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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점
교복점 ⓒ 이은화
며칠 전, 중학교를 배정받은 아들의 교복을 사기 위해 백화점과 할인점에 갔다가 교복값을 보고는 놀라서 그냥 되돌아 나왔습니다. 아들이 다닐 중학교의 교복값은 25만원을 훌쩍 넘기고 있었고 대부분의 교복은 그 이상 가격이었습니다. 함께 갔던 남편도 아이들 교복이 왜 이리 비싸냐면서 차라리 맞춰 입는 것이 훨씬 싸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딸아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서는 공동구매를 실시해 그나마 저렴한 가격으로 교복을 장만했었는데 아들이 다닐 중학교에서는 '공동구매를 실시하지 않으니 각자 개인구매 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백화점에서 발길을 돌려 되돌아 나오면서 슬쩍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교복을 어떻게 한다니?"
"당연히 브랜드를 선호하지요."

교복점
교복점 ⓒ 이은화
아예 "너 어디 거 할 거니? 난 어디 거 할 거야. 연예인 아무개가 광고한 거 그거 멋지더라!" 하면서 교복 품질보다는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들 얘기가 주를 이룬다고 합니다. 교복값에 대해 물어보니 아이들도 거품이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광고경쟁으로 인해 교복값이 점점 더 비싸지고 있다는 것이죠.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이 없을까 해서 아들이 받아온 팸플릿에 나와 있는 교복점들에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각종 매체에 광고를 하는 브랜드 교복이 아닌 일반 교복점이라 그런지 백화점과의 가격차이가 확연합니다. 동네에 있는 교복점에서는 남방 2개, 저고리, 조끼, 바지까지 모두 합쳐 17만5000원이라고 합니다.

백화점에서는 같은 조건에 25만원~30만원입니다. 옷의 품질도 비교를 해보았는데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남방 하나 추가하면 일반 교복점은 2만원인 데 비해 메이커 판매점에서는 3만원이었고 바지 하나 더 추가하면 일반교복점은 3만5000원, 메이커 판매점은 5만원을 더 줘야 합니다. 이렇게 차이가 나니 부모로서는 당연히 공동구매를 통해 구입하고 싶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있죠.

저렴한 교복을 장만하고 싶은 부모가 갈등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예민한 사춘기 시절 아이들은 친구 사이의 경쟁심 때문에라도 좋아하는 연예인이 광고하는 교복을 입고자 합니다. 이런 이유를 내세우는 아이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소위 브랜드 교복의 광고 공세는 적극적입니다. 자사 교복을 구입하면 MP3 등을 사은품으로 준다고 현혹하거나 홈페이지에 학생모델 코너를 만들어 가입을 유도하는 등의 선동적인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업체간의 과도한 경쟁이 바로 교복값의 거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겠죠.

아이들은 이런 광고에 현혹되고 그러다 보니 막상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학교라 하더라도 호응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비싼 대금을 치르고 메이커 교복을 구입해 준다고 해도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은 교복 한 벌 갖고 3년 보내기가 어렵습니다. 더구나 남학생들은 교복 한 벌 가지고는 안 되는데 이런 상황을 고려하다 보니 그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일반교복점에서 상담중인 학부모
일반교복점에서 상담중인 학부모 ⓒ 이은화
여유롭지 않은 학부모들은 입학시즌에 한숨만 짓습니다. 제 경우에도 지난 월요일, 딸아이의 대학등록금으로 수백 만원이 들어갔고 거기에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학용품, 책대금, 교복값까지… 이번 2월은 정말 허리가 휘청거립니다.

그나마 우리 아이는 동네 교복점에서 구입해도 괜찮다고 해서 그렇게 했지만 아이들의 브랜드 고집으로 인해 속태우는 주위의 부모들이 한둘 아닙니다.

교복을 입어보고 있는 아들
교복을 입어보고 있는 아들 ⓒ 이은화
우리 지역에서 공동구매하는 학교가 있는지 알아보니 고등학교 딱 한 군데만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곳은 다 개인구매라고 합니다. 교복 공동구매는 벌써 수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인데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교복점에 물어보니 입찰과정에서 저렴한 가격의 교복이 선정되면 품질이 떨어진 것으로 오해받아 오히려 부모나 학생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제 업체 학교 학부모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좋은 품질로 저렴하게 제공되는 공동구매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교복업체들을 경쟁시켜야 합니다. 연예인을 앞세운 교복가격의 거품을 없애고 천정부지로 솟은 교복값을 이제 현실화시켜 학부모들의 시름을 덜어주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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