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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에 도착한 농촌마을의 폐교. 아이들이 뛰어놀았을 운동장에는 이미 잡초가 무성했다. 스산한 바람에 제 몸을 흔들며 외롭게 운동장을 지키며 서 있는 녹슨 그네. 금방이라도 아이들이 소리치며 뛰어 나올 것 같은 정글짐. 깨진 교실의 유리창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겠다며 포호하는 낡은 사자 동상.
거미줄을 걷어내고 낡은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어두운 복도 끝으로 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고 이내 어둠이 밀려들어왔다. 가지런히 놓여 있을 줄 알았던 책걸상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솜씨를 뽐내던 게시판의 그림들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우거진 숲을 헤치고 들어간 폐교를 처음 대면했을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성시절의 활기 넘치는 학교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말하는 서윤우(37)씨. 폐교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슬픔 속에 가려져 있었던 활력 넘치는 우리 학교의 모습들이었다고 한다.
"전국 농촌 산간지역 초등학교와 분교 30% 이상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손에 묻은 흙을 털고 도시로 떠나기 시작하면서 정감 넘치는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쓸쓸함과 공허함만 농촌에 남아 있었죠. 시간이 더 지나 폐교마저 사라지면 그 쓸쓸함 마저 잊혀질까봐 렌즈에 담았습니다."
폐교만 촬영한 지 3년. 처음에는 마음까지 황폐해지는 줄 알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리움으로 채워진다는 서윤우씨. 고교 졸업 후부터 평소 사진에 취미가 있었던 그는 흑백사진에 몰두했다고 한다. 친분 있는 교수들의 연구실에서 밤샘을 해가며 사진 한 컷을 위해 인화지 100장을 사용한 적도 있다. 전지 크기 인화지 한 장에 25장의 사진이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2500장의 사진 속에서 단 한 장의 사진만을 건진 셈이다.
멋진 풍경을 찍고, 예쁜 것만 찍으면 좋은 사진이 될 줄 알았던 그에게 폐교는 좋은 사진 이상의 훌륭한 공부가 되었고, 철학적으로 고찰하는 시간까지 주었다. 시대의 흐름으로 다가온 폐교의 아픔과 그 폐교를 살려 새로운 공간으로 승화시키는 일련의 시간들 속에 그가 있었다. 사진 속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잊혀져가는 우리시대의 분교와 작은 학교들을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도 담아줘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경주대학교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한 그는 일상적으로 무조건 찍어왔던 사진 속에 더 많은 철학을 담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찍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며, 처음과 끝이 항상 같으며,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진 한 장에 모든 것들을 담는 다는 것은 분명 흥분되는 소중한 작업들이다.
지금 구미에서 웨딩숍을 운영하며 사진을 찍고 있지만 폐교의 쓸쓸함과 그 속에 담긴 슬픈 우리 인생사를 렌즈에 담아 희망을 현상하는 일은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우리의 인생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폐교기록은 분명 세상을 밀어가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서윤우씨는 믿는다.
덧붙이는 글 | '미군기지에 편입되는 평택 대추초등학교의 주민얼굴 벽화 작업'을 보면서, 폐교를 사진기록으로 남기는 서윤우씨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