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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 전망대에서 이현수와 이현경! 이현수는 자세를 잡았네요
도라산 전망대에서 이현수와 이현경! 이현수는 자세를 잡았네요 ⓒ 이종일
12시 정각에 일본인 관광객과 외국 관광객 등 30여명을 태우고 버스가 출발했습니다. 어린이는 현수 현경이가 유일했고 초등학생 언니 오빠 두 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어른들이었습니다. 출발하면서 기사 아줌마가 안내를 해줍니다.

안내해주는 멘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우리는 쌀 주고 비료 주고 소도 공짜로 주는데, 이곳으로 하루에 덤프트럭이 170대 정도 통과하는데, 돌아올 때는 모래를 돈 주고 가득 싣고 온다고 합니다. 이 소리를 듣고 모두 웃었습니다.

검문소에서 신분증 검사를 위해 군인 아저씨가 올라왔습니다.

"이현수 ! 군인아저씨한테 충성 안 해?"
"충성!"

현수가 소리 높여 경례를 합니다.

차가 다시 제 3땅굴을 향해 출발합니다. 아빠도 이곳은 처음입니다. 아빠는 강원도에서 근무를 했지만 이곳 서부전선을 텔레비전에서만 보았을 뿐입니다. 바깥 풍경은 어느 농촌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버스가 커다란 도로를 벗어나 꼬불꼬불 2차선을 도로에 접어들면서 길옆에 지뢰라는 빨간 표지판이 보입니다. 길이 아닌 곳을 가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기사 아줌마(?)가 합니다. 아빠는 실감합니다. 항상 지뢰와 같이 근무를 했으니까요….

현수가 지뢰라고 읽습니다.

"저기 넘어가면 꽝하고 폭탄이 터져요 그러니까 가면 안 되겠지요…."
"응~"

자뭇 심각하게 대답합니다.

지구를 붙이기 위해서 힘을 쓰는 이현수! 저런~ 아줌마 엉덩이를... 아빠가 밀어보라고 시켰습니다.
지구를 붙이기 위해서 힘을 쓰는 이현수! 저런~ 아줌마 엉덩이를... 아빠가 밀어보라고 시켰습니다. ⓒ 이종일
제 3땅굴에 도착해서 외국인에게는 헤드셋을 주고 한국 사람은 그냥 들어가라고 합니다. 통역기능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비무장 지대에 대한 실상을 알려주는 영화를 7분 정도 상영했는데 현경이는 영화를 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기 사슴이랍니다. 비무장지대에서 뛰어 노는 아기사슴이 나왔었거든요.

영화가 끝나고 바로 전시관으로 갔는데 전시관에는 민간인으로서는 가지 못하는 판문점에 대한 지형도와 북한군의 각종 무기와 제 1땅굴에서 제 4땅굴까지… 그리고 철책선에서 근무하는 모습과 각종 사진과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서 카메라 휴대폰 등을 사물함에 넣고 헬멧을 쓰고 궤도 열차를 타고 땅굴로 들어갔습니다.

밑으로 경사가 급격해 지면서 한 300m 정도를 7분에 걸쳐 내려갔습니다. 폭이 무척 작았습니다. 1미터 정도로 무척 좁아서 바로 옆에 부딪힐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 현대건설이 땅굴과 만나는 지점까지 뚫어 놓은 곳이라고 합니다.

아빠가 있었던 제4땅굴은 들어가는 입구가 무척 넓었는데 이곳은 정말 비좁았습니다. 비좁아서인지 실감은 더 났습니다. 땅굴 속으로 들어가면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전등이 밝게 되어 있어서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습니다.

ⓒ 이종일
현수 현경이도 신기해서 인지 이곳 저곳을 살펴보고 점점 더 깊이 들어가는 열차와 함께 드디어 지하 75미터 지점에 도착해서 북한군이 파 놓은 폭 1.5에서 2m, 높이 2m 땅굴을 260m 정도 걸어 들어갔습니다.

물이 떨어지고 감전위험이라는 표시가 있고 약간 머리를 들면 헬멧에 꽝 부딪치면서 마지막에 도착했습니다. 군사분계선까지만 견학이 가능하고 그 이후로는 철조망과 아주 두껍게 시멘트로 막아 놓았습니다.

현수도 현경이도 씩씩하게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끝까지 구경하고 돌아왔습니다. 궤도 열차가 있는 곳까지 다시 돌아오니까 걸어 올라가도록 해 놓은 길이 있었지만 현수 현경이를 위해 열차를 타고 다시 올라 왔습니다. 올라오니까 지상이 무척 춥게 느껴졌습니다. 겨울에는 동굴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런데 밖으로 나오자마자 현수의 뜬금없는 질문!

"아빠! 누구 아저씨가 땅굴 팠어?"
"어? 어~엉"

빨리 대답할 수가 없었고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지 망설여졌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북한에 있는 공산당들이 남한을 몰래 침공하려고 만들었단다" 이렇게 대답을 했을 텐데….지금도 이렇게 대답을 해주어야 하나 하고 망설이게 된 것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에게 확실한 무언가를 각인시켜 주기는 싫었습니다. 아직 생각할 것이 많이 있고 많은 것을 보고 느껴야 할 시기에 하나의 사실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순간 들었던 것 같습니다.

대충 "북한에 있는 아저씨들이 팠어~" 이렇게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제대로 대답을 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땅굴 속을 다녀와서 이현경! 광장에 있는 조각작품 앞에서....
땅굴 속을 다녀와서 이현경! 광장에 있는 조각작품 앞에서.... ⓒ 이종일
사진 찍고 다시 버스에 올랐습니다.

높은 산을 버스가 낑낑거리면서 도라산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현수 현경이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뛰어서 계단을 열심히 올라가서 전망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군인 아저씨의 전방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판문점, 대성동마을, 개성공단과 이어지는 도로, 달리고 싶은 철마 등 예전에는 긴장이 맴돌아 있을 이곳이 이제는 그렇게 평화롭게 보일 수 없었습니다.

도라전망대 앞 광장에서 사이 좋게 'V'
도라전망대 앞 광장에서 사이 좋게 'V' ⓒ 이종일
바로 저곳이 북한 땅이고 넓은 벌판이 개성공단이고 그 뒤로 개성시가 보였습니다. 설명이 끝나고 옆에 있는 망원경으로 500원 넣고 현수 현경이도 전방을 보았습니다.

이곳이 어디인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나중에 기억에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곳저곳을 뛰어 다니기 바쁘지만 이곳이 군인아저씨들이 있는 곳이라는 것은 알고 있을 겁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아빠가 자세 잡으라고 해도 영 ~ 안잡는데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아빠가 자세 잡으라고 해도 영 ~ 안잡는데요 ⓒ 이종일
찰칵 기념 촬영하고 다음 목적지인 도라산 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개성을 오가는 넓은 대로를 지나 도라산 역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최북단에 위치는 기차역입니다.

도라산역 들어가기 앞서서 간판 앞에서...
도라산역 들어가기 앞서서 간판 앞에서... ⓒ 이종일
들어가는 입구에 철도에 놓는 부목을 기증한 사람의 명단이 아주 길게 쓰여 있었고 도라산 역은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조용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설한 연설무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싸인한 시멘트 철목이 있었습니다. 역은 무척 작았습니다.

플랫폼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한미 대통령들의 연설무대에서 찰칵!
한미 대통령들의 연설무대에서 찰칵! ⓒ 이종일
현수한테 헌병 아저씨하고 악수하고 오라니까 쑥스럽다고 안한답니다. 왔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고 일정을 위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현경이도 도라산역이라고 크게 씌여 있는 곳에서.....
현경이도 도라산역이라고 크게 씌여 있는 곳에서..... ⓒ 이종일
마지막으로 통일촌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청정지역이라고 해서 쌀과 콩이 유명합니다. 콩으로 만든 된장과 두부는 전국적으로 알아준다고 합니다. 간단하게 된장찌개와 손두부로 점심을 먹고 된장과 청국장을 사가지고 임진각으로 돌아왔습니다.

쫓기듯 짧은 일정이었지만, 현경이 현수가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먼 훗날 조금이라 이런 곳이 있었고 이런 곳에 갔었구나 하는 흔적이 현수 현경이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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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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