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늑대>는 주연배우들의 부상으로 드라마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늑대>는 주연배우들의 부상으로 드라마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 imbc
MBC는 지난주에도 정규 편성 부문에서 수목극 <궁> 하나를 제외하고는 시청률 20위권에 들어선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었다. 시청률 면에서 계속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프로그램의 작품성이나 완성도에서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최근 MBC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지나치게 시청률 상승에만 혈안이 된 듯, 무리수를 남발하다가 역풍을 맞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지난 설 연휴 특집으로 방영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코너 '몰래카메라'나 <스타댄스배틀 2006> 같은 프로그램은, 각각 작위적인 설정의 남발과 지나친 선정성으로 도마에 오른 케이스.

드라마 부문 역시 부진한 것은 여전하다. <신돈> <사랑은 아무도 못 말려> <결혼합시다> <궁> 등 평일과 주말의 각종 프로그램을 통틀어 경쟁작들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작품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궁> 정도만이 SBS <마이걸>이 종영한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시청률 반등을 노려볼 수 있는 처지.

최근에 벌어진 <늑대> 관련 사고는, 굳이 MBC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드라마 전반에 만연한 열악한 제작관행에 경종을 울릴만한 사태였다.

돌발적인 사고이기는 했지만, 촉박한 제작일정 속에 스태프와 배우들이 엄청난 혹사에 심리적 부담에 시달리며 강행되는 현재 드라마 제작풍토 속에서는 이런 사건이 언제든 재발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이 사건 이후로, 국내 드라마도 이제 상업주의에만 눈이 먼 근시안적인 풍토에서 벗어나 드라마 제작의 질적인 향상을 위하여 사전제작제도의 정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일단 MBC는 배우들의 부상이 심각한 것으로 판명나며, 8부작 사전제작 드라마인 <내 인생의 스페셜>을 대체 편성하기로 잠정적인 합의를 한 상태지만, 공백이 장기화될수록 이제 <늑대>는 아예 제작 포기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떠나는 우수 인력들...인재 공백 현상

또한 자사의 간판 아나운서였던 손석희 국장의 갑작스런 퇴진이 주는 충격은, MBC로서는 단순히 아나운서 한 명의 퇴직 차원을 넘어서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우수 핵심 인력의 외부 유출이라는 상징성과 맞닿아 있다.

손석희 국장의 퇴진이 mbc에 주는 충격은, 자사의 핵심인력이 계속 외부로 유출되면서 나타나는 인재 공백 현상이다.
손석희 국장의 퇴진이 mbc에 주는 충격은, 자사의 핵심인력이 계속 외부로 유출되면서 나타나는 인재 공백 현상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MBC는 지난 몇 년간 자사를 대표하는 간판 PD와 스태프, 언론인 등 스타급 인력들을 잇달아 외주제작사나 프리랜서로 빼앗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지적되어온 MBC 프로그램의 기획력 약화는 알고 보면 이러한 우수인력의 지속적인 공백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손석희 국장 같은 지명도나 스타성이 만만치 않은 우수한 인력들이 계속 떠난다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그만큼 지상파 방송사가 스타급 인력들에게 함께할 만한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

손석희 국장이 MBC를 떠나도 <시선집중>과 <100분 토론> 진행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례적으로 최문순 사장까지 나서서 그의 퇴진 자체를 적극 만류하는 것은 MBC의 간판으로서 손 국장이 가져왔던 만만찮은 상징성 때문이다.

타 방송사에 비해서 MBC에 유독 이런 악재가 많이 일어나는 것은 그동안 MBC가 자체적인 피드백 시스템이 얼마나 마비 상태였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할만하다. 극단적인 상업주의와 균형 잡힌 미디어로서의 위신 사이에서 일관성을 가지지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대는 MBC호의 위험한 항해는, 나날이 그 권위가 약화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씁쓸한 사례이기도 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