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남자'의 힘은 셌다.
"이준기 보러 가자."
12일 낮 12시30분, 광화문 사거리 횡단 보도를 건너는 10대들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을 향해 질주하듯 달려갔다.
이날 '스크린쿼터 지키기 1인 시위' 여덟번째 주자로 배우 이준기씨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감독 민규동씨가 나섰다.
배우 이준기씨를 보기 위해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는 팬 1000여명이 몰려들었다. 경찰은 병력 2개 중대 180여명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갑자기 몰려든 팬들 때문에 이준기씨는 1인 시위 시작 3분만에 퇴장했다 다시 등장해야 했다. 재등장 했을 때는 많은 팬들이 볼 수 있도록 의자 위해 올라서 시위를 진행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스크린 쿼터를 지켜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나선 이씨는 "스크린쿼터에 관심을 모으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왕의 남자>는 스크린 쿼터가 굳이 없어도 되는 영화 아니었냐'는 질문에 이씨는 "왕의 남자는 관객의 힘으로 만들어졌고, 스크린 쿼터가 있었기 때문에 1000만 돌파가 가능했다"면서 "한국 영화가 미국의 물량 공세에 밀리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영화는 늘 한국영화 였으면 좋겠습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이씨와 함께 시위에 나선 민규동 감독은 "스크린쿼터가 있기 때문에 한국 영화가 발전할 수 있었고, 다양한 영화가 동시에 공존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FTA가 현실화 되면 흥행 공식에만 맞춘 영화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에서 올라온 고3 여학생
배우 이준기를 보기 위해 대전에서 오전 8시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는 최선아(18. 고3)씨는 1인 시위를 하는 이씨를 향해 계속 카메라를 눌러댔다.
최씨의 어머니 김자경(44)씨는 "딸 아이가 소원이라고 해서 서울에 함께 올라왔다"면서 "딸이 결혼 기념일에 선물한 <왕의 남자> 영화표를 통해 이준기라는 배우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 모녀는 왕의 남자를 '10번씩'이나 본 마니아다. 11일에는 <왕의 남자> 1000만 돌파를 위해 특별히 표를 구입하기도 했단다.
최씨는 "배우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스크린 쿼터에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스크린쿼터가 꼭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00여명이 넘는 팬들 사이에서 '우리의 문화를 지키는 것도 국익입니다'라는 종이를 높게 쳐든 최혜성(19)씨와 봉우리(19)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새내기다.
사회학과에 입학 예정인 최혜성씨는 "스크린쿼터는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보루"라면서 "돈 4000억원 지원으로 한국 영화 육성책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처음 스크린 쿼터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들은 "앞으로 자주 광화문 앞에 나와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배우들을 향한 팬들의 열정만큼 '스크린쿼터 사수' 여론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