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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금감위원장(왼쪽)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윤증현 금감위원장(왼쪽)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제계의 검찰'인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9일 업무계획 발표 자리에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윤 금감위원장은 외국 자본에 은행을 내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는 뒤집어 보면 외국 자본에 은행을 내주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재벌의 금융자본 소유도 무방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는 상당히 미묘한 내용이다. 삼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대한 논란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이 공개적으로 금산법을 무력화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 국내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서 오히려 역차별이 발생한다"며 "국내 산업자본이 밉다고 국내 은행을 외국자본에 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특히 그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에 대해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해, 재벌의 은행 지배를 인정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9일 업무추진계획 발표와 10일 15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의 회동에서 출자총액제한제의 기준(현행 자산 6조원 이상)과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요건(100% 미만) 완화를 시사했다.

강 위원장은 "경제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어 현재 출총제 적용 대상인 자산 6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적용 기준을 합리적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금감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은 참여정부의 재벌 개혁 후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참여연대는 "두 위원장의 발언은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 중 핵심인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부작용 로드맵'과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면서 "차라리 재벌개혁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도 성명을 통해 "윤증현 위원장의 발언이 현실화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지난해 금융보험사 출자가 폭증한 삼성의 경우, 5개 금융계열사가 27개 계열사에 1조2756억원을 출자해 그룹 내 전체 출자금의 52.5%를 차지할 정도로 재벌의 금융계열사를 통한 총수 지배권 불리기가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금산법 개정안 통과를 무력화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금산법 개정 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힌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발언과 공정거래 위원장의 출총제 완화 언급은 정부의 재벌 개혁 후퇴로 비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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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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