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은 아기처럼 예쁜 하늘빛 옷을 입고 있다. 가슴에는 꽃을 달고, 머리엔 하얀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바느질 하지 않은 흰 천 두 장을 두르고 메카 주변의 성지를 순례한다고 한다.
이슬람은 '하나님께 대한 순종'이라는 의미이며, 이슬람교도를 뜻하는 무슬림은 '신에게 복종하는 자'를 뜻한다. 무슬림에게는 5가지 의무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일생에 꼭 한번은 성지 순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들은 흰 모자를 쓰고 있다. 성지순례를 갔다 온 사람은 흰 모자를, 아직 다녀오지 못한 사람은 검은 모자를 쓴다. 이것처럼 이분법적 사고는 생각보다 힘을 발한다. 맛있다, 맛없다. 착한 사람, 나쁜 사람. 할 거니?, 말 거니? yes냐? no냐? 단순하면서도 확실하다.
그 다음에는 성지순례 기간에는 손톱 발톱을 자르지 않고 면도를 하지 않는 등 자질구레한 금기 사항이 있다. 기도 중에는 방귀를 뀌는 것도 금하고 있다. 무슬림은 엉덩이를 들고 바닥에 엎드려 신성하게 기도를 하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앞에서 방귀를 뀌면 분위기를 망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스탄불 숙소에 도착하니 아침 6시. 현지시간은 우리보다 7시간 늦은 밤 11시였다. 여기 엘리베이터는 손잡이를 잡고 문을 앞으로 당겨야 한다. 또 목적지에 도착했으면 다시 얼른 엘리베이터 문을 밀어야 한다. 한국처럼 생각하고 잡담하다 망설였다가는 다시 다른 층으로 가버리기 십상이다.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실수랄까? 재미랄까?
꼭 부산 집을 떠난 지 24시간이 걸렸다. 비행기를 탄 시간만 11시간이다. 비행기에선 지루함과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아무리 사정이 다르다 해도 마르코 폴로가 유럽에서 북경까지 3년이 넘게 걸린 시간을 생각하니 그러한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 차례 쉼도 없이 많은 사람을 싣고 이 먼 거리를 11시간 만에 도착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현대 문명이란 이와 같이 위대하다.
1월 중순의 밤늦은 시간 이스탄불의 공기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싸늘하고 찹찹한 밤이었다. 우리 부산이랑 비슷한 위도라도 알고 있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위도가 우리보다 제법 위였다. 북위 41도, 동경 28도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백두산 정도의 위도였다.
한국이라면 아침이지만 여기선 또 밤이다. 그러므로 다시 자야한다. 먼 길을 오느라 수고했으니 자는 것도 과히 나쁘진 않았다. 하나 방이 너무 추웠다. 여긴 아직 석탄을 때므로 한국처럼의 따스함을 바라지 말라니 어찌하랴!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할 수 없다. 비상수단을 써는 수밖에. 미리 가득 준비해 온 소주로 새벽부터 몸을 데우니 쉽게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