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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갑자기 부아가 났다. 그래서 어리광 섞인 목소리로 투정을 부리며 어머님께 말했다.
"어머니, 저도 똑같이 일하고 왔는데, 저한테는 일하라고 하시고 왜 애비만 누워서 자라고 하세요~~."
어머님은 그때 나를 한마디도 나무라지 않으셨다. 그리고는 웃으시면서, "그래 그게 서운해? 애비야, 얼른 일어나! 너두 일어나서 전 같이 부치자" 하고 말씀하셨다.
그 이후에도 어머님은 남편과 나에게 자주 말씀을 하셨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미영이가 밥 해줄 때 바라지 말고 먼저 오는 사람이 따뜻하게 밥 해놓고 기다려라. 부부지간에 누가 먼저랄 것 없는 거야. 괜한 오기 부리지 말고 서로 생각하고 사랑해 주는 게 최고다."
그때는 어머님의 마음을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님은 나에게 너무나 큰 사랑을 베풀어 주고 계신 것이다. 지금까지 늘 변함없이 말이다.
통화 끝에 나는 어머님께 내가 음식을 장만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님은 그럴 것 없다고 하셨지만, 내가 만들지 않으면 어머님이 피곤한 몸으로 새벽같이 음식을 장만하실 것이 눈에 보이듯 뻔했기에 고집을 피웠다. 어머님은 많이 만들지 말고 한 접시씩만 해오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셨다.
그래서 나는 어제 집에서 친정엄마와 함께 음식을 장만했다. 함께 장만했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대부분 엄마가 손을 보셨고 나는 앉아서 엄마가 시키시는 대로 전만 부쳤다. 동그랑땡은 돼지고기를 갈아 갖은 야채를 섞어서 간을 보신 후 동그랗게 만들어 부쳤고, 동태와 버섯 그리고 고추도 부쳤다. 차례상에 올릴 김치전과 두부까지 다 부쳐 놓았다.
내일 새벽에 이렇게 만든 음식을 가져가면 우리 어머님은 또 얼마나 나에게 고생했다고 말씀하시며 위해 주실지 그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남들 다 하는 일을 하고도 몇 배나 더 칭찬받는 나, 그렇게 칭찬해 주시는 우리 어머님이 계셔서 사실 난 명절이 그리 힘겹지 않다.
덧붙이는 글 | 아버님도 곁에 계시지 않은 어머님은, 한 달에 두 번 정도밖에 찾아뵙지 못하는 저에게 늘 고맙다고 말씀하십니다. 지금까지 시어머니 태를 내신 적도 한 번 없습니다. 그런 어머님을 뵐 때면 그저 저를 늘 사랑해 주시는 어머님께 제대로 효도 한 번 하지 못 하는 것 같아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어머님에 대한 고마움을 꼭 표현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글로 대신합니다. 어머님, 오래 오래 건강하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