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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주진 기자] "만약 자신의 아이라면 먼지구덩이에서 하루 종일 뒹굴도록 내버려두겠어요? 1년 가까이 아이들이 위험한 공사장에서 뛰놀 걸 생각하면 아찔해요."

국회어린이집에 네 살배기 딸을 맡기고 있는 모 의원실의 A보좌관은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의원실의 보좌관 B씨. 그는 국회어린이집 증축공사 기간 동안 아이를 아예 다른 시설에 맡겨야 할지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털어놓았다.

"국회직원 모성권 보호와 보육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국회 사무처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증축을 하려는 것인지 원점으로 돌아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국회가 추진 중인 어린이집 증축공사가 '어린이들의 건강과 안전보장 대책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해 국회는 "어린이집이 정밀안전진단 결과 D급 판정을 받아 증축 공사가 불가피하다"며 "2006년 3월부터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증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문제는 예산을 이유로 만 2~6세밖에 안 된 어린 아이들을 다른 장소로 옮기지 않고, 공사 현장에서 그대로 생활하도록 한다는 것. 이에 부모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증축 공사 시 발생할 각종 진동과 소음, 먼지가 아이들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고, 공사현장과 생활공간이 맞붙어 있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부모들은 국회 측에 "증축이 아니라 다른 부지로의 신축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증축계획 전면 재검토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원래 국회 경비대가 사용하던 숙소를 임시 개조해 만든 어린이집은 교통량이 많은 도로 인근에 위치해 있어 늘 사고 위험이 있고, 배기가스도 잘 빠지지 않아 공기도 탁한데다 북향이어서 환기와 채광 상태도 좋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에 국회 측은 국회의사당 부지 부족으로 부지 재선정은 곤란하며 공사기간 중 어린이들을 다른 건물로 이동시키는 방안 역시 여유 공간 부족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공사비용의 추가 예산 확보 문제라는 게 국회 측의 설명.

현재 국회는 2개년 계획으로 진행될 공사 예산 35억원 가운데 12억원을 올해 예산으로 책정해둔 상태다. 국회 시설관리 건축담당 측은 "공사 기간 중 임시 가건물을 설치할 경우 약 10억원, 여의도 인근 시설 임대 시 임대보증금을 포함해 연간 약 4억7천만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실상 예산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시사했다.

이처럼 난색을 표명하는 국회 측에 항의하며 부모들은 즉각 대책위를 꾸리고, '국회어린이집 신축을 바라는 서명운동'을 벌이며 사무총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국회운동장 옆 차량보관고 부지가 어린이집 신축 부지로 적절하다는 의견도 제출했다. 이처럼 양측의 팽팽한 의견차로 인해 3월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증축 공사는 10월로 잠정 보류된 상태다.

하경래 국회공무원 노조 본부장은 "적어도 올 10월에는 공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는 "국회 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복지를 위해 부모들의 정당한 의견과 입장이 국회 측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양측의 협상을 중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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