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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고향>에는 따뜻한 고향이야기로 채워집니다. 한번 방문해 보세요. 계속 진화하겠습니다.
<시골아이 고향>에는 따뜻한 고향이야기로 채워집니다. 한번 방문해 보세요. 계속 진화하겠습니다. ⓒ sigoli 고향

살아 있는 생생한 고향소식 전달할 매체 <시골아이 고향>

명절을 코앞에 두고 있다. 고향에 가려고 다들 들떠 있는 이 마당에 2006년 1월 27일(금) 병술년 설을 맞아 뜻 깊은 일을 시작한다. <시골아이 고향(www.sigoli.com)>을 부족하지만 창간하기로 했다.

또 일을 벌인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늘 있지 않은 길을 갔다. 3년 전부터 입버릇처럼 해왔던 말을 도저히 거둬들일 수 없어 실현에 옮기려고 한다. <잃어버린 고향풍경>만으론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고향, 농촌, 시골, 추억을 현실에서 펄펄 살아 움직이는 힘이 되게 하기 위해 명절에 차례상에 올리는 심정으로 <시골아이 고향>을 누리꾼에게 선보인다.

우리에게 고향은 무엇인가? 2006년 오늘 고향에는 아직 꿈같은 추억이 살아 있는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돌아갈 고향이 없음에 꿈마저 잃고 사는 건 아닐까? 이러다간 몇 년 못 가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시절을 모두 잃고 말지도 모르겠다.

어머니 손에서 우러나온 구수한 된장 맛, 얼음 동동 뜬 동치미 국물, 동구 밖에서 나를 기다리던 삽살개가 그립다. 고샅길 곳곳에 이끼처럼 내 묵은 때가 묻었건만 이젠 적막하기 그지없다. 아기 울음그친 텅텅 비어가는 농촌에 과연 희망은 있는가. 숟가락 숫자가 곧 가족의 힘이었던 때가 언제던가.

문드러진 마음 편히 푹 쉴만한 초가집이 하나둘 사라지더니 옛 정취는 온 데 간 데 없다. 정처 없이 떠도는 타향살이에 허전한 마음뿐이다. 우리에게서 자꾸 멀어져만 가는 건 비단 나이 드신 부모님뿐만 아니다.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마저 앗아갔다.

지금쯤 옛 고향엔 잔치 준비에 바쁠 때입니다. 시혜와 조청 한과 만들고 시장도 봐야겠다.
지금쯤 옛 고향엔 잔치 준비에 바쁠 때입니다. 시혜와 조청 한과 만들고 시장도 봐야겠다. ⓒ sigoli 고향

도시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생산자는 이를 활용하는 신문이 되고파

친구처럼 편안한 놀이터, 멍석과 평상에서 근심걱정 덜었던 그 때는 정녕 오지 않는단 말인가? 목숨과 같았던 쌀농사마저 거둬야 하는 엄혹한 현실에 두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소중했던 지난 시절을 오롯이 보존하고 아름답게 가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름다웠던 전통을 가느다랗게나마 보존하는 일은 늦었다고 생각되는 이 시점이 가장 적절한 때 아닌가.

더 이상 고향은 과거가 아니다. 시골도 요즘 모습으로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추억을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50년, 100년 뒤 농촌의 미래를 함께 나눌 자리를 만들 책임은 농민에게만 있지 않다.

사람들은 고향과 시골이라는 주제와 소재가 너무 한정적이지 않을까, 샘이 마를 것 같기도 하다며 우려할 수도 있지만 지난 몇 십년간을 고향에서 살았던 도시 시민이 다시 힘을 더하면 시골 이야기만으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농사짓는 이야기와 어릴 적 어머니가 대충 만들어줬지만 가장 맛있는 음식이 있고, 여기에 요즘 지방에 가면 특색 있는 음식과 식당이 즐비하다. 우리가 즐겼던 놀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게 바탕에 깔리고 조상들의 지혜와 숨결, 특색 있는 사투리도 다시 살리면 된다.

나들이 가면 찾는 곳이 고향이다. 그럼 잠도 자고 와야 하니 근사한 민박이나 펜션 정보도 필요하다.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도 화두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도시인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농수산물과 아직도 각자 마음에 챙겨두고 싶은 아름다웠던 추억이 있고 되살려야 할 전통문화가 있다. 그곳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숨은 재주꾼이 모두 추려져야 한다. 전문화시대에 분명 다시 부각시킬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겠는가.

농민이나 농촌, 고향을 다루는 신문은 방향타를 꽤 잃었다. 농민신문, 농촌신문이지 우리가 바라는 고향에 대한 향수와 갈증을 풀어주지는 못한다. 이렇게까지 된 데는 결국 '생산자 신문'을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다. 도시소비자를 중심에 놓지 않는 점이 너무나 아쉽다.

농촌과 농민이 절대 다수인 도시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시대정신에 걸맞는 신문 즉 고향을 소비하는 언론을 지향하리라. 말뿐인 농촌사랑이 아니라 한 번 더 찾아가고 농산물을 사서 보자기에 싸서 와야 한다. 농업이 제 구실을 하는 유럽 몇 나라는 농업외소득이 60%를 넘잖은가.

고향마을 꼬맹이들이 논에서 썰매를 타고 있습니다. 참 그립네요.
고향마을 꼬맹이들이 논에서 썰매를 타고 있습니다. 참 그립네요. ⓒ sigoli 고향

명품농산물, 생산자, 매개자가 한 실타래에 모이게 하고 싶어

나는 이제 절반밖에 살지 않았다. 며칠 후면 불혹이라는 40살이니까 앞으로도 이만큼 더 가야 한다. 어릴 때 동네에서 우물을 파는 걸 여러 번 봤다. 바위덩어리가 버티고 있지만 정으로 무수히 치며 파들어 가다보면 언젠가는 물이 나온다.

지금껏 나는 고향이야기를 800편 가량 써왔다. 5년째 한 우물을 팠다. 이왕 손을 댄 이상 물이 나올 때까지 파겠다. 이젠 이 정도 했으니 나도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파고들고 싶다. 이런 자산을 바탕으로 삼고 이 분야에 박학다식하고 마음이 따뜻한 100명, 1000명을 아우르면 근사한 작품, 부럽지 않은 고급 정보가 모이지 않겠는가?

몇 년간 돈은 되지 않는 삶을 살았지만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오마이뉴스> 몫이 지대하다. 어떤 분이 내게 <천일야화>를 넘어서라고 칭찬을 해주며 3000회, 1만 회를 위해 가라고 과중한 임무를 떠맡겼다. 평생직장을 얻은 기분이다. 여기에 이번에 창간하는 <시골아이 고향>을 징검다리로 삼을 생각이다.

환상으로 들릴 수도 있고 쉽지 않을 거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다. 가진 건 작은 몸뚱아리에 생각의 힘을 가진 머리밖에 없다. 내가 이 신문에 낼 거라곤 한 달에 몇 만원밖에 안 되지만 마냥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렇게 보낸 시간이 2년이 넘는다. 더 허송하다간 금방 지치고 말겠다는 판단이 나를 부추기는 원동력이었다.

주변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 5만원씩 1년만 내자구요" 했더니 몇 분이 응해주셨다. 월 사이트 임대료와 기본 경비를 제하고 나면 기백만 원으로도 운영이 가능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러 당당히 세상을 향해 돛을 달고 항해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먼저 진주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시골과 농촌, 고향에서 자연과 함께 농사짓는 이웃을 발굴하고 그들이 정직하게 가꾼 농수축산물 생산이력을 확인하여 스타로 만들 계획이다. 글재주와 말솜씨가 있는 분이라면 소중하게 모셔서 1차로 우리 신문에 터전을 드리고 2차로 각종 매체에 노출이 되도록 도울 생각이다.

예전 부엌에서 어머니가 불을 때서 밥을 하셨잖아요. 가마솥밥이 그립습니다. 저도 어머니 곁에 있었는데...
예전 부엌에서 어머니가 불을 때서 밥을 하셨잖아요. 가마솥밥이 그립습니다. 저도 어머니 곁에 있었는데... ⓒ sigoli 고향

쉼 없이 굴러가는 알찬 신문을 만들기 위해 여건 조성할 터

자랑인 것 같지만 몇 가지 성과가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훌륭한 분들이 있다. 나는 호남을 아우를 생각이고 지역마다 사람을 물색해 나가 채울 계획이다. 알짜배기로 50명 선은 확보된 상태이다.

여기에 월간 <여행스케치>와 여행정보 제휴를 끝마쳤다. 농업 관련 소식과 유기농생산자 정보도 적잖게 갖고 있다. 눈덩이처럼 세를 불려가는 개미군단의 저력이 곧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자까지 기존 생각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출하와 함께 경매를 거쳐 시장 곳곳에 뿌려지면 눈으로는 그 놈이 먹을 만한지, 몇 번 씻어야 되는지, 농약 범벅인지 쉽게 알 수 없다. 정확한 생산과 유통 정보가 없는 게 화근이다. '생산이력헌장'을 만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명품이라도 가격이 굳이 비쌀 필요는 없다. 부풀려진 유기농 가격과 일반농산물의 중간쯤에 가격을 설정하고 가격이 오를 때와 밑바닥까지 하락할 때 진폭을 최대한 줄여주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공히 도움이 된다. 정부나 농협이 제 소임을 다할 때까지는 <시골아이 고향>이 다리가 되기로 했다.

왕에게 진상품 올리는 맘으로 옥석을 가려 현재 150여 품목을 5년 여 작업 끝에 선정을 완료했다. 자연스레 이걸 매개하는 <시골아이 고향>은 연료가 떨어지지 않고 굴러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시골아이 고향>에서 추천하면 곧 명품이 되는 체계다.

집을 이엉으로 이어야 한 겨울을 날 수가 있습니다. 지금 쯤 지붕 올리는 일은 거의 끝날 시점입니다. 귀향하면 용마름으로 집을 올리고 싶네요.
집을 이엉으로 이어야 한 겨울을 날 수가 있습니다. 지금 쯤 지붕 올리는 일은 거의 끝날 시점입니다. 귀향하면 용마름으로 집을 올리고 싶네요. ⓒ sigoli 고향

명품 농산물을 원고료로 주는 이유

이제 출발일 뿐이다. 솔직히 아직 원고료를 돈으로 줄 여력은 없다.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거저 먹겠다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한 가지 의미 있는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원고료를 꼭 돈으로 드려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시골을 소재로 한 고향신문 이름에 걸맞게 우리는 생산이력이 보장된 농수산물로 포인트를 적립하여 두 번 명절과 봄 여름 네 차례 보답하고 차차 여력이 되면 푼돈이나마 원고료를 지급하고 싶다.

생산 농가에 1차 도움이 되겠고 그 다음으로는 기자 및 통신원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드리니 1석 2조 아닌가. 이걸 소개했으니 우리 신문에 자그마한 보태이 되리라.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신문도 자리 잡으리라 생각한다. 언제까지 후원금에 기댈 수 없으니 독립 언론으로 가기 위한 수익구조를 만드는 초석으로 삼겠다.

기사배치에서 피폐한 농촌 현실을 눈감고 넘어갈 수는 없다. 하지만 고향신문에 들어오는 순간 고향 냄새가 솔솔 풍기고 포근해야 되지 않겠는가? 딱 잘라 말하기엔 좀 그렇지만 어렵고 쓸쓸한 이야기는 가능한 한 20%를 넘기지 않겠다는 원칙에 충실할 생각이다.

잔잔하면서도 따뜻하며 맛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배치하고 숨은 인재를 발굴하여 한 기사가 오래 사람들 눈에 띄도록 찬찬히 끌고 함께 간다. 속도만 강조하다 보면 오래된 사람, 헌 것 등 함께 가야 할 소중한 재산을 잃게 되잖은가. 배려하고 다독이며 가겠다.

예전 생활용품은 이렇게 짚으로 만들어 썼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요즘엔 실내 장식품으로도 그만인데...
예전 생활용품은 이렇게 짚으로 만들어 썼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요즘엔 실내 장식품으로도 그만인데... ⓒ sigoli 고향

귀향하여 시골에 신문사 본사를 두고 싶은 당찬 꿈 이뤄지리라

주변 반응도 이 정도면 괜찮다. 어떤 분이 무척 아이템이 좋다고 한다. 1년 내에 승부가 날 것인데 만약 힘에 부치면 자신에게 넘기라고 할 정도로 탐이 난다고 한다. 이건 그만큼 매력이 있는 일이 아니냐는 반증이다.

욕심 부리지 않으리라. 광고가 벌써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희망적이지 않은가. 생산자도 참여했다. 자그맣게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십시일반 보태고 있다. 게다가 우리 사이트를 획기적으로 홍보할 방법도 마련했다.

작년 연말쯤에 귀향하려고 했으나 여의치가 않았다. 1년 정도 늦춘 것일 뿐이다. 시골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모범을 보일 거고 평생직업으로 삼을 건데 그만둘 수 없다. 고향이야기도 시골에 가서 쓰면 더 좋을 듯싶고 농사지으며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귀농하게 되면 <시골아이 고향>을 그만둬야 할 걸로 여길지 모르지만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 제약이 되기보다 득이 더 많지 않을까. 본사가 가장 낙후된 내가 귀농한 시골이라는 것으로도 의미 있는 일 아닐까. 현장감을 살리고 중앙무대에서 벌어지는 정책이나 흐름 파악을 위해 서울에 패기 있는 주재기자 한두 분만 모시면 되지 않겠는가.

'귀향은행' 등 이 사회에 던지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내보이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친구들을 마을로 불러 모여 사는 모습도 훌륭한 이야기 거리다. 품은 뜻 현실화 하여 의미 있는 일 하다 녹초가 되면 누군가 일어서라고 부축해주지 않겠는가.

자그마한 힘을 모으고 일희일비 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걸로 믿는다. 이번 <시골아이 고향> 창간은 단지 시도가 아닌 오래 함께 미래의 터전을 일구는 계기로 삼겠다.

아이들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저는 시골이요"라고 힘껏 말하도록 할 책임은 우리 어른들에게 있지 않을까? 우리 고향과 농촌, 농업을 살리는 데 얼마나 이바지할지 지켜봐주시기를 바란다.

잔치 문화가 사라져 아쉽습니다. 흥겨운 마당을 만들어 즐기고 싶은데 시골에 사람이 적어서 맘대로 될 지 모르겠네요.
잔치 문화가 사라져 아쉽습니다. 흥겨운 마당을 만들어 즐기고 싶은데 시골에 사람이 적어서 맘대로 될 지 모르겠네요. ⓒ sigoli 고향-맛객

덧붙이는 글 | 김규환 기자는 시골아이 고향(www.sigoli.com) 대표 겸 기자입니다. 창간 기념식은 각자 설날 아침 가족들과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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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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