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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을 시간이다.
물론 대학로 앞을 지나는 것이 20년 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내어 길을 걸어 본 것은 꼭 20년 만인 듯 싶다.
오늘 딸아이와 한 극단의 연극공연을 보고 그 극단이 마침 대학로 가까이에 있었던지라 모처럼 왔으니 버스를 타지 말고 걷자고 딸아이와 합의했다.
우리는 우선 출출한 허기를 한 컵의 떡볶이를 사서 먹는 것으로 해결하고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려고 했으나 이렇게 길을 걸으며 먹는 것도 괜찮지 싶었기 때문이다.
한 컵에 천 원 하는 컵 떡볶이는 무척이나 매웠다. 떡볶이를 먹으며 둘러본 주변은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먹자골목이 풍성해지고 이곳저곳에 포장마차나 노점상들이 많아진 것을 빼고는 예전에 있었던 음식점이며 카페들이 낯익은 곳이 많았다.
그때는 무슨 이야기들이 그리도 많았는지 친구들과 대학로에 문을 연 카페란 카페는 한 곳도 빼놓지 않고 거의 다 섭렵했던 기억이 난다.
전혜린을 기억하게 하는 '학림'에서부터 들어가는 입구가 궁전을 연상케 하는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대학로가 생기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세월이 흘러 이렇게 딸아이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인생이 한 컷의 그림이요, 한 장면의 연극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새삼 마음에 와 닿는다.
대학로를 오랜만에 걸으며 생각해 본다. 한 시대에 있었던 일들은 한 사람 한사람 그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켜켜로 쌓여가는 받침대처럼 지금을 지탱해 주는 보이지 않는 받침대일 것이라고….
덧붙이는 글 | - 시간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우리는 그런 것들을 만나기 위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