들이 식당 아줌마라 해도 전 나답게 봐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골수 같이 느끼겠지만 한 번도 다른 일을 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계속 이 산업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그는 한류 바람을 타고 올 한 해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거라는 포부를 넌지시 던졌다. "이번에는 달러를 벌어볼 거"라는 그의 농담 섞인 말이 다가오는 이유는 19년 동안 한결같이 변하지 않았던 '김순진표 집념' 때문이 아닐까.

권미선 기자 kms@iwomantimes.com | 사진 노민규 기자 nomk@iwom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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