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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고학년을 가르치며 방학이면 받은 편지가 많았지만 이번 겨울방학처럼 나를 감동시킨 편지는 없었습니다. 이제 한글을 깨우친 1학년 아이들이 띄어쓰기와 받아쓰기를 틀리지 않고 편지를 쓴 것도 기특하고 편지 겉봉투 쓰기, 우표를 붙여서 보낸 것도 무척 대견했습니다. 방학에 선생님께 편지를 쓰게 했을 부모님들의 가정 교육의 힘이 더 컸다는 사실에도 감동했습니다.
진실한 말은 단순하고 어렵지 않으며 진솔하기에 몇 글자 안 되는 문장만으로도 내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고 말았답니다. 이제 3년을 보낸 분교이니 개학한 후, 일주일 정도만 같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편지를 쓴 2학년 나라의 편지는 몇 번이나 다시 읽게 할 만큼 내 눈길을 잡아끌었습니다.
'사랑'이 식은 세상에서, 아니 진실한 사랑을 찾기 힘든 세상에서 짧은 편지 속에 꾹꾹 늘러쓴 꼬마들의 짧지만 사랑스러운 언어는 유명작가가 쓴 책 한 권을 읽고 느끼는 감동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향긋한 향기로 차가운 겨울바람을 잠재워 주었답니다.
사랑스럽고 귀한 천사들을 만날 수 있는 교실은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만남임을 다시금 고백하게 됩니다. 행여 나이 먹은 선생님이라고 아이들이 싫어할까봐 부지런히 흰머리를 뽑아내던 시간이 부끄럽게 다가섭니다.
아니, 지난 겨우내 전문직에 응시한다며 눈이 침침해지도록 전문서적에 매달린 내 모습이 우리 반 꼬마들이 보낸 편지 앞에서 무너지고 맙니다. 내가 서 있을 곳은 교실이라고, 아이들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나 자신을 위로합니다.
아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동안만은 그것만 보고 살자고, 아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고 여겨질 때, 그 때에는 다른 선택을 생각하자고 다짐하며 설날 아침을 기다리렵니다. 선생님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나이테가 없다고... 아직도 방학이 길게 남아 그리움의 답장을 길게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아! 선생님도 아주 많이 사랑해~~~'
덧붙이는 글 | 교실을 들쑤시는 세상의 겨울바람 속에서 오늘도 따스한 싹을 틔우는 사랑스런 아이들의 해맑은 언어에 다시 힘을 내어봅니다. 독자 여러분! 행복한 설날, 아이들처럼 단순한 한해가 되시길 빕니다. <한교닷컴> <에세이>에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