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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발표 이후 영화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비판이 뜨겁다. 하지만 정작 언론은 스크린쿼터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9일 '스크린쿼터, 심층보도가 필요하다' 제하의 논평에서 신문과 방송보도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민언련은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발표가 ▲문화산업인 영화산업을 편향적 경제잣대로 평가해 '국익론'을 내세운 것은 근시안적이며 ▲사전 협의나 설명 없이 미국과 합의했다는 점에서 비민주적 행태였으며 ▲문화적 자존심과 국제사회와의 약속인 '문화다양성협약'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민언련은 정부가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향상되었다고 평가하는 것 역시 아직 산업적 기반이 취약한 영화산업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내린 결론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언론이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제반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보도하기 보다는 "근시안적 경제논리 중심의 '국익론'과 일부 영화의 반짝 성공을 내세워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영화인들을 '이기주의'로 몰아"가거나 "의제설정에 있어서 균형을 잡아주어야 할 방송도 나열식보도로 사안의 본질을 짚어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문보도와 관련 민언련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한미FTA체결=국익'으로 당연시하는 한편, '스크린쿼터 축소'는 영화계만의 문제인 것처럼 사안의 중요성을 축소시켰"으며 "반면 <경향>과 <한겨레>는 '스크린쿼터 축소'가 영화산업뿐만 아니라 문화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하게 지적해 차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한·미 FTA 체결이 곧 '국익'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나라 전체의 입장에서 볼 때 영화계만의 이익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스크린쿼터에 발목이 잡혀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국내 영화산업은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고 정부가 영화산업 지원대책도 내놓았으니 영화업계도 전체 국익을 위한 FTA 추진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영화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부각하고 영화계의 협조를 촉구했다. 하지만, '스크린쿼터 유지=영화계의 이기주의'라는 식의 정부논리는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한·미 FTA가 성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목소리를 높였으나, '스크린쿼터'와 관련해서는 정부와 영화계의 주장을 보도하는데 그쳤으며 구체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종합예술인 영화를 무역자유화의 틀에 매어놓아야 하는지 의아하다", "한국영화는 르네상스 운운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취약점이 많다"며 '한국영화 발전의 보호막'인 스크린쿼터의 축소가 오히려 '한류'와 한국영화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도 "문화다양성 협약 채택 석 달만에 자국 문화를 보호·육성하려는 세계인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신뢰를 짓밟은 것", "비밀리에 미국과 합의해 놓고, 문화계와의 협의를 들먹였다"고 비판했으며, 이후 영화인들의 시위보도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민언련은 방송보도에 대해서는 "나열식 보도행태로 문제를 드러냈다"며 "일부 보도에서는 면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한국영화가 경쟁력을 획득해서 스크린쿼터 축소도 가능하다'는 식의 일방적 주장을 보도해 일부 신문과 정부의 여론몰이에 편승하는 듯 한 행태마저 보였다"고 지적했다.
SBS는 다소 혼란스러운 보도태도를 보였다. SBS는 스크린쿼터의 의미와 해외 사례, 스크린쿼터 축소의 문제를 상세하게 보도했으며, 이후 TV칼럼에서도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가 스크린쿼터 축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다른 보도에서는 '한국영화의 자생력을 키워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KBS는 정부와 영화계의 입장을 나열하거나 갈등으로 보도하는 등 스크린쿼터 문제를 영화계만의 문제로 국한시켰으며, 일부 보도에서는 면밀한 분석 없이 '스크린쿼터 축소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MBC는 나열식보도의 문제를 드러냈는데, 특히 영화 <왕의남자> 인기열풍과 장동건씨 1인 시위 등과 관련해 일반 시민인터뷰를 통해 스크린쿼터에 대한 '찬반'의견을 단순 나열했다.
민언련은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 주장은 단순히 영화계만의 요구가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영화산업, 더 나아가 문화산업 전반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언론이 제대로 분석하고 보도하는 것이야 말로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언련은 "언론은 지금이라도 피상적인 '국익론'과 '한국영화 경쟁력 확보' 주장에서 벗어나 스크린쿼터 축소가 향후 영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분석"하라며 "특히 방송은 면밀한 분석보도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여론시장의 균형을 맞추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민언련 논평 전문 보기
http://www.ccdm.or.kr/board/board_read.asp?bbsid=declar_01&page=1&b_num=30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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