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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월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몇 년 사이 물가 상승률의 5~10배 이상 폭등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아파트 가격 폭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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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사이에 아파트 가격이 무섭게 뛰어올랐다.
IMF 이후 규제 완화를 위해 99년 1월부터 시행된 아파트 분양가 전면 자율화가 결국 집 없는 서민들의 목줄을 죈 셈이다.
국민의 정부는 99년 국민주택기금을 지원 받아 건설되는 전용면적 18평 이하 주택을 제외한 모든 주택의 분양가를 업체 '마음대로' 정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서울 동시 분양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98년 521만원에서 2005년 1521만원으로 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19.9%과 비교해 10배가 넘게 차이가 나는 수치다. (표 참조)
특히 참여정부 출범 이후인 2003년부터 3년 동안 서울시 동시분양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681만원이나 수직 상승했다. 지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부산, 창원, 대구 등지에서 평당 1000만원대의 아파트가 이미 등장한 지 오래다.
그 결과 "부동산 투기를 반드시 잡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애초 약속은 무색해지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누구나 아는 거짓말, 그러나...
<연합뉴스>가 지난해 서울 동시분양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각 구청에 제출한 동시분양승인 신청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0평대 아파트 건축비가 단지별로 평당 268만원(동대문구 제기동 한신아파트)에서 1134만 5000원(용산 파크 타워)까지 편차가 4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지방 중소건설업체인 제일건설 정인식 소장은 "최고급 아파트를 지어도 건축비는 평당 3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즉, 용산 파크타워의 평당 1134만 5000원 건축비는 분명히 부풀려졌고,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이후 분양 승인 업무를 담당하는 해당 지자체는 "현행 법상 규제를 할 방법이 없다"면서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2004년 6월 경실련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분양가 자율화가 결과적으로 건축비 부풀리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경실련이 2003년과 2004년 사이에 서울시에서 동시 분양한 아파트 2만1515세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업체들이 분양가 공고를 위해 입주자 모집시 제시한 평균 건축비는 평당 622만원인데 반해, 감리자 모집시 공개한 건축비는 426만원이었다. (2004년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표준건축비는 288만원)
건축비를 부풀렸을 뿐 아니라, 감리비를 적게 내기 위해 건축비를 줄였다 늘였다 한 셈. 그러나 어떤 업체도 제재를 받지 않았다.
물론 참여정부 들어 이런 문제점들을 시정할 기회가 있었다.
참여정부, 두 번의 패착
참여정부 출범 초인 2003년 3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은 '주택가격 안정과 소비자 중심의 공급'을 위해 건교부에 후분양제 검토를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다른 부문은 소비자 중심인데 주택공급만 공급자 우선"인 문제점까지 지적했다.
그러나 선분양을 통한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로 재미를 봤던 건설업체들은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조중동과 경제지들을 통해 "후분양제가 주택 공급물량 급감, 집값 급등, 주택사업자도산, 업체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 등의 결과를 초래한다"며 반발했다.
결국 대통령의 지시 후 1년이 지난 2004년 2월 3일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후분양제 시행안'은 공공부분 아파트 500가구 시범 실시 후 2011년 전체사업 의무화, 민간부문은 후분양시 국민주택기금을 우대 지원하는 인센티브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내용은 바꾸어 말하면 "후분양제를 현 정부 내에는 절대 시행하지 않는다"는 약속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후분양제는 2004년 이후 다시 언급되지 않았다.
또 한번의 기회는 2004년 4.13 총선 이후에 주어졌다. 열린우리당은 대통령 탄핵 덕분에 손쉽게 과반 의석을 얻었으면서도, 17대 총선 핵심공약으로 약속했던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약속을 스스로 뒤집었다.
그리고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 대신 건설업체들과 합의한 '원가 연동제 도입'을 선언했다. 원가연동제란 아파트의 분양 가격을 택지비와 건축비 등을 원가에 연동시켜 책정하는 제도로, 8·31 대책으로 공공 택지에서 분양되는 모든 주택에 적용되고 있다.
계속 오르는 건축비, 원가 연동제 무색
그러나 업체의 수익 보존을 위해 건축비가 부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경우 분양가 자율화 이전인 96년 평당 표준건축비는 177.5만원, 97년 185.2만원, 98년 193.5만원으로 7~8만원 사이에서 소폭 상승했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전용면적 18평 이하에만 적용하던 표준건축비는 1999년 183만원, 2000년 210만원, 2002년 229만원 하던 것이 2004년 들어 25.4%가 갑자기 인상돼 288만원에 이르게 된다.
정부는 이어 원가연동제 시행을 이유로 2005년 기본건축비(표준건축비에서 이름을 바꿨다)를 평당 339만원(전용면적 25.7평 이하에만 적용)으로 책정했다.
2004년 표준건축비를 대폭 인상한 데 이어 2005년에도 18% 건축비를 인상했다. 당장 8월에 판교에서 분양되는 25.7평 초과에 적용될 기본건축비의 경우 정부는 339만 보다 비싼 평당 358~368만원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건축비 인상에 대해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김성달 부장은 "정부는 주택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공공임대주택에 적용하는 표준건축비와는 별도로 새로운 건축비 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산정근거 및 세부 내역의 공개 없는 건축비 인상은 건설업자들 수익 보존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판교 33평(전용 면적 25.7평)이 4억원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는 원가연동제가 아파트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주거복지본부 박선호 주택정택팀장은 "기본건축비에는 공사비와 자재비뿐 아니라 감리비와 모델하우스 비용 등 부대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에 표준건축비와는 비용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부풀려졌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또 다르다. 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토목건축협의회 김승환 조직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아파트의 경우 공정별로 도급(하청)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공사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 공법이나 마감이 달라지는 경우는 있겠지만 공사비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2004년 이후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당이 깎이고 있는 상황이다. A급 목수가 2004년 13만원을 받았는데 요즘은 10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아파트 분양가가 왜 그렇게 오르는지 모르겠다."
'분양가 자율' 말했다 쫓겨난 박승 총재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88년 12월부터 89년 7월까지 건설부 장관을 역임했다. 7개월 만에 그가 장관직에서 쫓겨난 이유는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발언 때문이었다. 당시 집값 폭등으로 민심이 흉흉한 상태에서 나온 분양가 자율화는 핵 폭탄이나 다름 없었다. 분양가 자율화는 그 만큼 민감한 문제였다.
분양가 자율화 시행 7년, 집 없는 서민들은 지금 아파트 가격 폭등 때문에 울고 있다.
임덕호(한양대 디지털경제학부)교수는 "선(先)분양제도 하에서 시행된 99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와 전매 인정은 분양가와 아파트 가격 모두를 폭등시켰다"면서 "선분양제는 주택가격과 품질에 따라는 위험 요소를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잘못된 제도인 만큼 후분양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애초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자율화를 요구하면서 후분양제 도입을 찬성한다고 밝혔다가, 선분양-분양가 자율화가 시행되면서 태도를 확 바꿨다"면서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건설업체가 망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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