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달린 것 중 사람, 네발 달린 것 중 책상, 날아다는 것 중 비행기 빼고 모두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은 요리 하나만을 놓고 보면 그야말로 '요리천국'이다.
중국에 5년째 살았다는 한국인마저 "중국 식당에서 중국음식을 주문하는 게 아직 서툴러 귀한 손님을 데리고 가기가 두렵기조차 하다" 고 말할 정도로 중국 음식은 지역, 주재료와 양념, 요리방법에 따라 그 종류가 너무 많아 헷갈리고 알기가 어렵다.
심지어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살고 있는 중국인들조차도 '중국요리 죽을 때까지 공부하면서 다 먹어 보지도 못하고 죽는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이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중국음식 중에서 한국인들 입맛에 딱 맞으면서 깔끔하고 영양가도 풍부한 중국음식이 하나 있는 데 그게 바로 '훠꿔(火鍋)'이다. 끓는 물에 양고기나 각종 채소를 집어넣어 익혀 먹는 이른바 '중국식 샤브샤브'라 불리는 '훠꿔(火鍋)'.
잡탕의 맛 샤브샤브 훠꿔 전문집 번창 일로
'훠꿔' 요리는 1500여 년 전인 중국 삼국시대부터 즐기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의 사천(四川) 일대인 유비(劉備)가 세운 촉(蜀) 나라 때 군사 전략가인 제갈량(諸葛亮)이 만든 음식이라고 전해진다.
당시 군대에서 사용된 음식도구인 '오숙부(五熟釜)'-하나의 솥에 다섯 개 칸막이를 만들어 각각 다른 음식 재료를 넣도록 만든 솥-를 사용하여 음식재료를 넣고 몽땅 끓여 병사들의 '전투음식'으로 사용하였다 한다.
한편 베이징 등 북쪽 지방에서 볼 수 있는 몽고 텐트 모양의 신선로 형 훠꿔 음식은 몽고에서 유래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당시 몽고인들은 천막 안에서 신선로형 훠꿔로 공동 식사를 하였고, 음식을 끓이는 데 사용되는 불로 텐트의 난방을 했다고 한다.
어떻든 중국에서 훠꿔를 가장 많이 즐겨먹는 대표적 지역은 중국 서쪽 지역인 쓰촨(四川)이나 충칭(重慶)이지만 지금은 중국 어느 도시를 가도 훠꿔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보급되어있다.
중국에서 쓰촨 사람들이 훠꿔를 가장 즐겨먹는 이유는 기후와 연관이 있다. 쓰촨은 겨울에 습해 기관지병에 잘 걸리고 몸이 약해지기 쉬운 기후 조건를 가졌다. 그래서 쓰촨 사람들은 습한 기후를 이기기 위해 매운 고추가 들어가는 음식을 좋아하게 되었고, 불 화(火) 자가 들어간 훠꿔(火鍋)를 좋아한다.
현재 중국에 시장경제가 도입되어 훠꿔 전문 체인점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베이징에 30여개의 점포, 전국에 100여개나 있는 동라이순(東來順) 훠꿔 식당과 이보다 더 많은 체인점포를 가지고 있는 샤오페이양(小肥羊)이라는 훠꿔 전문점이 있다.
상하이와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서는 체인점의 훠꿔 식당과 개별적으로 경영하는 일반적인 훠꿔 식당도 많이 있지만 경제가 성장하고 개인 소득이 증대하자 해산물만 취급하는 해산물 전문 훠꿔도 생기는 등 차츰 훠꿔 식당도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요즘 중국과 인적 물적 교역이 많아지고, 중국 경제성장에 따른 중국에 대한 호감도 때문인지 중국식 샤부샤부 훠꿔 식당이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서울 유명 식당가에는 야생버섯 전문 훠꿔 식당까지도 생겼다 한다.
커다란 원형 냄비 안에, 태극 모양의 냄비에, 신선로형 솥에 육수를 가득 담고 고기, 채소, 해물 등 먹고 싶고 원하는 재료를 잔뜩 넣어 익혀 먹는 훠꿔는 많은 중국 음식이 그러하듯 짧은 시간에 열을 가해 조리함으로써 원재료의 맛과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더한층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훠꿔 주문 , 알고 하면 어렵지 않아
먼저 훠꿔 집에 들어서면 종이에 인쇄된 주문 메뉴판을 종업원이 준다. 주문 메뉴판이 조금 복잡하다. 하지만 훠꿔의 주문 방식과 메뉴판의 구성 요소를 미리 알고 나면 그렇게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훠꿔 주문 과정을 세세히 알아보자.
훠궈 메뉴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탕을 선택하느냐' 이다. 우리나라 방식의 찌개를 끓이는 큰 냄비가 바로 꿔(鍋)라 불리는 냄비이다. 이 꿔를 식탁 중앙에 두고 양고기, 돼지고기, 야채 등 각종 먹거리 재료를 넣어 끓는 물에 익혀 먹는 것이다.
주문의 시작은 기본 탕을 선정하는 것부터다. 이를 꿔띠(鍋底)라고 한다. 보통 우리 입맛에 맞는 기본탕 주문방식은 2가지이다. 토종 닭, 돼지 뼈 등을 넣고 우려내어 시원한 맛을 내는 맑은 탕인 '칭탕(淸湯)'과 육수에 중국 소스 종류인 '두반장' 등을 비롯해 각종 약재를 첨가한 매운 맛의 '홍탕(紅湯)'이 대표적이다.
개운한 맛의 칭탕과 매운맛의 홍탕을 결정하고 나면 우리 입맛에 맞는 돼지 뼈다귀를 우린 '뼈다귀탕'을 시킬 것인가? 동충하초와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고추 국물에 담궈 먹는 '마라꿔(麻辣锅)'를 시킬 것인가? 아니면 뱀과 각종 약재가 들어간 시원한 국물에 요리재료를 넣은 보신류의 탕을 선택할 것인가? 등 식당의 탕 종류 메뉴판을 보고 선택하여야 한다.
하지만 돼지 골, 오리 내장, 뱀장어, 맹꽁이 등 보기에는 혐오스러운 재료를 사용하는 탕도 있으므로 주의를 하여야 한다. 돼지 골의 쫄깃하고 독특한 맛을 즐기는 한국 사람도 있지만 잘못하면 가격만 비싸고 먹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태극 문양 선명한 위엔양 훠꿔 (鴛鴦火鍋)
개성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 사람들은 보통 꿔띠(鍋底)를 선택할 때 하나의 냄비인 칭탕, 홍탕을 선호하기보다 태극모양 냄비의 일종인 위앤양(鴛鴦.원앙)을 좋아한다. 위앤양은 한쪽에는 배운 맛, 한쪽에는 부드러운 맛으로 두 편으로 나누어져 있어 입맛에 맞게 주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엔양(鴛鴦)은 입맛에 맞게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은 셈이다.
태극마크에 담겨진 위엔양훠꿔(鴛鴦火鍋)를 보면 대한민국이 생각나고 금실 좋은 원앙새가 생각나 친근감이 저절로 생기는 데다 2가지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한국인은 꿔띠(鍋底)선택 할 때 자연스럽게 위엔양훠꿔를 선택한다. 다만 3인 이하 소수인원 일 경우에는 위엔양훠꿔가 맞지 않다.
개인주의화가 진행되는 시대를 반영하는지 훠꿔 전문점에 가보면 요즈음은 1인용 훠꿔도 나와 있어 개인별 훠꿔를 하나씩 앞에 두고 함께 온 일행들이 둘러 않아 각자 훠꿔를 먹기도 해 시장경제 도입이후 변화되는 세태의 한 단면을 느끼기도 한다.
양념장도 여러 종류가 있다
다음 선택은 탕에 익혀 놓은 재료들을 찍어 먹는 장(소스) 선택이다. 땅콩으로 만든 화셩쟝(花生醬)과 새우 등 해산물을 갈아 만든 하이시엔쟝(海鮮醬), 매운맛인 촨라쟝(川辣醬), 깨를 갈아 만든 마쟝(麻醬), 샹요우(香油.참기름) 등이 있다.
일행이 많을 때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 화셩쟝을 시키면서 매운 장도 시켜 놓고, 입맛에 맞추어 보통 참기름, 매운 고추 참기름, 쏸(蒜. 다진 마늘), 총(葱. 파) 등을 섞어 가며 먹으면 된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양념장에 보통 향차이(香菜. 고수머리)를 넣어 먹는데, 한국인에게는 향차이 특유의 냄새로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오랜 기간 중국 음식을 접한 사람은 무덤덤한 사람도 있지만 맞지 않는 사람은 따로 달라고 하거나 빼라고 하면 된다.
양념장과 첨가물 가격은 양념장과 첨가물 몽땅해서 가격을 받는 데도 있고 양념 첨가물 하나하나 가격을 따로 받는 데도 있다. 양념장외 첨가물은 무료로 주는 곳도 있다.
탕에 익혀 먹을 재료, 야채를 선택한다
그 다음은 탕에 넣어 익혀 먹을 음식 재료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입맛에 맞는 야채 재료로는 뽀차이(菠菜.시금치), 셩차이(生菜.청경채), 바이차이(白菜. 배추잎), 무얼(木耳.목이버섯), 찐쩐고(金针菇. 팽이버섯), 위환(魚丸 어묵), 뚜도우피엔(土豆片. 감자조각) 등을 선택하면 된다.
그 외 햄, 어묵 같은 가공품을 추가로 시키면 된다. 시아지아오(虾饺.새우만두), 虾丸(새우 어묵), 펀티아오(粉条.넓은 당면), 하이타이(海带.다시마), 푸쭈(腐竹. 말아 자른 두부) 등을 첨가하면 입맛에 맞고 국물 맛도 얼큰해진다. 중국인들은 국물을 마시지 않으나 얼큰한 육수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은 국물을 마시기도 한다.
만약 3~4명이 훠꿔를 먹을 경우라면 개별 먹는 양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략적으로 양고기 2접시, 시금치, 두부, 감자, 무, 죽순, 당면, 버섯, 팽이버섯 등을 각각 1접시 정도 주문하면 적합하다.
메뉴 주문서에 적힌 가격은 1접시 당 가격인데 새우 같은 경우는 접시로 하는 게 아니고 무게로 혹은 마리수로 하기도 한다. 일행이 적을 경우 너무 다양하게 한 접시씩 시키다 보면 먹지도 못하고 남기게 되므로 반 접시 주문 가능한지 물어보고 반 접시만 주문하면 경제적이다.
그리고 중국 훠꿔 식당에서는 맥주나 음료수를 1인당 한 병씩 무료로 주는 곳이 있다. 서비스 술을 마시는 것도 좋지만 훠꿔를 먹을 때 맞는 술은 아무래도 도수가 높은 바이주(百酒)이다. 한국음식 매운탕에 소주가 어울리듯 훠꿔에도 바이주가 제격이다.
훠꿔는 고기부터 먼저 먹고 채소는 천천히
주문하고 나서 꿔가 먼저 나오고 어느 정도 기다리면 음식 재료가 차츰 나온다. 나온 음식 재료를 끊는 탕에 넣은 후 익으면 양념장에 잘게 설은 파와 다진 마늘을 조금 넣고 비빈 후에 찍어 먹으면 된다.
탕 속의 육수가 끓으면 우선 고기를 익혀 먹은 후 야채를 먹는 것이 좋다. 신선한 고기를 먼저 먹어야 탕이 육수가 되어 야채를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육류는 보통 10초쯤이면 부드럽고 신선해진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지날수록 오히려 오그라들면서 맛이 없어지므로 고기부터 먹는다. 혹시 밥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분은 별도로 밥을 시키면 된다. 하지만 고기를 먹다보면 배가 불러 밥 먹을 생각이 안 생기기 쉽다.
훠꿔는 뜨끈뜨끈하게 먹을 수 있어 추운 겨울날 가족이나 친구들이 신선로를 에워싸고 여럿이 모여서 훠꿔를 먹는 광경을 많이 목격한다. 훠꿔는 2~3명이 먹는 것보다 다중이 모여 먹는 게 비용 측면에서도 절감된다.
훠꿔는 중국에서 겨울용 보양 식으로 출발하였으나 지금은 여름철에도 손님들이 많이 모일 정도로 특별한 계절이 없다. 유명한 훠꿔 식당은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품목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중국에서도 훠꿔 전문점이 많이 생기지만 한국에서도 '중국식 샤브샤브' 전문점이 하나 둘 생겨나는 게 확연히 눈에 띈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 고양, 탕 음식문화 동질성 , 매콤한 맛 유행 등의 이유 때문일 것이다.
훠꿔는 이제 중국과 한국에서 한국인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바다, 육지에 있는 온갖 산해진미를 넣어가며 한자리에서 둘러 않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중국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중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 입소문에 의해 훠꿔가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한국인이 즐겨 찾는 대표 중국 음식'이 되었다.
중국 '자장미엔(炸醬面)'이 한국에 전해져 한국인의 사랑받는 "짜장면"으로 변해 정착하듯 '훠꿔(火鍋)'가 조만간 예측하지 못하는 어떤 한국식 발음의 고유명사로 불리어 지며 '한글사전에 실릴 정도의 한국인이 즐겨 찾는 대중음식'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한국에 제대로 된 '중국식 샤부샤부 훠꿔', 잘만 차리면 '돈'이 될 성 쉽다!"
덧붙이는 글 | 상하이 소재 훠꿔 유명 전문점 안내
동라이순(東來順)
루완점 5306 -4407 루완구 스닌루(思南路) 9호
라이푸로우(來福樓)
루완점 5396-5572 화이중로 222호 리빠오광장(力寶廣場) 3층
헝산점 6474-6545 헝산로 10호 오우덩(歐登)보링장 2층
샤오페이양(小肥羊)
루지아빈점 6315-1717 루지아빈로(陸家濱路) 1390 호
난단로점 6438-1717 난단로(南丹路) 169호
----------------------------------------------------------------
유창하 기자는 다음카페 '중국 상하이 한인 모임'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운영자이다. 중국 상하이 문화, 역사, 경제, 한인들 살아가는 이야기 등을 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