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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권미선 기자]"여성이 임원이 됐다는 튀는 뉴스, 이제 안 봤으면 좋겠어요."
2006년 임원으로 발탁된 웅진씽크빅의 오규화(45)·이미혜(45) 상무보가 인터뷰를 시작하자마 한 말이다.

임원이 되니 책상도 바뀌고 넓은 방도 따로 생기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한동안 웃는다.

"많이들 묻는데, 변한 것이 없어 민망할 정도예요. 임원이 되니 전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주주'들에 대해 의식해야 하니, 어깨만 더욱 무거워지는 걸요."

오규화, 이미혜 상무보는 다른 점보다 같은 점이 더 많다.

"어머, 나랑 똑같아. 비슷해"를 연발할 정도로 둘은 입사일도 같고, 나이도 같고, 게다가 임원이 된 날까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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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5년 만에 임원이 된 두 사람 모두 출판 편집자 출신. 오 상무는 웅진씽크빅의 전집, 학습지 제품을 개발하는 '편집개발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이 상무는 단행본 브랜드인 웅진주니어의 '사업본부장'이다.

이 둘은 출판계에서 알아주는 베테랑. 기획했다 하면 히트 치는 그야말로 '히트상품 제조기'로 유명하다.

"유리천장? 잘 몰라요"라고 낙천적으로 말하는 이들은 수평적 기업문화가 얼마나 일에 신바람이 나게 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오 상무는 "웅진의 기업문화는 남녀가 보이지 않습니다. 회사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지요. 전집처럼 무거운 것 운반할 때 여자니까 안하는 것 없어요."

이 상무는 기업에서 자신을 돋보이고, 발전시키는 것은 남녀 선후배를 막론한 '소통'이라고 말한다.

"윗사람, 아랫사람 구별 없이 회의에 있어서는 수평적인 소통을 주고받습니다. 제가 비록 상사라 해도 아래 직원의 지적이 있다면 귀담아듣지요. 이런 소통의 자리를 통해 보여지고 깎여지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들은 여성이 직장생활을 잘하려면, 착한여자 콤플렉스는 버리고 비판적으로 보는 훈련과 그것을 객관화 시킨 '분명한 의사표현'을 하라고 주문한다.

이 상무는 "여자들은 어려서부터 경청을 주로 하는 문화 속에서 자라서인지 남성들에 비해 균형 감각이 있고 합리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여성의 프로젝트가 더 돋보일 때가 있습니다. 여성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이 부분을 잘 활용해 더욱 극대화 시키고 어필하는 것도 좋은 사회생활의 방법이지요."

일과 육아 병행에 대해 궁금해 하자 '육아에 있어 확실한 선'을 그어야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자신이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떠안고 전전긍긍하지 말고 아예 못한다고 선언하고 누가 아이를 키워줄지에 대한 '대안'을 빨리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오 상무는 "처음부터 아예 시부모님께 육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말씀드렸고, 다행히도 아이가 네 살이 될 때까지 맡아주셨습니다. 육아를 '여자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혼자 짐을 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이와 내가 분리된 최적의 환경에서 능력껏 일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올바르지요"라고 말한다.

이 상무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기 때문에 시댁에서는 전통적인 며느리의 역할보다 시동생을 돌보는 '사회선배'로서의 역할이 더 컸다고 말한다.

"시동생들이 사회생활을 하다가 고민이 생기면 저를 찾습니다. 이것은 제가 워킹우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이들에게 '위기의식'을 느낄 때가 있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매일, 자주'라고 한다.

"내가 몸담은 조직의 나아갈 방향이 뚜렷하게 설정되지 않으면 위기의식이 엄습해옵니다. 그때마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설정하고 목표를 만들면서 다시금 나 자신을 다잡습니다"라고 오 상무는 말한다.

이 상무는 자신과의 갈등을 겪을 때면 불현듯 위기의식에 사로잡힌다고 말한다.

"점점 윗사람의 자리에 오르면서 조직의 논리와 개인의 논리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결국 조직의 논리를 우선으로 할 때가 많게 되지요. 그럴 때마다 나의 갈등을 해소시키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의 얼굴이지요."

이들에게 "여성CEO에 도전해보고 싶지 않냐"고 살짝 물었더니 "좋은 책 만들어서 사회에 기여하고픈 게 소망"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들의 소망을 들으니 '임원 될 만하다'는 끄덕임을 자동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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