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동국대 교수 직위해제가 24일 이사회를 통해 최종 판가름날 예정이다.
강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는 지난해 12월 26일 홍기삼 동국대 총장을 비롯한 교무위원들이 의결하고 이사회(이사장 현해 스님)에 안건으로 올라간 뒤 약 한 달여를 끌어왔다.
앞서 강 교수는 '한국전쟁은 북한의 통일전쟁'이라는 기고글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그 뒤 학교 측은 징계가 아닌 '행정조치'임을 전제로 강 교수에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고, 교수·시민단체는 이를 강하게 비난해 왔다.
이에 따라 24일 이사회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강 교수는 직위해제가 최종 결정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사회의 저항 또한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강 교수 직위해제 결정, 이사회 재고를 바란다"
시민사회단체는 23일 오전 동국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견이 존중되는 것이 민주주의와 대학자율의 근간"이라며 이사회에 대해 강 교수 직위해제 결정 재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나는 당신을 반대한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당신이 말할 권리를 방어하겠다"는 볼테르의 말을 인용하며 "강 교수의 학문적·사상적 소신에 따라 쓴 글은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될 지언정 사법적·행정적 처벌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또 강 교수의 직위해제 조치가 ▲현 사립학교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국가보안법 자체가 개정의 필요성이 있는 법률이라는 점 등에 비춰 옳지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를 직위해제할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조항에 대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안에 적용하는 것은 법정신에 어긋난다"며 "직위해제는 성추행·폭행·연구비 횡령 등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교수에 대한 기소 때 적용하는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 측은 사법부 판단이 내려지면 원상회복 또는 자동해직한다는 판단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러나 국보법 관련 사건이 판결되기까지는 수년간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위해제는 중립적인 조치라기보다는 비판적 관점이 들어간 적극적 행위"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직위해제가 "사법적 판결 자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난감한 동국대 "고령 동문은 직위해제, 젊은 동문은 철회 압력"
윤준하 환경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스트로가 쿠바혁명을 할 당시에도 대학은 국가미래를 짊어질 원천이라며 침략하지 않았다"며 "동국대가 강 교수의 학문적 자유를 지켜 대학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호성(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도 "강 교수 글은 학문적 규명과 토론을 거쳐야 하는 것이므로 직위해제 조치는 부당하다"며 "동국대 100주년을 맞아 역사에 감동을 주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정헌 문화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 박호성 참여연대 운영위원,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석태 민주화를위한변호사회 회장, 조희연(성공회대 사회학)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심익섭 기획처장(동국대 행정학 교수) 등 학교 관계자 3명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심 기획처장은 "직권해제가 결정된 것도 아닌데 일부 보수언론이 이를 크게 부풀려 학교에서 강하게 항의했다"며 "직위해제 결정은 이사회 고유권한이지만 이사회가 작은 것에 흔들이지 않는 대승적 차원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심 기획처장은 또 그 동안 동국대가 다양한 동문들로부터 직위해제 찬반 압력 받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80~90살의 고령 동문들은 직위해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고, 젊은 동문들은 철회를 요구해왔다"며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고육지책이 될 것"이라고 말해 이사회 결정의 어려움을 전했다.
한편 동국대 사회학과는 학교 측의 직위해제조치에도 불구하고 강 교수에게 다음 학기 강의를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 교수단체, 동국대 이사장 면담 끝내 무산 | | | 12월 28일 이후 세 번째 방문... "끝까지 싸우겠다" | | | |
| | ▲ 민교협, 교수노조 등은 23일 오후 동국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 교수 직위해제 즉각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안윤학 | 교수단체가 강정구 교수의 직위해제 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28일 이후 세 차례 시도한 동국대 이사장 면담이 끝내 무산됐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한국산업사회학회, 한국산업노동학회 등은 강 교수 직위해제 최종 결정을 앞둔 23일 오전 동국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재차 열고 이사장실을 방문했으나 현해 동국대 이사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이사장은 현재 강 교수 사태와 관련해 외부에서 회의를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교수단체 "차라리 총장을 직위 해제하라"
이들 단체들은 "(강 교수가) 재판 전에 강의를 금지할 만큼 부도덕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 결코 아니다"며 "동국대는 학생들의 수업권까지 침해하는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동국대는 '대자대비'를 근본이념의 하나로 하는 불교사학"이라며 "건학이념과 학문의 자유를 지켜내는 대학 본연의 임무에 따라 강 교수 직위해제 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만약 강 교수의 직위해제가 최종 결정되면 끝까지 싸울 것"임을 거듭 밝혔다.
김한성(연세대 법대) 교수노조 부위원장은 "세계 난치병 환자를 볼모로 거짓말을 한 황아무개 교수마저 보호하려는 동국대가 민주화, 통일운동에 앞장 선 강 교수를 내팽개친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라며 "전국 6만 교수들이 정치적·법적·학문적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관모(충북대 사회학) 학단협 공동대표도 "총장을 직위 해제해야 한다"며 "모든 연구자들이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돈문(가톨릭대 사회학) 산업노동학회 회장 역시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토론해야 할 교수들이 길에 나와 학문적 자유를 얘기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강 교수) 직위해제 철회와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동국대를 자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대책위 "일부 이사들로부터 긍정적 답변 들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동참한 동국대 학생 10여명은 이사회의 최종 결정이 긍정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최성화 사회학과 전 학생회장은 "이사회 임원 몇 명으로부터 '(강 교수 직위해제 철회와 관련해)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학과 이관용씨는 "일부 이사들을 무작정 찾아다니며 강 교수 직위해제 철회에 대한 우리 의사를 전달했지만 결과는 미지수"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동안 일부 동국대 학생들은 강 교수 직위해제 방침이 알려지자 '강정구 교수 사건해결을 위한 학생대책위원회'를 꾸려 학교 측에 지속적으로 항의 의사를 전달하고 이사장 면담을 요청해왔다.
학생대책위는 이사회가 최종회의를 여는 24일 오전에도 동국대 본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