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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아오는 김포 홍도평
아침이 밝아오는 김포 홍도평 ⓒ 이현상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해 몸과 마음의 진이 빠질 즈음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되돌아가 휴식을 취하듯이 재두루미들도 빈들에서 하루 종일 떨어진 곡식을 주워먹다가 해가 질 무렵이면 잠자리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여명이 밝아오면 사람들이 그렇듯이 김포 재두루미들도 그들의 '직장' 홍도평으로 출근한다.

여명 사이로 선발대가 아스라하게 보인다.
여명 사이로 선발대가 아스라하게 보인다. ⓒ 이현상
해가 뜨기 전 이른 새벽부터 홍도평에 나가 재두루미의 출근 모습을 지켜보기로 한다. 멀리 하늘선이 있는 곳에 구름이 끼어 깨끗한 일출을 기대하기는 힘들겠다. 해가 완전히 솟았으나 오늘따라 출근이 늦다. 9시나 되었을까? 마침내 선발대 두 마리가 흐릿한 점으로 나타난다. 망원렌즈로 보니 우아한 날개짓이 재두루미임이 분명하다.

삼각산의 실루엣을 배경으로 비행하는 재두루미
삼각산의 실루엣을 배경으로 비행하는 재두루미 ⓒ 이현상
김포 재두루미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바로 아침 출근길이다. 그들이 흐릿한 점으로 보였다가 점차 다가와 아름다운 자태로 들판에 내려앉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김포 홍도평에 서면 해가 뜨는 쪽에서 그들이 날아온다. 그들이 편대를 이루어 날아오는 뒤쪽에는 삼각산의 실루엣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착지를 고르며 선회하는 모습
착지를 고르며 선회하는 모습 ⓒ 이현상
마치 재두루미들은 상상의 세계, 또는 신화 속에서 21세기의 아파트촌으로 갑자기 날아드는 것 같다. 매일 아침마다 수천, 수만 년의 시간여행을 하는 것이다.

착륙을 준비하는 모습
착륙을 준비하는 모습 ⓒ 이현상
재두루미는 비행할 때 두 다리를 뒤로 쭉 뻗어 날아간다. 양 날개를 폈을 때의 길이가 2m에 달하는 대형조류라서 빠른 날개 움직임보다는 기류를 잘 이용하는 비행술을 보여준다. 땅에 내려앉기 전에는 보통 1~2바퀴 선회하며 적당한 착륙지점을 고른다. 이는 아마도 착륙할 때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본능적인 동작으로 여겨진다.

날개를 활짝 펴 안전하게 착륙한다.
날개를 활짝 펴 안전하게 착륙한다. ⓒ 이현상
재두루미가 내려앉을 때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 랜딩기어를 내리듯이 뒤로 쭉 뻗었던 다리를 밑으로 내리며, 날개를 더욱 활짝 편다. 공기의 저항을 받는 면적을 넓게 하여 천천히 내려앉기 위한 동작이다. 마치 낙하산과 같은 원리인 것이다.

사실은 이런 비유들은 앞뒤가 바뀌었다. 랜딩기어, 비행기, 낙하산 등 인간의 발명품들이 수만 년 진화해온 그들의 비행술을 모방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파트촌 사이로 날아드는 재두루미
아파트촌 사이로 날아드는 재두루미 ⓒ 이현상
김포 재두루미가 또한 아름다운 때는 역설이게도 아파트 사이로 비행할 때이다. 이는 김포 재두루미만이 보여줄 수 있는 광경이다. 인간의 욕망이 개입하지 않는 곳, 문명이 닿지 않는 곳에 그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재두루미 때문에 아파트 건립을 애초부터 막을 수도, 이미 만들어진 아파트를 허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평화롭게 낙곡을 먹고 있는 재두루미 무리
평화롭게 낙곡을 먹고 있는 재두루미 무리 ⓒ 이현상
다만 현재 존재하는 최소한의 환경만이라도 지켜주고, 더 이상 그들을 구석으로 몰아가지 말아야 한다. 재두루미가 날개짓을 접고 우리 곁을 먼저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간과 재두루미가 공존하는 김포 홍도평의 모습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상이며,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풍경이다. 이보다 더 큰 자산이 어디 있겠는가?

덧붙이는 글 | 보다 많은 김포 재두루미 사진은 기자의 홈페이지 www.iskra.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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