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사립학교법이 통과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이 참석했기에 '날치기 처리'란 표현은 적절치 않으며, 처리를 강행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속개된 인사청문회에서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내정자는 사학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강력한 사과 요구 공세에 이같이 답하며 끝내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정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8일 오전 10시 40분경 시작됐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학법 사과'를 놓고 청문회를 거부하면서 개회 30분 만에 정회가 선포되는 등 4시간여 동안 파행이 지속됐다.
머리 숙이지 않은 정세균 "강행처리 어쩔 수 없었다"
유감이나 사과를 표시해서는 안 된다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어떻게서든 사과를 받아내려는 한나라당 의원들간의 대결은 팽팽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이 넘어서야 김용갑 산자위 위원장은 "(작년 말) 사학법 국회 파행 문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질의시간을 통해 질의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가까스로 인사청문회의 속개를 선언했다.
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 내정자를 상대로 사학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대해 사과 및 유감을 표명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질의로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끝내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정 내정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자리가 정치적 논란의 장으로 비화되는 것을 국민들이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세에 맞섰다.
또 정 내정자는 "당의장이 부처 장관으로 가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는 여당 내부 반발을 앞세운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세에 부딪혔다.
이규택 의원은 "대통령과 마주했던 여당 대표가 장관으로 가는 것이 솔직히 쪽팔리지 않냐"고 했고, 곽성문 의원은 "과거 행정부가 여당 의원들을 '졸'로 여기던 관행이 재연된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정 내정자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민적인 관심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어느 곳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답변했다.
또 존경하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 "독립정부의 문지기가 되기를 원했다는 백범 김구 선생과 '실사구시'로 대표되는 다산 정약용"을 지목해 장관 내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내야 할 세금, 한 번도 안낸 적 없다"
또한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각종 자료를 제시하면서 정 내정자의 두 자녀에 대한 편법증여 의혹과 장모 소유의 토지 매수 등 각종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 내정자는 "지금까지 내야 할 세금을 안 내거나 허위로 재산신고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적극 부인했으나, 불확실한 부분에 대해서는 메모를 해 가면서 "확인해보겠다"는 신중한 자세로 답변했다.
또 한나라당 의원들은 과거 여러 차례 선거에서 정 내정자 가족들이 선거구로 이사를 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주소지를 옮긴 것을 지적하면서 '위장전입' 의혹을 주장했다.
이에 정 내정자는 "가족이 세대주가 살고 있는 곳으로 주민등록지를 옮기는 것은 위장전입이 아니다, 선거를 도와주기 위해 가족들이 주민등록지를 옮기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지난 6년 동안 과속·신호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건수가 78건에 달했다는 지적에는 "법규를 위반한 것에 대해 민망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거듭 "부끄럽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정 내정자는 또 지난 2년간 연말정산시 소득있는 배우자에 대해 공제 신청을 받은 것과 관련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이 지적해줘서 바로잡을 수 있어서 고맙다, 바로 18만원 정도를 냈다"고 시정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저녁 7시 12분쯤에 산회했다. 산자위는 다음날인 9일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어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