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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오래 전에 가출하고, 새로 온 엄마조차 다시 가버렸다. 아빠는 지병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고, 할머니마저 노환으로 몸져 누워계신다. 할아버지가 주워온 박스와 고철이 이 고달픈 삶을 이어가는 생명 줄이 된다. 그래도 두 남매의 표정은 해맑다.
공부방에서 공부하다가 매일 오후 3시면 어김없이 집으로 가는 남매. 아픈 할머니의 용변을 받는 등 병 수발을 위해서다. 그래도 핏줄이기 때문일까. 싫은 내색 한 번 안하는 남매의 남다른 효심이 해맑은 표정으로 나타난다.
이 남매와 또 다른 어려운 아이들을 모아서 공부시키고 돌보는 '아름다운 가정 만들기' 대표 장흔성씨(42). 그는 경북 구미에서 '무지개 공부방'을 이끌고 있다. 공부방은 가슴 절절한 사연과, 애달픈 이야기를 가슴에 묻고 사는 아이들의 슬픔을 지우기 위해 만들어진 방과 후 학습시설이다.
무지개 공부방과 아름다운 가정 만들기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사람 장흔성씨. 그래서인지 그는 직함도 여러 가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미경실련 도시환경위원장으로서 봉곡동 어린이 도서관 건립을 위해 뛰어 다녔다. 요즘은 경실련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한 '아름다운 가정 만들기' 대표다.
'아름다운 가정 만들기'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고 확대하기 위한 가족문화와 사회 환경 조성에 힘쓰는 비영리단체다. 소가족주의와 사회 환경 변화로 가족이 점점 해체돼 가는 지금, '위기의 가정'을 예방하고 구제하기 위해 '가족 상담활동' 및 '양성평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정 만들기'가 운영하는 공부방은 두 곳. 구미시 상모동 4층 건물 옥상 위에 조립식 건물로 만들어진 옥탑방은 지역의 한 후원자의 도움으로 만들어졌고, 또 다른 한 곳은 비산동에 있는 장씨 본인의 주택 2층을 공부방으로 내 놓고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무지개 공부방'은 방과 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엄마를 대신해 보듬어 주고 부족한 공부와 취미생활 그리고 아이들의 꿈이 영글 수 있도록 하는 '사랑공작소'다. 구미 지역 가정문제를 연구하고 개선해나가는 데 뜻을 함께 하는 어머니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절실한 후원과 자원봉사자의 손길
"아무래도 엄마의 영향을 받았겠죠? 어려운 근로자들에게 밥을 지어주시는 어머니를 보며 자랐어요. 또, 경실련에 참여하면서 우리 지역과 사회를 위해서 여성과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찾아보니 의외로 할 일이 많더군요. 그러다보니 우리 지역을 위한 공공사업들을 벌이게 되고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을 하게 된 거구요."
상모동 '무지개 공부방'은 현재 30여명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한다는 서희영씨(42)는 장흔성씨와 절친한 구미여고 동창. 친구인 죄(?)로 이곳에서 아이들을 맡아 돌보고 있다. 진순애씨 역시 친분 관계로 이 일에 뛰어 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은 5세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아이들 중 도움과 보호의 손길이 절실한 아이들을 돌보는데, 선생님과 보모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어 손이 많이 모자란다. 대부분 아이들은 편모 편부이거나 조부모와 생활하고 있다. 정신지체아도 있어 씻기고 입히고 먹이다 보면 어느덧 해가 저문다. 오후 6시가 되면 몸은 늘 녹초가 되지만 "아이들이 밝게 변했다"는 이웃 주민들의 말 한마디가 봉사자들에겐 큰 힘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인 지금, 자원봉사자들은 하루 두 끼 식사와 간식 준비하랴, 공부 봐주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이들 학습지, 학용품 그리고 예방주사까지 챙기는데, 그 모든 비용이 대부분 후원금으로 충당돼 늘 부족하다.
따뜻한 지인들 가장 큰 재산, 사랑의 빵 프로젝트 진행 중
장 대표는 스스로를 '강도'라고 표현한다. "그런 강도라면 기꺼이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는 지인들이 많아 그는 늘 행복하다고. 부족한 것 투성이인 공부방에 아낌없는 도움을 주며, 내 아이들처럼 돌봐주는 분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외롭지 않단다. '인생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 함께 가는 길'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동시에 그 의미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경제적인 문제로 아버지 가출 가정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런 가정은 법적으로 이혼이 안 된 상태기 때문에 아이들이 국가 보호나 경제적인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그나마 운이 좋아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이나 상품권 등을 받는 가정이 있긴 하지만 그것들이 적절하게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장씨는 아이들에게 좀 더 도움을 주고 무지개 공부방의 자립능력을 키우기 위해 새해엔 '사랑의 빵 공장'을 설립키로 하고 제빵 기계를 구입했다. 납품처는 구미 공단 등.
'사랑의 빵 프로젝트'는 빵을 먹는 사람은 '사랑을 줄 수 있어 행복'하고, 그 빵으로 얻은 수익금은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모든 아이들이 '따뜻한 사랑을 받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장 대표는 설명한다.
하늘빛 무지개꿈을 심어주며 보이지 않게 후원하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 엄마 없는 설움에 혼자라는 외로움에, 내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엉엉 울어보고 싶은 아이들에게 기꺼이 어머니의 품이 되어주는 사람들. 우리 세상은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시리도록 아름다운 일곱 빛 무지개로 다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따뜻한 사랑의 후원과 자원봉사를 기다립니다.
공부방 교사, 가족상담 교사. 054-451-9575, agm057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