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 ▲ 남현희 선수에게 들어본 그간의 구체적인 경과= 펜싱협회는 남현희 선수 징계사유에 대해 '허락을 받지 않고 수술을 받아 훈련에 차질을 빚은 점'과 '기강 확립과 상징적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펜싱 선수가 금지약물 복용 이외의 이유로 자격정지라는 철퇴를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 성형이 징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펜싱협회는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 된 수술은 성형보다는 치료에 가까웠다. 남 선수는 눈썹에 눈이 찔리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쌍꺼풀 수술과 평소 자신의 콤플렉스였던 말라 보이는 얼굴에 지방을 이식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국가대표팀 코치 및 감독에게 수술 허락을 받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협회 측에서 예전부터 너를 안 좋게 생각하고 있어 이번 일로 퇴촌 등의 우려가 발생할지 모르니 수술을 안 하는 게 좋겠다"는 답변만 거듭됐다. 결국 남 선수는 소속팀 감독인 현 서울시청 조종형 감독을 찾아가 사정을 했고 12월 3일에 윤남진 감독과 이성우 코치가 함께 한 자리에서 수술 허락을 받았다.

허락을 받은 남 선수는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금요일인 12월 16일 수술을 받고 월요일인 19일에 입촌했다. 당시 남 선수는 척추 부상으로 물리치료와 재활훈련을 받고 있었고, 대표팀 훈련은 1월 10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훈련에는 차질이 없는 상황.

쌍꺼풀·볼 수술 허락 모두 받아

하지만 사건은 지난달 22일부터 예상과는 다른 방향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펜싱협회가 남 선수의 성형수술 사실을 알게 된 22일 오전 김국현 협회 전무가 선수촌을 찾아와 당시 대표팀 이성우 코치를 시켜 성형수술 증거 사진을 찍어오게 한 것이다.

이성우 코치는 지시에 따라 남 선수의 앞모습, 옆모습을 찍어 전무에게 전했다.

남 선수는 이에 대해 "이런 행동 자체가 성형수술만으로 징계를 내리려고 작정했던 협회 측 뜻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범죄용의자처럼 사진 찍히면서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협회 측에서 작정을 하고 징계를 내리려고 했던 사건은 또 있다. 성형수술 논란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전인 12월 23일 펜싱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남 선수를 비방하는 게시물이 4개나 올라왔다. 게시물 4개 모두 '성형수술을 하는 게 운동선수냐'는 등 남 선수를 비난하는 글이었다.

이에 남 선수는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이틀 만에 게시물은 모두 지워져 있었다. 펜싱협회 게시판은 1월 20일 현재 2005년 12월 1일부터 25일까지의 게시물이 모두 삭제돼 있는 상태다.

생각보다 일이 커지자 남 선수는 코칭스태프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지난 12월 31일 거짓으로 "쌍꺼풀은 허락받았으나 볼 수술은 허락받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협회는 2년 선수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당시 수술을 허락했던 윤남진 감독이 "허락한 적 없다"고 진술한 데 이어 징계가 내려지자 남 선수도 진술을 번복해 "수술 허락은 받았다"고 밝혔다. 윤 감독을 제외한 감독과 코치는 수술 허락을 했다고 말해 남 선수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사이 10개월간 대표팀 코치를 맡아온 이성우 코치는 해임 통보를 받았다.

▲ 이의신청서 제출 후 펜싱을 다시 할 수 있는 날만 기다리며= 대한펜싱협회는 1월 17일 밤 긴급 이사회를 열어 남 선수에 대한 징계를 대폭 완화시킨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의 중징계에 대한 이의 신청서를 제출한 지난 18일, 한국체대 펜싱장에서 만난 남 선수는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재활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몸에 통증이 오고 있는 것이다.

충격 벗고 세계 대회서 다시 뛰고파

사건일지

2005.12.16 남현희 선수 쌍꺼풀 및 볼지방 이식수술
12.22 김국현 펜싱협회 전무, 남현희 선수의 얼굴 강제로 사진 찍게 함
12.26 남현희, 태릉선수촌에서 퇴촌 당함
12.31 남현희, 볼 수술은 허락받지 않은 것이라고 경위서 작성
2006. 1.3 펜싱협회, 성형수술로 인한 징계내릴 것이라고 밝힘
1.6 펜싱협회, 남현희 선수에게 2년간 선수자격정지 중징계 내림
1.9 남현희 선수 허락받고 수술 받은 것이라고 진술번복
1.11 펜싱협회, 이성우 코치 해임
1.18 남현희, 협회에 징계에 대한 이의신청서 제출
현재 징계완화 논의 중
남 선수는 그간의 경황을 힘들게 털어놓으며 "많은 이들에게 펜싱에 대한 실망을 준 게 가장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펜싱이 비인기 종목이라 지원이 부족해 세계대회를 선수 자비로 혼자 떠나야 하는 상황이지만 펜싱을 널리 알리는 선수로 활동하고 싶었다"며 펜싱을 다시 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 소속팀 감독인 조종형 서울시청 감독도 "어린 선수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일이 커져 예전의 선수 역량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이라며 "이런 충격을 주었다는 자체가 미안하고 앞으로 현희가 원상 복귀하는 데만 집중할 예정"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펜싱협회는 <우먼타임스>와 통화를 통해 "성형수술을 사유로 징계를 내린 것이 아니라 입촌 기간에 허락받지 않고 수술받은 것이 문제되었던 것"이라며 "남현희 선수가 진술을 번복해 현재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니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25일 이후 펜싱협회의 구체적 입장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답변했다.

협회는 이어 "입촌 기간이 아닐 때 선수가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성형수술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남 선수의 중징계 완화 여부를 결정하는 상벌위원회는 25일에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댓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