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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9일 워싱턴 국무부에서 제1차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를 갖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9일 워싱턴 국무부에서 제1차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를 갖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정부는 지난해 12월 29일 개최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키로 결정해 놓고서도 그 결정을 '보안'에 부쳐 놓았다가, 이번에 워싱턴에서 열린 제1회 한·미 전략대화의 공동성명을 통해 워싱턴발(發)로 국내에 공개한 것으로 밝혀졌다.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는 육상·해상·공중에서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질 및 부품을 불법수송하는 선박·차량·항공기에 대하여 검문·검색을 통해 차단하자는 구상이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PSI 구상이 북한을 자극한다며 사실상 반대해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PSI에 대한 참여는 곧 미국의 북한 압박에 대한 우리 정부의 동의 또는 참여를 의미한다. 그런데 외교 당국은 왜, 어떤 이유로 이처럼 정책변환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의도적으로 PSI 참여 결정을 감추었다가 지난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통해 슬며시 공개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재천 의원,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의 NSC 시절 책임 거론

최재천 의원(서울 성동 갑·열린우리당)은 24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해 12월 29일 NSC는 미국이 같은 해 8월 중순께 요청해온 'PSI 8단계 협력요청'에 대해 대부분 응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면서 "하지만 이 결정은 '보안'에 부쳐진 채 이번에 한·미 전략대화의 공동성명을 통해 워싱턴발(發)로 국내에 공개되었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사위원이자 정보위원인 최재천 의원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 주도의 PSI 해상훈련은 13여회가 열렸다. 지난 2004년 10월에는 일본 도쿄만에서, 2005년 8월 15일에는 싱가포르만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최 의원은 "당시 미국은 우리 정부에 PSI 참가를 요구하였으나 북한과의 관계를 들어 불참했었다"고 전제하고 "훈련 직후 미국은 우리 정부에 다시 공식적으로 PSI 참여를 요청했다"면서 "그 요청에 따른 정부 내 결정이 12월 29일이었고, 그에 따른 발표가 이번 공동성명이었다"고 공개했다.

최 의원은 또 "한·미 외교장관이 전략대화에서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라는 이슈에 묻혀 한국의 PSI 참여는 어물쩍 넘어가고 말았다"면서 "이는 그간의 참여정부 외교안보정책과도 전적으로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어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의 대북정책과 무슨 차이가 있게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참여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주도해온 NSC가 지금이라도 나서서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왜 U턴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정확한 해명이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의원은 "더이상 이것은 인사문제가 아니라 참여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문제"라면서 "왜 이런 핵심사안에 대해 NSC의 기획·조정 책임자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만 있는가"라고 반문해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의 책임을 거론했다.

PSI 참여를 결정한 지난 12월 29일 당시는 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뒤였고, NSC의 실무책임자인 이종석 NSC 사무차장은 통일부장관으로 내정된 시점이었다.

지난 2004년 10월 26일 일본 사가미만에서 펼쳐진 미국-일본-호주-프랑스 4개국 대량살상무기해상압수기동훈련중 일본 해상보안청 헬기한대가 해골마크가 그려진 가상 대량살상무기 운반선위로 줄사다라를 내려 정예 대테러요원을 낙하시킬 준비를 하고있다.
지난 2004년 10월 26일 일본 사가미만에서 펼쳐진 미국-일본-호주-프랑스 4개국 대량살상무기해상압수기동훈련중 일본 해상보안청 헬기한대가 해골마크가 그려진 가상 대량살상무기 운반선위로 줄사다라를 내려 정예 대테러요원을 낙하시킬 준비를 하고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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