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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경선자금 수사를 형평성을 잃은 명백한 표적수사로 비난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경선자금 수사를 형평성을 잃은 명백한 표적수사로 비난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평소 온화한 이미지의 한화갑 대표가 9일 아침 국회기자실에서 연 신년기자회견에서는 격노한 모습을 보였다. 의원직 상실위기에 처한데다 당내 도전도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을 들이던 고건 전 총리, 국민중심당과의 연대도 진전 기미가 없는 상황.

한 대표는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SK그룹으로부터 4억원 등 10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8일 서울고법의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이 이같은 형을 확정하면 한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되며 피선거권도 5년간 박탈당한다.

이 판결을 기회로 한 대표 반대파가 당사를 점거하기도 했다. 8일 오후 70여명의 민주당 관계자들이 한 대표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당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이 때문에 당사에서 열려던 신년기자회견도 국회기자실로 옮겨야 했다.

반대파 농성으로 당사에서 기자회견 못하고

한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항소심 결과와 관련해 "정치자금법이라는 현행법을 어긴 것은 맞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국민들게 용서를 구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사건은 정치적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한 대표는 줄곧 당내 경선문제에 대해 정치자금법을 적용하는 것은 유례도 없고 잘못된 것이며, 이 때문에 재판을 받은 정치인은 자신이 처음이라고 호소해왔다.

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도 당내 경선자금 문제에 대해 불법성을 인정했다"며 "노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수사하고 기소해서 대법원에 올 때까지 내 사건도 대법원에 계류시켜야 한다"고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민주화운동 하면서 독재정권의 군사재판도 받아봤지만, 검찰의 주장을 더 자세하게 강조하는 재판은 처음 봤다"면서 "동교동계는 대통령 만들어놓고 지금 종자도 남지 않을 정도로 짓밟혔다"며 비통함을 드러냈다.

당 운영에 대한 당내 반발에 대해서는 "지금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당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 때문에 그렇다"고 일축하면서 "당직자 면면을 봐라, '한화갑 사당화'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이어 "작년 2월 전당대회서 대표로 뽑힐 때도 대의원들 모두 내 재판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내일 지구가 없어져도 오늘 사과나무 심는다는 심정으로 민주당 회생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통합론 말려들면, 민주당 붕괴... 고건은 회담요청 사실상 거부"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과의 통합 등에 소극적이라는 질문에 대해 한 대표는 "지금 통합론에 말려들면 안된다"며 "통합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자신의 회생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에 대해서도 "만나자는 제안에 대해 고 전 총리가 내면적으로는 거부했다"며 "(고 전 총리쪽에서는) 민주당에 한 대표쪽보다 자기네 사람이 더 많다고 말한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에둘러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날 한 대표는 유창한 영어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한나라당과의 연대의사를 묻는 미국 CBS 기자의 질문에 통역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답했다. 한 대표는 수감생활중에 영어공부를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을 받아 통외통위 활동중에 '독선생'을 두고 영어를 익혀 의원외교에서 영어실력을 발휘해왔다.

한 대표는 "호남의 정서는 한나라당과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당의 정치가 아니라 국가 정치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국가 이익을 위해 제안해 온다면 대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영어로 답했다.

이어 "저는 한나라당내에도 아는 의원들이 많고, 영남에도 지인들이 많다"며 "영호남의 연대는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또 "어제 밤에 제 사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전화를 해서 따뜻한 말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대한민국의 창조적 공존' 제창

한편 한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문에서 '대한민국의 창조적 공존'을 제창하면서, 이를 위해 개헌을 포험한 정치개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성장과 분배, 감세와 증세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작은 정부, 큰 시장, 따뜻한 사회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증세와 감세 주장을 모두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민간자율의 복지제도를 통해 공공복지제도를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민간복지시장 같은 것을 만들자는 것이다.

복지단체들이 일정한 심사를 거쳐 복지시장에 등록하고, 이 시장은 정부가 감시하고 전문기관이 평가하고 인터넷에 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은 원하는 단체에 기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기부금에 대해서는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기부를 많이 한 사람들에게는 각종 혜택을 주자는 제안이다.

한 대표는 이와 함께, 넓은 세원 낮은세율을 목표로 하는 세제개혁을 추진해야 하고, 긴축재정으로 정부 예산의 10% 이상을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아울러 "국민통합 중도실용 개혁세력이 정치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더불어 국민통합의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면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과감한 결단을 내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동신 상임고문, 이낙연 원내대표, 신중식 부대표, 김효석 정책위의장, 손봉숙·이승희 의원 등이 배석했다.

한 대표의 기자회견에는 당 소속 의원 7명과 지도부가 배석했다.
한 대표의 기자회견에는 당 소속 의원 7명과 지도부가 배석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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