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아닌 '태도'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게 좀 치사하기는 하지만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의 최근 '낮은 자세'에 관한 설왕설래가 잦다.
유 의원의 경우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은 그의 제스처에도 가감 없이 드러났다. 2003년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되고 첫 등원한 날, 하얀색 면바지에 라운드 면티, 캐주얼 재킷을 입고 나오면서 그의 튀는 행동은 시작되었다. '빽바지'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이후 의정활동에서도 그의 행동은 도드라졌다. 의원총회장이나 본회의장에서 그는 멀뚱한 구경꾼에 머물지 않고 주저 없이 손을 들어 이견을 표출하거나 옆, 앞뒤 자리에 앉은 동료 의원들과 쉼 없이 '수다 논쟁'을 벌였다.
대세에도 아랑곳 않는 그다. 가령 작년 10·26 재선거를 앞두고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의 사직 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그는 깜짝 선동을 벌였다. "17대 국회의원이 17대 국회의원이 되려고 17대 국회의원직을 내놓는 게 말이 되냐"며 유승민 의원이 비례대표직을 내놓고 지역구에 출마하는 상황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찬성 당론으로 기운 당 지도부 좌석 앞에 서서 "부결시키자"고 주장하며 주변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물론 결과(가결)가 바뀌지는 않았다.
그랬던 유 의원이 장관 내정 발표를 전후해 일주일여 두문불출하더니 싹 달라졌다. 동료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저의 뜻을 적절치 않은 방식으로 표출해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했다"며 이해와 관용을 호소했다. 또 '참정연 동지'들에겐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길 떠납니다"라고 다소 비장한 투의 작별인사를 고했다.
그런 뒤 첫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난 달 24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의 장향숙 의원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고, 새해 첫 임시국회가 열린 1일 본회의장에서는 '두 손을 앞으로 모은채' 동료 의원들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내일(6일)부터 국회에서 첫 도입되는 장관 인사청문회가 시작된다. 관심은 7일 예정된 유시민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로 쏠리고 있다. '청와대와의 전면전' 태세인 한나라당의 맹공에 '노 대통령의 자원봉사자'를 자처해온 유 내정자가 어떤 태도로 응수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