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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동안 채윤이는 두 살 아래 남동생과 신나게 놀았다. 먼지 쌓인 까만 눈 위에서, 날씨가 추워 동네 언니 오빠들도 나오지 않는 놀이터에서, 그리고 매일 두 번 이상 청소할 정도로 책과 장난감으로 뒤덮인 집안에서 맘껏 놀았다.
덕분에 두 아이는 아주 사이좋게 지냈다. 물론 시시때때로 싸우고 울었지만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부모님들 말씀처럼 두 아이는 끈끈한 남매의 정을 쌓았다.
유치원에 다시 다니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난 6일, 아내는 유치원에 전화해 채윤이가 잘 적응하는지 물어보았다.
"선생님, 우리 채윤이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잘 지내요?"
"그럼요, 처음 나온 날 친구들이 너무 반갑다고 손을 잡고 놔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친구들끼리 채윤이 옆에 앉으려고 하루 종일 서로 다투었어요!"
웃음이 나왔다. 사실 우리 부부가 내성적이어서 애들은 활달하게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잠시 씁쓸함 뒤에 고마움과 행복감이 몰려들었다.
사실 아내는 아침에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가 추울까봐 긴 코트를 사주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사주지 못하고 겨울방학을 결정했었다. 부모가 가지지 못한 것을 아이는 가졌으면 하는 마음, 아이들을 위해선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모든 부모들의 마음일 것이다.
두 달 전 교육비 때문에 유치원을 쉬게 하는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했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 유치원 교육비보다 더 작은 돈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은, 우리 사회 아닌가?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어떤 것보다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아닐까?
우리는 그동안 남들이 보면 심하다고 할 정도로 채윤이에게 많은 사랑을 주었다. 그래서인지 채윤이는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너무 고맙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 아빠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하게 아이들에게 작용하는지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
나는 겨울방학 결정이 매우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채윤이에겐 동생의 소중함과 친구들과 반가운 만남을, 우리 부부에겐 아이를 키우는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은 두 달 치 교육비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없음을 알기에, 언제나 부족함을 아쉬워하면서도 희망과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도 친구들이 손을 너무 많이 잡아 힘들어 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딸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